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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상/대전사람들

대흥동 교육문화놀이터 청춘학교 "배움의 한, 여기서 풀어요"

대흥동 청춘학교

청춘(靑春) 만물이 푸른 봄철.

치기 어린 젊음만이 청춘이라 할 수 있을까요? 생의 온 감각을 역동시키려는 어떤 의지만 있다면 물리적 나이를 떠나 청춘(靑春)의 세계로 진입할 수 있다는 주장이 무리일까요?

금 소개할 곳엔 늦은 나이에도 청춘이 되고자 애쓰며 살고 계신 분들의 열정이 있습니다. 그 분들의 배움의 의지가 없었다면 ‘청춘학교’의 설립도 가능하지 못했겠죠. 여기 젊음의 한 계절을 향해 뛰어드는 어르신들이 가진 갈증은 바로 ‘배움’입니다. 배우지 못했다는 ‘한’을 가슴에 품고, 끝없는 배움의 길을 걷고 계시는 어르신들에겐 대전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청춘학교’가 희망입니다.

늦은 오후 4시 반, 마지막 수업을 마치고 나온 ‘청춘학교’ 전성하 교장의 홍조 가득 띤 만면엔 어르신들의 열정이 그대로 전이된 듯 했습니다. 늘 청춘이고자 하는 분들과 함께여서 일까요. 그의 호쾌한 웃음엔 청량함이 있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바쁘신 듯 어르신들이 자리를 털고 일어난 교실에 전성하 교장의 필체가 정겹게 담긴 초록색 칠판이 보였습니다.


청춘학교 교실

'청춘학교' 칠판

▲‘사람들의 스치는 칭찬이나 비난에도 쉽게 동요하지 말고 우직하게 그 자리를 지키라고요.’ ⓒ 사진 권순지


마치 늦깎이 공부를 시작한 어르신들에게 끝까지 배움에 관한 열정을 놓지 말아달라는 당부로 여겨집니다. 

"어머님들 하시는 교육을 <문해교육>이라고 해요. 예전엔 문맹이라고들 표현 했었죠. 그런데 문맹이란 말이 비하조로 들린다는 지적이 많았어요. 그렇게 해서 '문자해득교육' <문해교육>으로 명칭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글씨를 알게 해주는 단계에만 치중했는데, 이제는 일상생활의 기초지식들을 포함해서 교육하고 있어요. 은행입출금, 동사무소증명서 떼는 일등도 가르쳐 드립니다. 그런 것들을 전부 포함해서 '초등학교 중학교 의무교육'까지 어르신들과 함께 하는 교육을 문해교육 범주 안에 넣은거죠."


청춘학교 수업중

▲수업중인 전성하교장과 어르신들 ⓒ 사진 권순지


한 시간씩 버스를 타고...

'청춘학교'에 오시는 분들은, 수업을 듣기 위해 한 시간씩 걸리는 거리도 개의치 않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배움에 대한 목마름으로 타는 듯한 갈증을 지니고 살아온 긴 세월에 비하면 '한 시간 쯤이야'하고 생각하실만도 합니다. 추운 겨울의 칼바람에 꽁꽁 싸매고 나와 주로 버스를 타고 이곳에 도착하신다는 어르신들의 손을 꼭 잡아드리고 싶은 마음까지 드네요.

"신탄진에서 여기까지 오셔요. 유성에서 오고 산내, 진잠에서도 오고. 여기 가까이 계신 분들보다 외곽지역, 멀리서 오시는 분들이 많아요. 한시간씩 걸려서도 오셔요. 버스타고."

어르신들을 위한 교육이 사실 여기 '청춘학교'에서만 진행되는 건 아닌데요. 주변의 다른 곳들을 마다하고 연세드신 분들이 신탄진, 유성, 산내, 진잠 등 거리가 조금 떨어진 지역에서 이곳 대흥동 청춘학교까지 찾아오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시민대학에서 초등학교 과정, 평생학습관에서 중학교 과정을 해요. 3년 다니면 졸업장을 줘요. 거기도 무료에요. 의무교육이니까. 예산을 지원받아 시교육청에서 하는 거에요. 그런데 단점이 있죠. 기간이 정해져 있고, 진도는 나가야 하니까 배우는 분들이 알든 모르든 그냥 가는거에요."

"시민대학이나 평생학습관은 우리처럼 수업을 매일 하진 않아요. 프로그램은 일주일에 두 번씩 하는 형태죠. 기관에서는 제대로 가르친다고 나름대로 노력하지만 연세 드신 분들이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아요. 매일 공부해도 돌아서면 까먹는데 일주일에 두 번씩 나가서 빠른 진도과정을 따라가기가 힘드신 거죠. 특히 30명씩 모아놓고 하는 교육은 이제 막 배움을 시작하신 노인분들에게 맞지 않아요."

