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모스는 얼마나 좋아. 그대로 얼어서 늙지도 않고. 썩지도 않고."
얼어버린 맘모스를 통해 꿈의 역설을 얘기하는 연극 '맘모스해동'이 10월 7일부터 17일까지 대전 상상아트홀에서 진행되는데요.
연극 '맘모스해동'은 대학로에서 큰 화제가 되었던 작품으로, 2012년 대한민국 연극대상 등 연극 부문 주요 상을 휩쓴 '그게 아닌데'의 작가 이미경이 대본을 쓰고 ‘제 1회 대한민국연극제’ 대상을 차지한 바 있는 대전대 김상열 교수가 연출을 맡은 작품입니다.
"끝까지 견뎌야지, 맘모스처럼.......녹으면 썩은 냄새만 진동하잖아."
작품의 전체적인 내용은, 남편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며 살아갔지만 결국 모든 것을 잃어버린 채 쓸쓸한 일생을 살아가야 하는 두 모녀의 비극적 현실을 담고 있지요. (저는 지난 2일 '프레스리허설'로 관람하였습니다.)
막이 열리면 한 여자가 오페라에 푹 빠져 감동어린 얼굴로 노래를 부르다가, 이내 자신의 아이에게 박수를 강요하고 자욱한 담배 연기를 피워대며 또 다른 얼굴을 드러냅니다.
때맞춰 비명을 지르는 또다른 한 여자. 그 모든 기억을 뒤로하고 자라난 여자의 절규가 무대를 채우며,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피아노를 전공했지만, 밥벌이를 위해 시어머니가 물려준 보신탕집을 운영하는 '부인'과 오랜 기간 교수 임용을 준비한 '남편'.
가난하지만 화려했던 과거를 추억하고 화려해질 미래를 꿈꾸며 살아가던 이 부부의 갈등은, 어느 날 부인의 식당에 개를 대주는 남자가 찾아오면서 시작됩니다. 이 3명의 부자연스러운 관계는 때로는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때로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을 연출하지요.
남편은 천박해 보이는 손님을 환대하며 즐거워하는 부인이 낯설기만 하고, 부인은 자신을 '시장통 싸구려 여자' 취급하는 남편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이처럼 연극 '맘모스해동'은 미래를 위해 현재의 고단함을 견뎌오던 부부가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온 한 손님의 방문으로 현실의 초라함을 직시하게 되면서 파국을 맞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대리운전, 신문배달, 학원강사 등 집안에 숨겨진 찌라시를 볼 때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알면서도 한 번도 남편에게 질문을 한 적이 없었던 아내.
그녀는 남편의 교수 임용이라는 아름다운 꿈이 깨어지게 놔 둘수는 없었습니다. 만일 그게 거짓이라면, 이십 년 가까이 희생한 자신의 삶은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는 것이었으니까요.
하지만 개장수의 등장으로 이들이 힘겹게 쓰고 있던 생활의 가면이 벗겨지게 됩니다. 이로써 고달픈 삶 속에서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꿈, 곧 나아질 것이라는 아내의 희망은 와르르 무너지게 되지요.
영화감독이 꿈이었던 아빠를 뒷바라지 하기 위해 밤무대에 나가 웃음을 팔고 노래를 팔았던 어머니. 하지만 엄마의 기대와는 달리 예술영화 대신 에로영화를 찍으며 엄마에게 큰 실망을 안겨 주었던 아빠.
그리고 교수 남편을 만들기 위해 명문대 피아노 전공이라는 자신의 화려한 스펙을 포기하고 보신탕집을 운영하며 남편 뒷바라지를 했던 딸.
하지만 자신의 엄마에게 좌절감을 안겨 주었던 아빠처럼 남편 역시 '교수임용'이라는 목표를 포기해 결국 딸 역시 엄마의 삶을 답습하게 된다는 비극적인 결말을 보여줍니다.
"그냥 거기 있어, 내가 꿈이라도 꿀 수 있게.......
내가 살아갈 수 있게......."
맘모스를 통해, 거짓 희망에 기대에 살아갈 수 밖에 없는 현대인들의 좌절감과 외로움을 담아낸 연극 '맘모스해동'.
동시에 삶을 지탱하는 것이 비록 맘모스처럼 박제되어버린 꿈일지라도 절대 포기할 수 없는 희망이 삶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수작이었습니다.
연극 '맘모스해동' 안내
- 기간 : 2016.10.07. ~ 2016.10.17
- 장소 : 대전 상상아트홀(대전광역시 중구 중앙로130번길 35)
- 연령 : 만 12세 이상
- 시간 : 1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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