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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행/원도심이야기

대전원도심 미식여행 숨은 보물 7곳을 찾아서

 

 

지난 주말까지 대한민국은 <봄 여행주간>이었습니다. 나흘 간의 연휴와 석가탄신일까지, 좋은데 다녀오셨나요?

 

이런 때, 어디갈까 검색만 하던 제게 날아든 반가운 소식 하나!! 대전에서도 한국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아, 누구라도 편하게 나들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다네요! 게다가 봄 여행주간이 지났어도, 6월 둘째 토요일까지 진행한다하니 맘이 놓이시죠?

 

그럼, 저만 따라오세요!! 실은 저도, 대전 원도심 뿐만 아니라 국내외의 공정여행을 기획하는 청년사회적기업 '공감만세' 선생님들 덕분에 잘 다녀왔답니다.

 

 

청년사회적기업 (주)공감만세 http://www.fairtravelkorea.com/

 

대전의 원도심에 대해 잘 아시나요? 저는 대전에 11년째 살고 있어도 대흥동은 성심당, 선화동은 계룡문고 정도만 들러보았답니다. 이런 제게, 원도심의 맛과 멋을 찾는 여행은 대전의 '숨은 보물찾기'였답니다.

 

참, 혼자만의 여행이 쑥스러우신가요? 저도 그랬는데,  그날 처음 만난 일행들과 함께 하면서 유쾌한 기억만 안고 왔답니다. 게다가 일행들 중에는, 이 소식을 듣고 인천에서 울산에서 홀홀단신으로 오신 분들도 있고요, 고향 벨기에와 폴란드를 떠나 한국에서 10년동안 활동 중이신 선교사님들, 한국을 배우고자 6개월간 대전에 머무르고 있는 베트남 공무원도 있었답니다.

 

10여 명 남짓의 인원이 한 팀이 되어 재밌게 다닌 것은, 아무래도 걸린 상품없이도 열심히 했던 팀 대항 제기차기 덕분인 듯 합니다.^^

 

 

숨은 보물찾기 1 - 미은오리 작업실

 

 

 

 

음식점과 주점 사이에 숨어있는 보석같은 도자기 공방을 찾았습니다. 요로코롬 예쁘고 깜찍한 간판 보셨나요?

도자기 디자인을 전공한 주인장 남미은 님의 공간이랍니다. 5년 전,대학원을 졸업하고 저 같은 일반인들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공방을 여셨대요.

 

 

 

 

도예가 님의 도자기 펜턴드에 무지개 색실을 엮어 저만의 목걸이와 팔찌도 만들어 봤답니다. 우리 한글 디자인, 정감있죠? 꿋꿋하게 자기 길을 만들어가는 남 도예가님이 열정이 그대로, 탄탄한 앞길이 되었으면 합니다.

 

 

숨은 보물찾기 2 - 진로집

 

 

 

 

좁은 골목 끝에 위치한 데다 이름도 유명 소주와 같아서, 발걸음하지 않았다면 밥집인 줄 몰랐을 겁니다. 푸짐한 두부두루치기와 탱글탱글한 칼국수, 그리고 고소한 부추전. 아~ 절로 입맛이 다셔집니다.

 

 

숨은 보물찾기 3 - 대흥동 성당

 

 

 

 

미은오리 작업실에서 나와 진로집을 향하는 동안, 대흥동에서만 들을 수 있는 종소리가 낮 12시를 알렸습니다. 1960년 대에 지어진 대흥동 성당은, 살며시 모아 기도하는 두 손을 형상화한 건물이랍니다.

 

그리고 그 곳에는 40여 년동안 한결같이 자리를 지키는 종지기 할아버지가 계시고요. 친구는 신부님이 되셨고, 가난한 형편에 말솜씨가 없어서 할아버지는 종지기가 되셨다지요. 전해 듣기만 해도 그 분의 삶이 가슴에 들어 앉습니다.

 

 

숨은 보물찾기 4 - 성심당 & 서울치킨 & 도시여행자 & 산호다방

 

 

 

 

대전의 맛집하면 성심당이라서, 타지역 분들도 대전역에서 꼭 튀김소보루를 사가시더라구요. 그래서 '숨어있는 보물이 아니겠지.' 하셨죠? 아니요~~ 저도 처음 들은 이야기가 있답니다.

 

성심당은 저녁이 되면 시식빵을 엄청 많이 풀어놓는대요. 배 고픈데 돈이 없어 빵을 못드시는 분들이 와서 눈치보지 말고 많이 드시고 가라고. 없는 이에게도 마음을 다하는 마음, 그 마음이 오늘날의 성심당을 있게 했나 봅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필방'들이 모여있는 골목으로 들어왔습니다. 도시여행자는 여행과 축구를 사랑하는 부부가 만든 공간이래요. 그래서 역시나 여행과 축구를 사랑하는 이들이 많이 찾는답니다. 그런데 이 멋스러운 공간이 조만간 이사갈 지 모른대요. 워낙 건물이 오래되어서 말이죠. 부디 월세 싸고 좋은 공간에서 다시 만나길! 

 

 

 

 

아버지는 중앙시장에서, 아들은 이 필방 골목에서 '서울치킨'을 운영하신다네요. 프랜차이즈 매장에만 익숙한데, 여기서 포장을 하려해도 2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니 얼마나 맛있는지 기대되네요!

