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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공연

이런 별난가족 봤어? 연극 곰팡이, 소극장 커튼콜에서

연극 곰팡이

 

저희집 큰아이는 중2입니다. 한껏 몸도 마음도 자라고 있어 예쁘게 커주면 좋으련만, 어찌나 OO 맞은지 북한군도 무서워서 남침하지 못한다는 나이죠.

 

에효  실은 저도 지나온 시절이라, 저 역시 순하게 청소년기를 보내지 않았기에 누구보다 잘 이해해야겠지만, 잘 안됩니다. '그래, 질풍노도의 시기잖아. 엄마니까 받아주고 이해해줘야지.' 싶다가도 막상 아이를 보면 이성상실하기 일쑤죠.

 

헌데, 제 큰아이에 비할 수 없이 강력한 녀석이 나타났습니다. 말 안듣고 속 썩이는 그 녀석, 영민이가 나오는 연극을 소개해 드릴게요. 연극 <곰팡이>입니다.

 

 

연극 곰팡이 표

 

 

제목만으로는 무슨 내용일지 감이 안오시죠? 저도 그랬습니다.

 

<곰팡이-별난 가족의 갈등 극복 프로젝트!!>라는 부제까지 보고 나서야, '가족극이구나!'했지만 그걸로 끝. 가족이야기인데 곰팡이라니, 막이 오르기까지는 극을 예측할 수 없었죠. 공연 시간에 임박해서야 달려간 소극장 커튼콜, 문화강국 대한민국을 소원하셨다는 백범 김구 선생의 말씀이 커다랗게 걸려있습니다.

 

 

소극장 커튼콜

 

 

공연장에 입장하기까지 일행과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휴게공간은 아늑합니다. 이곳에서는 소극장 커튼콜에 올랐던 수많은 작품들의 포스터와 극단 나무시어터 소개를 잠시 볼 수 있지요. 제가 당도했을 때만 해도 꽉차 있더니, 발권하는 동안 다들 공연장으로 gogo!

 

 

연극 곰팡이

 

 

관객들 앞에 펼쳐진 무대는 단순합니다. 무대 양옆으로 낙서가 가득한 벽면과 벤치가 있어 골목길임을, 한가운데에 나무 무늬 장판이 깔리고 소파가 있어 거실임을 알 수 있죠.

 

그래서 공연장을 찾을 때마다 기대하는 것 중에 하나가 무대입니다. 이미 잘 짜여지고 편집된 영화나 TV 드라마와는 달리, 이 한정되고 열려있는 무대에 최소한의 장치와 소품만으로 눈 앞에 바로 그 장소를, 게다가 실내외를 오가며 여러 공간을 그려내다니 신기합니다.

 

 

연극 곰팡이 무대

 

 

고등학생 문제아 영민은 학교에서 짤리고 나이트 삐끼를 시작합니다. 이것도 치열한 경쟁을 뚫고 수시로 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나 오늘부터 오귀남이야. 슈퍼박테리아를 세계 최초로 정복한 박사님의 이름에서 따왔지."

 

영민의 엄마이자 보험왕인 인숙은 남편 남철을 무시합니다. 심지어 업무상 술을 마시고 오는 날이면, 가정폭력을 일삼죠.

 

"내가 누구 때문에 하루종일 발이 부르트도록 일하는데! 뭐, 어쩌고 어째?"

 

한때는 통기타치며 노래하는 훈남으로 동네 최고 미인이자 9살 연상 교회누나를 사로잡았던 남철은, 무능력하고 찌질한 중년 남편이 되었습니다.

 

"아빠가 큰 욕심 없는 거 알잖아. 고등학교만 졸업하자, 응?"

 

 

소극장 커튼콜 연극 곰팡이

 

 

영민의 여자친구 혜림은 맑고 순수한 전교 1등이자 전교회장입니다.

 

"내 주변에 오빠 나이에 일하는 사람 없는데, 진짜 대단해요!"

 

달밤에 출근하는 영민을 꼬박꼬박 배웅하며 사랑을 키우는 혜림이. 와~~ 왜 이런 아이가 영민을 좋아할까요? 제가 혜림이 엄마라면 당연히 뜯어 말릴겁니다.

 

영민이는 나이트 삐끼를 하면서 나름 목표, 욕심, 계획이 생겼는데, 꾸준히 방해하는 사람이 나타납니다. 매일마다 나이트에 출근도장을 찍는 담임 선생님 때문이죠.

