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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전시ㆍ강연

대전시립미술관 소장품전 <추상 그리고 개념> 1970년대 미술의 흐름

 

새 생명이 움돋는 봄이 시작되었습니다. 3월 시작을 앞서 아쉬움을 잡는 전시회가 있어 관람하고 왔습니다. 바로 대전시립미술관 소장품전<추상 그리고 개념>인데요. 이번 전시는 1월 19일에서 시작되어 오는 3월 11일까지 계속됩니다.

 



대전시립미술관 소장품전은 1970년대에 한국에서 어떤 미술이 있었나를 살펴보는 시간인데요. 1970년대 새로운 양상의 미술이 펼쳐진 획기적인 시기였죠. 왜냐하면 1970년대가 동양 사상과 서양 사상이 미술분야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시점이었기 때문입니다. 색깔을 한 가지만 써서 깔끔하고, 단조롭게 이루어지는 '단색화' 작품 활동들이 폭발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여기서 잠깐! 혹시 모나리자 작품이 얼마인지 알고  계시나요? 모나리자 작품 크기가 그렇게 크지 않는데, 그 가격이 무력 40조 가량 된다고 대전시립미술관 학예사님이 말합니다. 웬만한 작은 나라하고도 바꾸지 않는다고 하네요.

세잔이 그린 '카드놀이하는 사람들'이 얼마인지 아시나요? 3천 6백 억 원이라고 합니다. 작품을 가격에  비길 수 있는냐고 말 할 수도 있지만 그 만큼 예술작품이 갖는 의미를 부각시키고자 한 표현입니다. 
 


▲ 무제 / 이우환                                                                              ▲ 묵고 / 정창섭

 

이우환 작가는  '모노화'로 작품 활동을 했습니다. 이우환 작가는 국내보다 일본에서 더 유명한 작가입니다.  원래 철학을 전공했고요. 철학을 전공하다가 미술 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만나서 다시 미술을 하게 됩니다. 이 시점에 모노화라는 동양미술이 서양 미술사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림을 그릴 때 작가가 머리에 구성하고 계획을 세운 후 현실에 그대로 그리는 것을 그리드라고 하는데요. 이우환은 이런 그리드를 엉터리라고 생각을 한 작가입니다. 왜냐하면 머릿속에 계획을 세우고, 물감을 섞는 과정에서 화학적이 반응이 생기고, 붓을 움직여 캠퍼스까지 그리는 과정에서 마찰과 공기의 저항 바람이 부는 등 외부적인 요소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우환 작가는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많은 요소들을 생략을 하고 두 점으로 표현을 작품을 내놓았습니다.

흰색 바탕은 직접 보는 철학적인 개념보다 동양에서 말하는 보이지 않는 개념의 철학이 더 중요하다는 걸 보여줍니다. 노자와 장자의 사상이 들어가기 시작한 작품입니다. 이것이 일본에서 유행을 하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작가들은 가장 동양적인 부분을 작품에 녹여내기 시작했는데요. 단색화가 1970년대에 불같이 일어나게 됩니다. 

정창섭 작가 또한  우리나라 단색화 모노크롬의 대가입니다. 정창섭 작가는 린넨을 써서 물감이 스며들고 번지는 효과를 냅니다. 캔버스와 물감에게 자율성을 준 것이죠. 동양 사상을 서양미술에 접목했습니다.

 


▲ Burnt umber & Ultramarine Blue / 윤형근                                        ▲ 평면조건 99-113 / 최명영

 

윤형근 작가의 작품<Burnt umber & Ultramarine Blue>은 흥미로운 작업방식으로 탄생했습니다. 작가가 캔버스에다가 평평한 것을 올려놓고 마르기를 기다립니다. 작가가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빈 공간에 조형물과 화학작용이 일어나는데 빈 공간의 여백에서 동양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최명영 작가의 작품<평면 조건 99-113>는 그려내고 긁어내는 작업으로 탄생했습니다. 이제까지 덧칠하고 그리기만 했다면, 이번에는 그려내고 긁어내는 반대 개념의 기법을 선보였습니다.  
 


▲  수상한 혀 / 김춘수                                                   ▲ 섬에서 / 이강소

 

이제까지의 작품들이 추상이었다면 이제는 개념입니다.  김춘수 작가의 작품<수상한 혀>을 살펴볼까요. 작가는 사람들이 쏟아내는 말을 잘 들어보니 마치 푸른 색인 것 같다는 생각에 푸른색으로 표현했습니다. 설명을 들으면 이 작품이 개념적으로 다가오는데, 이것은 작가가 의도한 것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생각을 통해 개념이 잡히는 작품들이 바로 개념 미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강소 작가의 작품<섬에서'>는 일필위지로 그리는 동양화의 느낌이 녹아있습니다. 몇 개 의 풀과 꽃잎을 그렸는데, 작품 제목처럼 섬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생각을 통해 그림을 유추하게 하는 개념적 작품입니다.   



▲ 음 과 양 / 김구림

 

김구림 작가는 퍼퍼먼스 행위예술의 세시봉 출신입니다. 행위예술을 하면서 잡혀가서 고초를 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학교에서도 교수님들에게 미친놈 아니냐는 소리를 듣게 되면서 학교를 그만두고 미국으로 건너가 유명해진 후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김구림 작가는 대학 출신이 아니라 학벌이 없는 미국에서 자기 작품으로 성공해 한국에 들어온 화가입니다. 

작품<음 과 양>은 어떤 사건을 그렸습니다. 조각을 내고, 면을 분할하고, 찢어내고, 하면서 세 개 의 사건을 표현한 작품입니다. 이를 읽어야하는게 바로 관람객의 몫이라고 합니다. 현대미술은 코드라고 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데  TV나 스마트폰의 기능이 너무 많아 사용이 어려워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옛날에는 재현이기 때문에 어떤 재료를 썼는지 아는데, 현대미술은 기술도 발전했고, 재료도 바뀌었죠. 이때문에 코드를 모르면 절대 모르는 것이 현대미술이라고 합니다. 

 


▲ Two Piece / 김용익

 

대전시립미술관은 2가지 전시를 하고 있는데요. 바로 <대전 현대미술의 태동 - 시대정신>과 <추상 그리고 개념> 전시입니다. 이처럼 전시를 기획한 이유는 1970년대의 대전에는 저런 미술 양상이 있었는데, 현대 미술에서는 이런 일 들이 있었다는 것을 보여기 위함입니다. 

대전시립미술관 소장품전<추상 그리고 개념>은 동양적인 것, 보이지 않는 개념의 철학, 캔버스와 물감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창작자의 고뇌와 철학을 느끼게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