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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전시ㆍ강연

화형(火刑) 대전테미에술창작센터 입주작가 듀킴 개인전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에서 제6기 입주작가인 듀킴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작가 듀킴은 퀴어, 페미니즘 등을 주제로 조각, 설치, 영상, 퍼포먼스 작업을 하는 미술가인데요. 전시회 제목은 '火刑 Fire and Faggot'입니다. 제목이 강렬하지요? 전시장은 더욱 강렬합니다.

 

매 작품마다 붉게 타오르는 불꽃들의 향연이에요.  그런데 작품을 감상하면서 그 불곷들을 향연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무섭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입니다. 

 

왼쪽부터) 불은 미래에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할 것입니다, 에프에프36, (바닥의)프로메테우스, 환영 

듀킴 작가는 소재가 된 불을 '창조의 힘'과 '파괴의 힘' 두가지로 보았습니다.

 

서양신화에 따르면, 프로메테우스가 신으로부터 훔친 불이 인류에게는 변화와 변형, 발전의 결정적인 힘이 되었지요. 반면 불은 인류에게 재앙을 주기도 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소돔과 고모라에 내린 신의 심판이 바로 불과 유황이었어요. 불교에서도 지옥은 불구덩이로 묘사됩니다.

 

왼쪽부터) 혼백, 프로메테우스(바닥), 에프에프36

중세시대 유럽에서는 주류신앙에 거스르거나 반대했던 사람들, 개혁적인 여성들, 동성애자들이 화형에 처해지기도 했습니다. 작품 '환영'이나 '불은 미래에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할 것입니다'는, 자세히 보면 아주 끔찍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는데요. 중세의 화형식 모습이나 지옥으로 연상되는 장면이 표현돼 있어요.

 

환영. 디지털 프린트 천, 실, 쇠꼬챙이, 퀴어부적

'불은 미래에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할 것입니다'에서는, 소외된 소수계층의 혼을 위로하기 위해 불 타오르는 가마를 이용해 혼을 위로하고 날려보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천으로 만든 작품의 테두리에는 작품의 영문제목 'FIRE WILL KEEP YOUR HEART BITTING IN THE FUTURE'이 불꽃모양의 레터링으로 장식돼 있습니다. 

  

불은 미래에 당신의 심장을 뛰게 할 것입니다 / 디지털프린트 천, 레이저커팅 된 천, 자수실, LED조명, 나무, 로프, 레이저커팅 된 스테인리스

우리나라에서도 무당이 굿을 하고 나서 설경이나 부적 등을 태워, 사로잡힌 영혼을 풀어주는 의식을 치룹니다.

 

작품 중 '인도'는 대전무형문화재제2호 '설경'을 보고 영감을 받아 제작했다고 합니다. 충청지역에서 주로 행해지는 앉은굿에서 사용하는 무구인 설경은, 색색깔의 한지를 이용해 다양한 문양으로 오려서 만듭니다. 이 작품은 우리나라 전통 무구의 문양과 서양적인 디자인이 합해진 것 같은 느낌으로 재해석한 것 같아요.

 

인도 / 레이저커팅 된 한지 (디자인 및 제작 : 김지은)

 

대전무형문화재제2호 설경 (대전전통나래관 상설전시실)

전시장 가운데 기둥을 이용해 설치된 '에프에프36'은 4개 면의 불꽃 모양이 각각 다릅니다. 불의 의미 역시 여러가지가 있듯이 보이는 형상도 여러가지겠지요. 

에프에프36 / 레이저커팅된 스테인리스 스틸, LED조명, 프로젝션 매핑

 

에프에프36 / 4 면의 각각 다른 모양의 불꽃

 

프로메테우스 / 맥주병, 장난감, 퀴어부적(캘리그라피 : 김태연)

작품 '혼백(魄)'은 고대 중국에서부터 전해진 '인간에게 깃든 두 가지 영혼'을 표현했습니다.

 

죽은 후 인간의 몸을 빠져나와 위패 안에서 살다가 곧 하늘로 올라가는 혼()과, 인간의 사후에도 몸 속에 사는 존재로, 묘지에 묻힌 시체와 함께 흙이 된다고 여겨진 백()입니다작품에서 혼은 부적과 함께 불 살라져서 하늘로 올라가고 있고, 백은 땅 속에 유골과 함께 묻혀 있습니다. 

 

혼백 / 한지, 3d프린트 뼈, 유리조명(제작 : 글로리홀라이트세일즈)

 

왼쪽부터) ff36, 환영, 프로메테우스(바닥), 유령(공중), 혼백 

듀킴 작가는 퀴어, 샤머니즘, 섹슈얼리티를 주제로 작품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여러 계층의 소외된 사람들 영혼을 불로 태움으로써 다른 세계로 떠나보내는 컨셉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소외된 이들, 소수계층이 중세시대처럼 '화형'을 시켜야 할 대상이 아니라 감싸 안고 위로를 해주며 함께 나아가는 것이며, 그것이 미래 인류가 가져야 할 태도라는 것을 나타내고 싶었다고 합니다.

 

 

=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입주작가 듀킴 개인전 =

전 시 명 : 火刑 (Fire and Faggot)

전시일시 : 2019년 9월 17일(화) - 28일(토) / 10 : 00 - 18 : 00

(전시기간 중 휴관없음)

관 람 료 : 무  료

 

 

대전시소셜미디어기자 조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