 

"야, 학교를 그만 뒀어도, 한번 선생이면 계속 선생이지!"

 

거기에 다리에 철심박은 대가로 새우깡 30개 들어가는 상자에 꽉꽉 채운 합의금을 받아놓고도, 광식이는 시시때때로 나타나 복수의 칼을 갑니다.

 

"야! 왜 자꾸 피해?"

 

 

연극 곰팡이 배우

 

 

달랑 세 식구인데, 어찌 그리 서로에서 손톱세우고 가시돋힌 말만 쏟아내는지. 하긴 영민이네만의 일이 아니겠죠. 유명한 일본 배우 기타노 다케시도 이렇게 말했답니다.

 

 "가족은 누가 보지만 않으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다."

 

가족. 가장 소중한 존재임에도, 가장 많이 상처주고 가장 많이 아프게 하는 존재들이기도 합니다. 차라리 남으로 만났으면 정말 좋은 사이였을지도 모르는데, 아니 차라리 남이라면 다시는 안봐도 됐을텐데, 가족은 그렇게 끊어낼 수가 없지요.

 

 

연극 곰팡이 관람포인트

 

 

하지만 삶의 코너에 몰렸을 때도 모두가 등돌렸을 때마저도, 기꺼이 손 내밀어 안아주는 것도 가족입니다. 그래서 1시간 반이라는 시간동안 소리내 웃고 가만히 눈물도 닦으며, 영민이네를 통해 제 가족을 돌아봤습니다.

 

그래도 가족, 그래서 가족이겠지요. 이렇게 삶을 담아내니 연극을 보고, 다시 삶에서 답을 찾게 되나 봅니다.

 

 

 

 

연극<곰팡이>는 2010년 5월 1일 창단을 한 극단 나무시어터 연극협동조합의 작품입니다.

 

연혁이 짧다고요? 대전에서 20년 이상 공연과 사회문화예술활동을 해 온 활동가들이 모여, 삶과 연극을 같이 나누는 연극공동체로 가꾸고 있습니다. 실력이요? 지난해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에 대전 대표로 출전하여, 연극<철수의 난>으로 당당히 대상인 대통령상과 연출상을 양손에 거머쥔 자랑스런 극단이랍니다.

 

2016/06/27 - [대전문화생활/공연] - 나무시어터 연극협동조합 <철수의난>,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 대상 수상

 

대전 연극계에 나무처럼 뿌리내린다는 의미인가 했더니, 글자 하나하나마다 나(儺푸닥거리)/무(舞춤추다)/시(詩시)/어(語말)/터(攄펼치다)-나무:삼국시대의 극(무극)/시어터(Theatre연극, 관객, 극장)라는 깊은 뜻이 담겼습니다.

 

 

 

 

극단 나무시어터를 통해 2013년, 2014년에 이어 세번째로 무대에 오른 <곰팡이>, 비극적인 현실을 넘어 사랑을 회복하는 이 가족의 이야기는 친구보다는 연인보다는 가족과 함께 보시길 추천합니다~ 내가 살게 하는 이유이자 미워도 고와도 진짜 내 사람들이니까요.

 

 

공연명 :  연극 <곰팡이>
장 소 : 소극장 커튼콜 http://www.curtain-call.co.kr/

 

기 간  : 2017년 4월 25일(화) - 5월 21일(일)
시 간 : 평일, 토요일 오후 8시 | 일요일, 공휴일 오후 5시
휴 관 : 월요일 쉼

 

문 의 : ☏ 042-253-1452(극단 나무시어터) | 042-221-0045(소극장 커튼콜) 

 

관람료

 - 기본가 : 반 30,000원 | 청소년(대학생 포함) 20,000원

 - 할인가 : 일반 15,000원 | 청소년(대학생 포함) 10,000원  

   (온라인 예매 : https://booking.naver.com/booking/12/bizes/21880/items/2392957)

 - 그 밖에도 다양한 할인이벤트가 있습니다.

 

주차정보 : 중구청 무료 주차장이 넓습니다.

대중교통 : 지하철 1호선 중앙로역에서 가깝습니다.

 

 

 

 

그런데 왜 <곰팡이>?  제가 꽁꽁 숨겨둔 그 해답은 소극장 커튼콜에서 직접 풀어보세요.  연극공연은 가정의 달 5월 21일까지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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