전성하 교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니, 갑자기 요즈음 어린 학생들이 떠올랐습니다. 학교의 진도빼기에 급급한 일방적인 교육에 힘겨워할만한 대상은 노인들 뿐만이 아니란 생각이 든 거죠. 이곳 '청춘학교'는 마치 일반학교와 교육에 차별화를 두려고 생겨나는 '대안학교'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평생학습관에서 중학교 과정을 졸업하신 분들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에 다시 이곳에 와서 수업을 함께한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으신가요? '청춘학교'가 그 분들의 배움의 길에 더 따스한 신발을 신겨주었습니다. 기나긴 여정에 춥지 말고 따스하게 천천히 걸어가시라고 말이죠.

노년을 보내는 방식엔 개인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어떤 분들은 복지관이나 문화센터에서 운동을 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악기를 배우기도 합니다. 그리고 '청춘학교'에 오시는 분들은 학교를 다니지 못했다는 '한'과 배움에 대한 큰 욕구와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온 열정을 불태웁니다.

"배우지 못했던 분들의 갈증은 그 누구보다 더 심하죠. 한이 된 거니까요."


청춘학교 전성하 교장

▲ '청춘학교' 전성하 교장 ⓒ 사진 권순지


열정은 가르치는 자에게서 먼저 나온다

목소리가 숙연해지는 전성하 교장의 눈빛에서 잠시나마 불꽃이 보였습니다. 배우고자 하는 분들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선두에서 이끌어주는 학교 수장의 교육에 대한 가치관과 열정이 남다르다는 것에 대해 '청춘학교'가 지닌 아름다움이 더욱 빛을 발합니다. 

어르신들의 배움 의지를 이끌어주고 보듬어주는 장본인인 그가 어떤 계기로 '청춘학교'를 운영하게 되었을까요?

"저는 원래 야학을 했었죠. 96년부터 2010년까지 한마음야학을 했습니다. 그런데 야학이 밤에만 운영하다 보니, 낮에 공부할 수 있는 분들을 놓치는 게 안타까웠죠. 특히 연세 드신 분들은 밤에 다니기도 힘들잖아요. 그래서 낮에 할 수 있는 것을 찾아보자 시도한거죠."

시민들의 후원금으로 운영되는 이 단체의 시작은 '배려' 였습니다. 밤에 움직이기 힘든 어르신들을 위해 설립했다는 단체의 배려에, 한 겨울 손난로 만큼이나 따스한 온기가 전해지는 느낌입니다. 다만, 재정적인 고충과 자원봉사를 하실 선생님들을 구하는 것이 힘들어 애를 먹고 있다는 '청춘학교.' 

부족한 교육봉사자들에 대한 해답을 또 다른 '청춘'에게서 찾았습니다. 바로 학생들이죠.


'청춘'과 '청춘학교' 내부

▲청춘학교의 아기자기한 내부 ⓒ 사진 권순지


두 세대 '청춘'이 만나다

2002년에 만들어진 청소년교육문화공동체 '청춘'은 2005년엔 중구청으로부터 '청소년 문화마당'을 위탁받기도 했습니다. 청소년 어울마당과 광장캠프, 청소년 문화배움터, 청소년 예술난장과 같은 열려있는 현장은 청소년들의 학교 밖 건전한 문화예술활동을 지원한 셈이죠.

이후에는 힙합 페스티벌, 창업프로젝트, 밴드공동체, 문화예술강좌 등으로 시대에 맞게 활동분야를 확장하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청소년들은 더 큰 시각으로 세상과 마주하게 된 거죠. 그러다 2013년에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어르신들을 위해 설립한 '청춘학교'의 '성인문해교실'까지. 이곳은 두 세대를 아우르는 공간입니다.


아기자기한 청춘들의 공간

▲청춘학교의 아기자기한 내부 ⓒ 사진 권순지


이같은 공간을 '청춘학교' 말고도 청소년 교육문화공동체 '청춘'이 함께 한다는 사실은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열정의 청춘공동체들은 세대를 뛰어 넘어 화합합니다. 평일 낮엔 어르신들이 '문해교육'을 받고, 저녁에는 청소년들의 교육문화예술 공간으로 활용되는 이곳. 게다가 청소년들과 어르신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교육의 장까지 열린다고 하네요.

