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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상/대전사람들

계룡문고 이동선 대표 "평생 책 읽어주는 아빠로 살고싶어요"

 

 

"지금 '선물' 받으러 왔사와요.~ 감사합니다!!"

 

"어디에요? 계시면 북카페로 오세요. 책도 읽어드릴게요."

 

 

 

 

정유년 새해를 맞으며 작년보다는 '더 나은 사람이 되자!'는 다짐을 했습니다. 그래서 첫 토요일 아침, 계룡문고로 향했습니다. 개점 시각 10시에 맞춰가다니, 부지런한 스스로가 대견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 곳 북카페에서 따뜻한 '공짜' 차 두 잔을 약속받았거든요.

 

 

 

 

1월 2일 달밤에, 계룡문고 이동선 대표가 운영하는 '10만 그림책 읽기모임 양성-한밭그림책마을학교'라는 SNS에 깜짝 공지글이 올라왔습니다.

 

계룡문고의 활동을 오랫동안 지켜보던 충남 태안의 한 초등학교 교장선생님께서 그림책 주문을 의뢰하셨대요.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싶으시다고요. 참 복 받은 아이들이죠? 아이들 기억에 평생 남을 이 '책 읽어주는 교장선생님'에게 멋진 별명을 지어주자는, '그림책 1권'과 '따뜻한 차 두 잔'이 선물로 걸린 공모전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당첨되었냐구요? 아니요~ 마음 좋은 이동선 대표가 저를 비롯하여 응모한 이들 모두에게 '따뜻한 차 두

잔'을 선물하기로 했답니다. 혼자 오면 쑥스러울까봐 한 잔이 아니라 두 잔이라니, 감동이죠?

 

 

 

 

그래서 겸사겸사, 서점에서 주말을 시작하겠다는 의지 30%, '공짜' 차 두 잔이라는 사심 70%로 계룡문고를 찾았습니다.

 

간밤의 찬 기운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서점은 잠시 후에 둘러보기로 하고 냉금 북카페로 향했죠. 좋은 글귀가 가득한 서점에서 따뜻한 차 한 잔이라니, 이 작은 호사가 행복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서 댓글로 감사인사를 전했습니다.

 

그 분은 저를 몰라도 전 그 분을 알기에, 카페 한 켠에 앉아 있는 이동선 대표를 모른 척 할 수 없었거든요. 바로 댓글이 날아오고, 잠시 고민하다가 다가가서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저와 제 배우자는 이렇게 앉아 또다른 선물도 받았습니다. 늘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만 주던 저희에게 그림책을 읽어주셨거든요.

 

 

 

 

 

이동선 대표는 별명이 많습니다. 책 읽어주는 늑대, 책 읽어주는 아빠, 왜요 아저씨, 까까똥꼬 아저씨, 책게바라, 외계인 아저씨….

 

서점을 찾은 혹은 서점에 초대받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그림책을 읽어줍니다. 그리고 서점을 넘어 대전 어디든, 대전을 넘어 충청도 그 어디든 책 읽어주는 아저씨를 부르는 곳이라면 달려가서 읽어줍니다. 1996년 문을 연 이래로 지금까지, 대전의 서점하면 첫번째로 또 유일하게 손꼽히는 서점, 계룡문고를 사랑하고 찾는 이유겠지요.

 

 

 

 

이동선 대표에게 서점은 책을 파는 곳이 아니랍니다. 놀이터고 학교고 도서관이고 모임장소이고 토론장으로 누구에게나 열린 곳이래요. 이동선 대표에게 책은 상품이 아니랍니다. 작가의 모든 것이 담긴 작품이기에, 서점인으로서 그 감사의 의미로 독자와 작가가 함께 하는 책방 나들이를 마련하는 거래요.

 

이동선 대표에게 서점과 책은 공교육을 살리고 사교육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이랍니다. "책 읽는 아이들은 집중을 잘 하지요. 집중을 잘 하니, 수업을 잘 듣지요. 수업을 잘 들으니 성적이 올라가지요. 성적이 올라가면 선생님도 엄마아빠도 좋지요. 이렇게 좋은 게 어디 있나요?"