 

서울치킨과 마주보고 서 있는 산호다방은 멀리서 보아도 한 눈에 알아보겠습니다. 여기서 퀴즈! 벽화의 바탕은 갈색이었을까요? 하얀색이었을까요? 예~ 건물 외벽은 하얀 타일을 붙였는데, 스웨터 그림을 그리고 갈색으로 바탕칠을 했답니다.

 

그 당시에는 나팔꽃 덩쿨이 벽면까지 올라와 있어서 그 녀석들 살짝 피하고 색칠하느라, 덜 칠해진 흔적이 남은 거래요. 지금은 나팔꽃이 없지만, 그 자체도 산호다방의 이야기이며 역사라서 다시 칠하지 않았답니다.

 

숨은 보물찾기 5 - 문화공간주차 Parking

 

 

 

문화공간 주차, 문화가 머물러 있는 곳이라는 뜻일까요?

 

원래 낡은 주차장이었던 곳이라 Parking이라는 이름의 갤러리가 되었나 했더니, 주인장 박석신 화가의 성 '박'과 현재진행형 'ing'가 함께 결합한 의미도 있다네요. 예술가들의 감각은 정말, 저 같은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릅니다!

 

참, Parking 근처 골목은 그 모습 그대로에 아기자기한 그림이 그려져있거나 조각이 붙어있는데요, '파랑새 프로젝트'를 하면서 이 골목을 지나가던 시민들과 함께 꾸민 거랍니다. 이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재미있네요.

 

 

숨은 보물찾기 6 - 옛 충남도청 & 관사촌

 

 

 

 

지금은 내포 신도시로 옮겨갔지만, 2012년 말까지 충남도청의 역할을 했던 옛충남도청사를 찾았습니다. 이제 이 곳은 1932년부터 2012년까지의 충남도청과 대전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으로 새롭게 태어났답니다.

 

건물의 유리창틀마저 그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했답니다. 도지사실에서 바라다보이는 풍광을 보고 있자니, 이 곳이 복숭아밭이었고 오이밭이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습니다.

 

 

 

 

1938년에 태어나셔서 충남도청사와 대전의 변화를 몸소 겪으며 자라신 도슨트 선생님의 실감나는 설명도 재미났습니다.

1층 근현대 박물관과 2층 도지사실에는 도슨트 선생님들께서 상주하신다하니, 꼭 가족들과 다시 찾아야겠습니다. 저도 직접 잉크에 펜을 써보지 않은 세대인데 아이들에게는 그야말로 신세계였겠네요. 그날도 중학생들이 이 곳을 찾았는데, 어찌나 기특하던지요~

 

 

 

 

그리고 초여름 햇살을 받으며 열심히 걸어다니느라 고단함의 절정에 이르는 순간, 그 고단함을 날려주는 아름다운 골목을 만났습니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져 버렸지만, 제 어린 시절 기억 속에 살아있는 낮은 집들의 골목이었습니다.

 

서로 대문을 마주하고 있는 집들 앞에는 꽤 굵고 키 큰 가로수들이 서 있어서 얼마나 오래된 골목인지 말해 줍니다. 그리고 이 골목의 끝에는 옛충남도지사 공관 자리가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이 마을을 관사촌이라 한다네요. 

 

책에서만 봤던 다다미방과 최신식 욕실까지 1930년대부터 지금까지의 주거문화 변화도 살짝 엿볼 수 있답니다. 이 곳이 소중한 이유 중에 하나는 건물 뒷편의 멋진 정원이랍니다. 왜, 이 곳의 별명이 '비밀의 정원'인지는 직접 가보시면 아실거예요. 참, 주말에만 도슨트가 계시니 참고하세요.

 

 

숨은 보물찾기 7 - 북카페 이데와 딴데

 

 

 

 

아침 10시에 만나 오후 4시까지, 대흥동 골목 구석구석을 열심히 누볐습니다. 우리가 다리 품 팔며 여행하는 동안 우리가 살린 나무가 몇 그루나 될까 자랑스러워하며 마지막 여행지로 향했습니다. 바로 북카페 이데와 딴데. 공정무역 재료만을 공급하는 카페인 이 곳은 월간 토마토라는 대전의 잡지사에서 운영하고 계신대요. 1층 이데는 아기자기한 카페 분위기를 느끼며 , 2층 딴데는 편안하게 책을 읽으며 차를 마실 수 있답니다.

 

바로 이 곳에서 공정무역 카카오 듬뿍듬뿍, 공정무역 원당 적당히 넣어 나만의 시원한 코코아를 만들어 마셨답니다. 네**과 같은 일반 코코아와 달리 공정무역 코코아는 그 향이 정말 좋고요. 원당을 조금만 넣고 물에 타 마셨는데도 달콤달콤하면서 살짝 쌉쌀하고 새콤한 맛도 납니다. 

 

그런데 네** 같은 일반 코코아 제품은 설탕이 훨씬 많이 들어가고 우유에 타 먹음에도 더 달지 않게 느껴진대요. 코코아 본래의 쌉쌀한 맛이 사라져서 설탕의 단맛을 죽이려고 일부러 화학조미료를 또 넣는답니다. 알고 계셨나요? 전.. 아니요..

 

 

제 원도심 문화미식기행이 도움되셨나요?

 

제게는 울림이 많았던 여행입니다. 어디든 나태주 시인의 시처럼, 자세히 보아야 오래보아야 사랑스럽습니다.

 

오늘, 처음 제대로 만난 원도심. 이제 자세히, 오래 보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