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대전교구 주교좌 대흥동성당 백주년 기념전시가 9월 7일부터 10월31일까지 대전창작센터에서 열립니다.
이번 전시를 관람하기 전에 대흥동 성당을 한번 바라다보고 대전창작센터에 들어섰어요.
대전창작센터 1층 오른쪽 중앙에 흑백사진과 ‘영원한 기념’이란 돌기초석 사진, ‘언젠가 여러분의 교회는 그 도시의 중심이 될 것입니다’라는 뮈텔주교의 말씀이 적혀 있었습니다.
대흥동성당, 그 빛과 등대의 역사를 보다
1919년 대흥동 본당이 설정된 후 100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 세상에 기억이 아닌 것은 없습니다. 우리가 서 있는 지금 여기도 곧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남겨집니다. 이번 전시는 100년의 시간이 갖는 의미를 어떻게 시각적으로 드러낼까 하는 물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질문에 답을 찾기 위해 100명의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들이 가진 ‘기억의 거울’을 통해 대흥동 성당이 품고 있는 장소와 역사의 다면성을 들여다봤습니다.
대흥동 성당이 간직해온 성당 미술의 아름다움과 본연의 의미를 재해석해보는 전시였습니다. 또한 대흥동 성당이 한 세기를 오롯이 지켜온 공동체의 역사를 보여주는 자리였습니다. 한 공동체가 100년을 쌓아온 선행이 흘러넘쳐 동네와 지역, 세상을 바꾸었습니다.
대흥동 성당은 등대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대흥동 성당 100주년의 정신이 시들지 않고 어둔 밤 등대의 빛처럼 살아있습니다.
전시는 1부-대흥동 성당의 역사, 2부-대흥동 성당의 예술, 3부-대흥동 성당의 사람 등 3개 주제로 구성됐습니다.
1층 전시실. 김경란(마리아) 작가는 12사도 상을 한지로 재해석한 설치미술을 선보입니다. 1963년에 최종태(요셉, 1932~)와 이남규(루카, 1931~1993)가 함께 제작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인 열두 사도를 여섯 명씩 나누어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최종태는 안드레아, 대야고보, 마티아, 타대오, 토마스, 요왕을, 이남규는 바오로, 필립보, 마태오, 시몬, 바르나바, 베드로를 조각했습니다.
특히 ‘대흥동성당 문화인모임’의 1인이기도 했던 이남규는 대흥동본당 신자들이 ‘장군 성모상’이라 부르는 <성모상>과 예수의 수난을 14개의 이미지로 형상화한 <십사처>도 남겼습니다. 1층 현관 캐노피 상단 외부벽면에 설치된 것을 한지에 눌러 그대로 재현 한 작품입니다.
2층으로 오르는 계단에는 대전시민 100인에게 물어본 동영상을 상영되고 있었습니다.
‘붓으로 신앙을 전파하다’란 제목의 작품이 눈길을 끕니다. 대흥동성당 내부의 좌우 벽면에는 화가 신부 앙드레 부통의 작품이 남아 있습니다.
종을 치는 조정형 방지거 모습을 TV 화면에서 만나니 반가웠습니다. 대흥동본당 보좌신부로 머문 ‘두봉 주교’, 가장 낮은 곳에서 마음까지 보듬어주는 ‘식복사’, 대흥동성당 미래를 위해 기도하는 삶을 사는 신자 ‘유동균 미카엘’의 이야기가 담겨있습니다.
1919년도부터 연도별로 대흥동본당이 걸어온 길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1부-대흥동 성당의 역사
1914년 성탄 때 대전에 사는 천주교 신자 3인이 이종순 신부를 찾아오는 사건으로 시작합니다. 1919년 이종순 신부가 대전 지역의 신자들을 위해 대전군 남면 방축리에 10칸 내외의 한옥성당을 마련하는데, 이것이 대흥동 성당의 시작입니다.
1945년에는 마침내 대흥동으로 이전하여 새로운 시대를 열었습니다. 1962년 12월 24일 성탄 전야 미사에서 지금의 대흥동 성당 봉헌식을 가졌습니다.
이후 오늘에 이르기까지 “성당은 도시 한복판에 우뚝 선 건축물로서가 아니라, 이 도시의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대전 원도심을 지켜왔습니다.
2부-대흥동 성당의 예술
‘하느님께서 보시니 참 좋았다’는 성경 말씀처럼 대흥동 성당이 지난 시간 동안 간직해온 아름다운 성 미술품을 관련 아카이브 자료와 함께 소개합니다.
특히 프랑스 위스크 생 폴 수도원(Abbaye Saint-Paul de Wisques)에 보관된 앙드레 부통(André Bouton, 1914~1980) 신부의 유품 속에서 찾아낸 벽화 사진 10점이 영상으로 처음 소개되었습니다. ‘붓을 통한 선교’로 유명한 부통 신부의 벽화는 지금도 성당 내벽에 그대로 간직되어 있어 더 특별한 감동을 줍니다.
이 외에도 성당 앞쪽에 설치되어 있는 12사도 상을 한지로 재해석한 설치미술과 1964년 한국 천주교 전래 180주년 기념으로 제작된 성모상의 미니어처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3부-대흥동 성당의 사람
대흥동 성당의 상징인 ‘성당 종소리’를 들으며 살아온 사람들 100인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그들이 품고 있는 대흥동 성당의 의미와 상징을 되새기고, 성당과의 특별한 추억을 함께 기억하는 공간입니다.
그들 가운데 1955년~1965년에 대흥동 본당 보좌신부로 머문 두봉 주교와 50년 동안 매일 깊은 심해까지 울려 퍼지는 종을 치는 조정형 방지거가 있습니다.
드러나지 않는 낮은 곳에서 사제의 영혼과 육신을 위해 ‘한 끼’를 차렸던 대흥동 본당 식복사, 대흥동 성당의 미래를 꿈꾸며 오늘을 사는 유동균 미카엘까지 ‘특별한 4인’의 이야기도 있습니다.
전시관람은 화요일에서 일요일에서 오전 10시부터 오후6시까지 가능합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문의 : 대흥동성당(042-252-9611), 대전시립미술관(042-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