 

 

 

 

계룡문고에서는 새 책 뿐만 아니라, 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옛 책도 함께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중고도서 코너는 근사한 이름도 있답니다. 독서등 아래서 책을 읽으며 마음의 양식을 살찌운다는 뜻으로 '노란 불빛의 책빵'이라지요.

 

30여 년 전, 새 책과 옛 책을 함께 판매하는 유럽의 서점들을 보고,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이래요. 게다가 이 곳의 옛 책과 수익금은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쓰이고 있대요. 지금은 시대의 지성, 신영복 선생의 1주기를 맞아 시화가 전시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보다 값싸고 편리한 인터넷 서점이 등장하면서, 크고 작은 서점들이 하나 둘씩 사라졌다는 것을요. 저 역시 그 안타까운 상황에 한 몫을 했기에, 부끄러웠습니다. 부동산업자의 농간에 처음 자리를 지켜내지 못했던 것부터, 전국구 대형서점 교보문고와 중고책 전문점 알라딘의 개점으로 더 힘겨워졌다는 지금까지, 계룡문고가 버텨오고 있는 시간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저 미안하고 미안했습니다. 그 여파로 안타깝게도 '노란 불빛의 책방'이 곧 닫을지도 모른답니다.

 

 

 

 

이동선 대표는 학창시절 공부를 못했기 때문에 서점인이 되었노라 웃습니다. 그러나 이 힘겨운 시절에, 계룡문고가 이 곳를 찾는 모두에게 편안한 쉼터가 되어줄 수 있는 건, 책에 대한 믿음 그리고 대전에서 서점이 갖는 역할에 대한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주인장이 있기 때문이겠죠.

 

 

 

 

이동선 대표는 새로운 구상을 하고 있대요. 서점을 찾는 이들을 위한 작은 생일잔치를 말이죠. 생일을 맞은 지인에게 그림책 한 권 선물할테니, 서점으로 찾아오라고 약속한 일이 계기가 되었답니다. 참 따뜻한 마음입니다. 그리고 어떻게 구체화될지 기대됩니다. 

 

책 읽기의 중요함과 소중함을 강조한 좋은 글들, 누구든 부담없이 챙겨볼 수 있게 듬뿍 듬뿍 꽂아 놓는 자료들까지 한아름 받아 안고서 계룡문고를 나섰습니다.

 

 

 

 

돌아오는 주말은, 계룡문고에서 보내시는 건 어떠신지요? 토요일에는 멀더를 부르는 스컬리 목소리로 익숙한 국민성우 서혜정 님의 낭독콘서트가 열린답니다. 일요일은 '읽요일'이니 아이들 손잡고 가봐야겠죠?

 

 

 

 

책 읽어주는 서점 계룡문고

 

카페 : cafe.daum.net/krbookv

 

페이스북 : http://www.facebook.com/krbookv

 

주소 : 대전광역시 중구 중앙로 119 삼성생명 지하 1층
문의 : 042)222-460
운영시간 : 개점 오전 10시 ~ 폐점 오후 9시

 

 

 

 

 

 

 

  • 우리 대전의 향토서적 계룡문고는 책을 파는 곳이라는 기본 개념보다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를 만들수 있는 정말 따뜻한 공간인거 같아요
    아이들이 어렸을때부터 즐거운날 선물하는날 찾아가는 이곳에서 책선물과 더불어 왜요아저씨께서 읽어주시는 책에 더 감동받고 옵니다.
    계속 우리곁에서 계룡문고가 번창했으면 좋겠네요 그래서 늘 아이들을 키우면서 책읽어주는 아저씨 만나러 가자~ 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 이동선 대표님 이야기를 들으면서, 좋은 걸 오래오래 누리려면 저부터 지키려고 노력해야한다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계룡문고에 아뇨따님도 저도 자주 찾아가요~^^

  • 방성예 2017.01.19 14:25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고혜정 기자님, 포스팅 솜씨가 날로날로 훌륭해지십니다.
    이걸 누가 썼을까~ 하면서 봤더니
    역시 고혜정 기자님이셨군요

  • 셀러 2017.01.30 16:46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여기 서점 정말 너무 좋은곳 인데 내부 까페 사장님이 너무 매너 없어서 실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