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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

대전볼만한전시 2017 신소장품전, 대전시립미술관에서 만나요

 

대전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전시립미술관은 대전시민 모두의 미술관입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5개 전시실에서 예술작품을 정기적으로 전시하는 한편, 작품수집과 지역 미술사 연구 같은 다른 중요한 기능도 하고 있습니다.



대전시립미술관과 같은 공공미술관은 작품 전시와 함께 각자의 방식으로 의미를 두고 컬렉션 정책도 수립해 추진하고 있는데요. 지난 한 해 동안 컬렉션의 결과물을 매년 이맘 때 쯤 시민에게 공개하는데, '2017신소장품전'이 바로 그것입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현 시대 예술의 흐름을 반영해 미술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작품을 수집합니다. 2017년에는 국제적인 작가의 주요 회화 작품과, 대전의 지역미술사 정립을 위해 회화 양식의 실험을 했던 대표 작품을 수집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고 합니다.

구입도 하고 기증도 받아 총 30점의 작품을 수집했는데요. 구입이 8점이고 기증 작품이 22점입니다. 22점이나 되는 기증 작품은 화가 이인영 선생님과 김동창 선생님이 기증했다고 합니다. 두 분은 여러 작품을 기증해 모범적인 기증문화의 사례를 보여주며 대전시립미술관의 소장품을 풍성하게 하는데도 기여했습니다. 

2017 신소장품 전시를 함께 둘러볼까요?


이인영 화백이 기증한 작품


한국의 산과 한국의 자연, 여인 등을 그린 이인영 화백(1932-)은 오랜 시간동안 교육자, 작가로서 대전 미술계를 이끌어왔는데요. 2017년 봄에 대전시립미술관의 원로 작가 초대전에 작품을 전시하면서 당시 전시했던 작품의 일부를 대전시민에게 기증했습니다.  


이인영 화백의 기증 작품


위 사진 오른쪽 작품은 강창모 작가의 <성모의 산]>입니다. 작가가 히말라야에서 체험한 영성을 화폭에 독창적인 조형언어로 담았습니다. 이 작품은 한지에 전통채색 방식으로 그린 한국화입니다. 그림을 보며 한국화라는 것이 느껴지셨나요? 

자연의 성질을 갖는 종이 위에 법성과 우주에너지에 대한 명상을 자신 만의 언어로 자유럽게 펼쳤다고 합니다. 하늘이 강렬한 주황색으로 묘사되었는데 이상한"생각이 들지 않는 것이 신기합니다. 영성이 가득한 신비로운 노을이 가득한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 하얀 산이 더욱 범상치않게 다가옵니다.


김동창 작가 작품


이인영 작가와 함께 여러 점의 작품을 기증한 김동창 작가의 작품입니다.

김동찬 작가(1953-)는 '정(情)이 있는 충경(風景)'이란 공통의 주제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도시인의 삶을 유화로 캔버스에 담았습니다. 작가의 상상력과 함께 꿈꾸는 것 같은 몽환적인 색채와 무채색 등으로 기억 속의 풍경을 인간과 자연으로 압축해 담았습니다. 

그림 속에 글씨를 써넣은 것도 있는데요. '화병속에, 인생을 이야기, 사치, 쾌락'과 같은 내용입니다. 그림 속의 도시인들이 집착하는 내용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김동창 작가 작품

로빈 일리(Robin Eley, 1978-) [It's not so perfect / Do you understand]


2017신소장품에서 외국 작가 작품이 두 점 있는데 그 중 한 점입니다. 이번 신소장품을 보면 회화가 대부분이라 다양성 면에서는 뭔가 아쉬움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마치 사진 작품처럼 보이는 이 작품도 유화입니다. 

영국 출신으로 호주에 거주하는 로빈 일리(Robin Eley, 1978-)의 작품<It's not so perfect / Do you understand>인데요. 프리즘을 통해 보이는 파편화된 대상을 표현하며 고독한 현대인의 자아를 표현했다고 합니다. 그림 속의 인물은 형태가 파편이 되어 사람인듯 사람 아닌 형상이 되었습니다. 

에밀리 카메 킁와레예, [천지창조 II]


에밀리 카메 킁와레예(1910년 호주 출생)는 호주 원주민인 에보리진[각주:1] 작가입니다.큰 붓로 캔버스에 두드는 방식으로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원주민 여성의 의식적인 의무를 재확인하는 방법이었다고 하는데, 현대적인 시점으로 보면 강렬한 점묘화를 보는 것 같습니다.

호주 원주민의 작품은 늘 그렇듯 강한 생명력이 살아 꿈틀대는 것 같습빈다. 이 작품에서도 묘하게 피어나는 힘이 작품의 제목 '천지창조'와 어쩌면 그렇게 딱 어울리는지요!



이영우(1961-) 작가의 유화 작품<화합의 하모니>입니다. 모노톤으로 독특한 질감이 특징인데, 바탕에 은은하게 배어나오는 따뜻한 색감으로 인해 아름다운 화합의 곡을 연주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박능생(1973-) 작가의 작품<대전풍경도>입니다. 가로의 길이가 무려 1,050㎝로 10m가 넘는 대작에 대전 풍경을 담았습니다. 익숙한 랜드마크를 중심으로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어떻게 표현되었는지 찾아보게 되는데, 직육면체를 세워놓은 듯한 고층아파트 건물은 마치 주상절리의 육면체 기둥을 보는 것 같습니다. 수묵 드로잉 기법으로 현대 수묵화 장르의 변화와 발전을 모색하는 작가입니다. 


박능생(1973-) , [대전풍경도]의 일부


<대전풍경도>를 보며 필자가 살고 있는 곳이 어디인가 찾아보게 됩니다. 아하~! 저~기~ 주상절리에서 떨어져나온 육면체 기둥 속에서 필자도 살고 있군요. 그래도 갑천이 휘돌아지나는 안쪽에 자리잡고 있으니 약간의 위안은 됩니다.



이번 신소장품의 유일한 글씨 작품으로, 조병호(1914-2005) 작가의 <춘풍추월>입니다. 6살 때부터 한학과 금석학을 공부해 금석학으로는 중국학계에 널리 알려진 분입니다. 금석학의 대가인 추사 김정희의 정통을 이은 분입니다.  특하고 따뜻한 글씨체로 이름 높은 신영복 교수가 대전교도소에 수감 중일 때 붓글씨를 가르친 스승이라고 합니다.

2017년에 수집한 신소장품을 모두 감상했는데 마음에 드시나요? 소중한 작품을 기증해주신 작가분께는 거듭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대전시립미술관 2층의 1~4 전시실에서는 <정물들의 변종> 전시가 10일까지 연장되어 전시되고 있습니다. 전시의 내용이나 작품에 담긴 의미가 깉어서 전시를 감상하고 나면 인생을 생각하는 철학책을 한 권 읽은 기분입니다. 

책을 종이로만 읽어야 독서일까요.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며 감명을 받는 것도 일종의 독서라고 하겠습니다. 대전시립미술관에서 그림 감상독서를 마치고 서쪽으로 넘어가는 겨울의 해를 보며 집으로 향했습니다.


 

  1. 에보리진 : 18세기 말여, 유럽인에 의하여 식민지로 개척되기 이전 오스트레일리아에 거주하던 원주민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