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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상/대전사람들

대전 성인문해 시화전, 마음을 위로하는 글귀

 

지난 주말, 대전평생교육진흥원 식장산 1층 전시장에서는 의미있는 전시가 열렸습니다. 전시의 주제는 '삶을---녹이다. 앎을---녹이다'였습니다. 

무슨 전시냐고요? 바로 대전 시내 곳곳의 성인 문해과정에서 수강하며 새롭게 자기 표현을 글로써 쓰기 시작한 성인 학생들이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으로 직접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려 만든 시화를 전시하는 것입니다. 

 


 

 

대전 각 지역에서 성인문해과정을 수강하는 성인 학생들과 강사, 평생교육 담당자들이 모였는데요. 성인문해과정 시화전 축하 행사를 하며 함께 떡케이크에 촛불을 밝혔습니다.

대전광역시가 주최하고 대전평생교육진흥원이 주관한 이 시화전은 담쟁이 시민학교, 대전시민문화센터, 대전이주외국인종합복지관, 대전평생학습관, 동구평생학습관, 아우름복지법인 부설 아우름평생교육원, 용운종합사회복지관, 청춘학교, 한마음야학등 9개 단체가 후원했는데요. 모두 106명의 성인 학습자가 전시에 참가했습니다.

 

 

일찌감치 읽고 쓰는 것을 배워서 생활에 아무 지장 없이 살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글을 몰라 답답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성인문해과정에 용기내어 참가한 어른들은 거의 60대에서 80대의 여자 어른이었습니다. 

스스로 배움에 목말라 과정을 찾아 온 분도 있고, 자녀나 손주가 권하여 공부를 시작한 분도 있는 등 시작은 다양하였지만 한글을 깨우치고 상위반으로 올라가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마음은 모두 하나일 것입니다. 

스스로 글을 읽고 쓸 줄 안다는 기쁨과 뿌듯함이 얼마나 클지 이해되시나요?

명단을 보니 남자분도 있는 것 같은데 현장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여자 어른보다 용기가 적은걸까요?  아니면 여자가 많은 속에 끼어있기 불편하였을까요?  떡케이크에 촛불을 밝힌 후에는 각 참여 단체마다 기념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하였습니다.


 

한자가 초서로 써있어서 무슨 글자인지 알아보기 힘들 때, '까만 것은 글자고 하얀 것은 종이'라고 우스개 소리로 표현하기도 했습니다만, 어려운 생활을 유지하며 가족을 부양하고 자식을 키우느라 배움을 놓친 많은 어른들에게 그 소리는 매우 마음 아픈 소리였을 것입니다. 

글자를 배워 읽을 줄 알고 쓸 줄 안다는 것은 심봉사가 눈을 뜨는 개안(開眼)과도 같은 일이지요. 

작품을 읽다보니 그 진솔한 마음을 표현한 것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습니다. 

아닌 척 하면서 슬쩍 눈물을 닦는데 앞쪽에서 시화를 보던 다른 분도 눈물을 닦고 있었습니다...

오히려 공부를 하며 글자를  깨우치고 배움의 즐거움을 몸소 체험한 성인문해과정의 어른 학생들은 모두들 너무나 즐거운 표정이었습니다. 그런 기쁜 마음이 아래의 시화에 표현되어 있네요.

배운다는 것, 안다는 것은 이렇게 행복한 일이라는 것을, 공부하기 싫어하는 학생들도 알면 좋겠습니다. 

 

 

'삶을---녹이다. 앎을---녹이다'란 전시 주제도 그 의미를 정확하게 살린 것이네요.

요즘 사는 게 재미없다면, 생활에 힘을 주는 감동과 리듬이 필요하다면, 솔직 담백한 글을 읽으며 공감과 위로를 받고 싶다면 이 전시를 보러 오세요.

현대사의 질곡을 한몸으로 이겨내며 자신보다 가정을 돌보고 역사의 뿌리를 튼튼하게 하는 역할을 담당하느라 자신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던 성인 학습자의 작고 소박하지만 따뜻한 울림이 있는 이 전시를 보러오세요~! 


 

 

[삶을---녹이다. 앎을---녹이다]
대전평생교육진흥원 식장산(건물) 1층 전시장
2016.12.9(금) - 22(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