"토요일에 청소년들이 학습봉사를 와요. 첫 시작은 대신고등학교 학습봉사동아리 친구들이 물어물어 온 것 부터에요.그 전에는 그런게 없었죠. 자기들 꿈이 교사인데 어떤 방법으로 봉사를 할 수 있을까요. 물어 오더라구요. 그럼 토요일에 할머니들을 너희가 가르쳐봐라. 그렇게 시작을 했어요. 지금은 대신고 뿐만 아니라 대전고, 대전외고, 동산고, 동방고, 충남여고, 전민고 학생들도 열렬히 참여하고 있어요. 할머니들 뿐만 아니라 초등학생이나 중학생들까지 1대1로 가르칩니다. 과목은 보통 수학, 영어죠. 공부하기 싫은 애들은 사회과목을 주로 가져옵니다.(웃음) 그리고 어느 때는 고2가 고1을 가르쳐주기도 해요. 또 같은 학년인데도 영어를 잘하는 친구가 있으면 영어공부를 어려워 하는 친구에게 직접 가르쳐주기도 하고요."

'청춘학교'엔 짜여진 틀이 없습니다. 학생들이 나눌 수 있는 재능을 제한된 틀에 가두지 않고 마음껏 펼치라 열어둡니다. 교육자의 꿈을 가진 학생들이 자기보다 어린 학생들부터 동급생까지, 나아가 한참 인생선배인 어르신들까지 가르치는 것. 이것이야말로 열린 교육이 아니고 무엇일까요? 

'성인문해교실'의 어르신들은 평일엔 자원봉사 하시는 성인교사의 도움을 받아 수업을 하고, 주말엔 '청춘' 청소년들의 학생이 되어 1:1로 수업을 받는다네요. 청소년들이 자신들의 재능기부를 통해 느끼는 보람과, 그들의 열정이 듬뿍 담긴 가르침을 받는 어르신들의 고마움은 시너지 효과가 되어 '청춘의 장'에 활력을 넣습니다. 두 세대의 만남은 이토록 아름답습니다.


밝게 웃는 전성하 교장

▲ 청춘학교 전성하 교장의 환한 웃음이 '청춘' '청춘학교' 희망에 밝은 등불이 되어주길 ⓒ 사진 권순지


대전 중구청에서 위탁받아 운영해 온 '청춘'은 2015년 위탁이 만료되어 원래의 공간이었던 선화동에서 나와 지금의 대흥동 보금자리로 이전했다고 합니다. 시민들의 후원을 보탬 삼아 다행히도 대흥동에 자리를 마련하여 '청춘학교'까지 운영되고 있지만, 매달 유지해야 하는 비용 때문에 재정적인 고충도 느낀다네요. 청춘학교의 전성하 교장은 그럼에도 밝게 웃으며 속내를 털어 놓습니다.

"그런데... 금전적인 문제보다도 더 바라는 건, '청춘'과 '청춘학교'가 더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는거에요. 아직도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을 몰라서 못오는 청소년들과 어르신들이 많다는 건 참 안타까워요."

청소년들과 어르신들이 자유롭게 교육을 나누고, 청소년들의 다양한 문화예술놀이터로 오래도록 남고 싶은 이곳의 희망은 '관심'입니다. 추운 겨울에도 열정을 불태우는 이들이 있기에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따뜻했습니다. 

청소년 교육문화공동체 '청춘'과 어르신들의 못다한 배움의 한을 풀어줄 '청춘학교'가 밝은 희망 속에서 꾸준히 아름답길 바랍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도 함께 반짝이길 기원합니다.

 

▶장소: 대전 중구 대흥동 452-67 호원빌딩 5층
▶전화: 042)254-2007(청춘학교) / 042)221-7098(청춘)

▶후원안내: http://cafe.daum.net/CHUNGCHUN(청춘)
             http://cafe.daum.net/cjdcnsgkrry(청춘학교)

▶청춘학교<성인문해교실>
-대상: 공부 하고 싶은 대전 시민 누구나
-수업내용: 한글, 영어, 수학, 초등과정, 중등과정, 검정고시 등
-수업시간: 월-금 오전 10시-12시 / 월수금 오후 2시-5시 / 토요일 오전 9시-11시
※초등, 중등 전과목과 컴퓨터 등 원하는 수업 1:1 강의
※대전지역고등학교 교육봉사동아리 'LTE(Leading Teaching Education)' 학생들이 함께합니다.

▶청춘<청소년교육문화공동체>
-대상: 대전지역 청소년 누구나
-수업내용: 연극, 댄스, 작곡 (청소년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교육프로그램 기획)
-수업시간: 월-금 저녁 7시-9시

 

2017/02/02 - [대전문화생활/대전극장-웹드라마] - [영상]대전시가 20대 청춘을 응원합니다! 청춘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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