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여러 말보다 한 번의 표정과 한 번의 눈빛이 더 많은 이야기를 할 때가 있습니다. 몸의 언어에는 말의 언어를 앞서는 진실함이 숨겨져 있기 때문일까요?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원도심 문화예술의 거리와 우리들공원, 대전평생학습관에서는 몸짓으로 삶을 표현하는 특별한 축제가 열렸습니다. 바로 '2017 대전ART마임페스티벌'입니다.
마임하면 말은 하지 않고 실제로는 없는 벽이나 문, 계단 등이 마치 그 자리에 있는 것처럼 동작과 얼굴 표정만으로 표현한다지요. 하지만 직접 본 적이 없어 무척 궁금했습니다. 게다가 '대전ART마임페스티벌'은 올해로 벌써 9회째를 맞이한다는데, 단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거든요.
하늘이 눈부시게 예뻤던 15일, 원도심 나들이도 할 겸 우리들공원을 찾았습니다.
오후 1시부터 시작한 거리마임 버스킹은 네 명의 마임이스트가 각자 개성 넘치는 무대를 보여줬습니다. 작은 소품 몇 가지와 배경음악만으로 이 많은 관객들을 사로잡았습니다. 대단하지요?
또 아무런 약속없이 관객과 즉석에서 호흡을 맞추기도 했는데요, 열심히 동참한 분들 덕분에 보는 이들 모두 즐거웠답니다.
8개나 되는 공으로 저글링을 하고 신기한 마술에 불쇼까지 보여준 마임이스트는 무대에 난입(?)한 팬과 깜짝 포옹도 했습니다. 남자친구까지 곁에 있었는데, 이 잘 생긴 훈남 배우에게 반했나 봅니다. ^^
버스킹이 끝날 때마다 관객들은 작은 성의를 표시했는데요, 거리공연이 익숙치 않은 아이들에게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예술을 한다는 건, 대개 평탄하지도 풍족하지도 않은 삶을 선택하는 것이지요. 그럼에도 관객들에게 새롭고 실험적인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오늘도 연구하고 있을 이 젊은 예술가들의 앞날에는 꽃길만 펼쳐지길 기원합니다.
본격적인 공연은 높은 무대 위가 아니라 무대 아래에서 열렸습니다. 덕분에 배우와 관객의 거리는 좁히고 무대와 객석이 넘나들어 더 재밌는 시간이었습니다.
첫번째 공연은 지상을 넘어 하늘까지 그 무대로 삼았습니다. 15미터 높이나 되는 고공 크레인까지 동원됐지요. 배우들은 오직 빨간 천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아찔하면서도 환상적인 춤사위를 보여줬습니다.
두번째 공연은 누구나 한번쯤은 겪어보았을 이야기, 아련한 짝사랑의 설레임을 담았습니다. 한 마디 대사도 없이 오직 몸짓과 표정 뿐이었지만, 모두가 주인공을 응원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우스꽝스러운 복장에 짙은 분장을 한 두 배우의 열연입니다. 우리의 옛이야기 속 주인공인 도깨비가 되어 그야말로 신명나는 마당극을 펼쳤습니다.
'2017 대전ART마임페스티벌'은 현대마임연구소 제스튀스에서 마련한 축제인데요. 대표인 최희 마임이스트는 젊은 시절 프랑스에서 공부하고 활동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 페스티벌에서도 마임의 본고장인 프랑스와 일본의 마임 대표팀이 내한하여, 개막식에는 기획공연을, 폐막일에는 야외공연을 보여줬답니다.
특히 이날의 야외공연에서는 다섯 명의 배우가 무대가 아닌 객석에서 등장하여 즉흥연기를 선보였습니다. 또 관객들을 불러내어 숨겨져 있던 느낌을 몸짓으로 표현하도록 이끌어내기도 했습니다. 낯설지만 신기한 무대였지요.
'2017 대전ART마임페스티벌'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대전지역 대표공연예술제로 선정했다는데요, 그만큼 우리 대전을 대표하는 자랑스런 예술축제 중 하나라는 뜻이겠지요?
공감과 상상력을 돋우는 배우들의 열정에 어린이들도 어른들도 힘찬 박수로 화답했습니다.
어둠이 내려앉은 늦은 저녁까지 신 나게 놀았던 '2017 대전ART마임페스티벌'. 열 살이 되는 내년에는 또 얼마나 알찬 프로그램으로 무장하고 등장할까요? 벌써부터 기다려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