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연극계 해가 거듭될 수록 내공이 점점 깊어지며 좋은 무대를 보여주고 있는데, 이번에 극단 셰익스피어가 원도심의 연극 소극장 상상아트홀에서 독특한 주제의 연극을 무대에 올렸습니다.
연극 제목은 황야의 물고기.
제목 황야의 물고기처럼 무대 전체의 느낌도 영화에서 보던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내가 지금 서부극을 보고 있구나'하고 생각하며 앞으로 어떻게 연극이 전개될 지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극 중의 극 밖으로 나와 밀린 원세를 달라고 하는 주인집 아줌마가 등장합니다. 아니, 한참 카드 도박이 진행되며 사기친 것 때문에 총질이 난무하던 중인데 웬 주인집 아줌마?
줄거리를 보면 내용이 이렇게 전개됩니다.
대한민국 어느 도시 하늘 아래, 어느 건물 지하, 테마카페 <서부시대>가 연극의 공간적 배경이라고 합니다. 아하, 그랬군요. 진짜 서부 시대가 아니라 테마 카페 <서부시대>였고 회원들이었어요.^^ 철저한 비밀 속에 멤버십 클럽으로 운영되는 이 카페에 회원들이 모여 각자 서부 시대가 생각나는 영어 이름을 하나 씩 갖고 대본을 써서 서부극을 벌입니다.
무대에 올려 관객에게 보여주는 연극이 아니라 스스로 연극 속의 인물이 되어 한바탕 즐기는 거죠. 낮에는 각자 다른 생업에 종사하다가 테마카페 <서부시대>로 오면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에 몰입되어 신나게 연극 속으로 자신을 밀어 넣습니다.
▲연극 장면-극단 셰익스피어 홍보 사진
밤마다 모여 스스로를 연극 속으로 밀어 넣어 살아간다는 것은, 배우가 관객에게 보여주기 위해 하는 연극과는 다릅니다. 보여주기 위한 연극은 자신을 배역으로 분장하여 '그 배역인 척' 하는 것인데, 스스로 연극을 현실처럼 만드는 테마카페 <서부시대>의 멤버들은 현실이 아닌 허구 속에 빠지며 현실을 망각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백상예술대상에서 상을 받은 드라마<도깨비>의 스타인 배우 공유가 뭔가 상당히 고민하는 것 같았습니다. '2년 동안 여러 영화와 드라마를 찍으면서 거의 모두 히트했는데 자신이 누구로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내용의 이야기를 하는데 좀 우울해 보였습니다. 전문 배우도 그러한데 전문 배우도 아닌 사람들이 연극 놀이를 하다가 현실을 망각하면 현실에 부적응자가 되어 큰 문제가 될 수 있겠죠. 어쩌면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수단으로 택한 상황인지도 모르고요.
그래서 제목이 황야의 물고기일까요? 물이 귀하고 건조하여 흙바람이 활량하게 불어오는 황야에 물고기라니, 상황에 적응하기도 힘들고 어쩌면 목숨이 위태롭기까지 하겠죠.
물론 이 연극 황야의 물고기에 등장하는 사람은, '현실을 망각하는 수준에 빠지는 일반인'을 연기하는 진짜 배우들입니다.^^
연극 황야의 물고기를 본 후 관객이 배우들과 기념 촬영을 합니다. 이 연극은 다양한 개성을 갖고 출연하는 배우가 10명이나 되어 기념 촬영하는 표정도 각양각색입니다.^^
연극 시작 전, 잠시 퀴즈로 워밍업하는 시간에 일단 손을 들고 맞춰보세요. 소극장 커튼콜 무대에 올리고 있는 연극<곰팡이>초대권을 '겟'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연극 황야의 물고기를 감상할 수 있는 상상아트홀은, 대전도시철도 1호선 중양로 역에서 내려 4번이나 5번 출구로 나와 골목으로 쭉 들어오면 우리들 공원과 마주보는 건물, 대흥빌딩 5층에 있습니다.
연극이 끝나고 기념 촬영하고 나오면 우리들 공원에서는 음악과 노래 소리가 들립니다. 그들이 만드는 버스킹도 감상하며 원도심의 문화를 느껴볼 수도 있지요.
예매의 팁을 한가지 드리면, 대전스토리투어에 탐가하면 작은 책자에 스템프를 찍어줍니다. 이 스탬프를 가지고 티켓을 사면 평일의 경우 거의 반값에 살 수 있다고 하네요!
이건 제가 받은 소책자인데 이 스탬프를 이용하여 할인받아 연극<곰팡이>를 보러가려고 해요. 퀴즈 시간에 머뭇거리다가 초대권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잃었거든요. 참고하시고 이용해보세요~!
황야의 물고기 / 극단 셰익스피어 (상상
아트홀)2017.4.26~5.21
화~일 오후 7:30 공연 (월요일 공연 없음)
예약 문의 (인터파크, 위메프) 1899-4429
*이 연극은 (재)대전문화재단, 대전광역시에서 시업비 일부를 지원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