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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공연

대전연극 | 배우와 관객의 혼란을 틈타 웃기는 연극 "거북이, 혹은..."


소극장 핫도그에서 이번 주 금요일부터 무대에 올리는 

국제연극연구소, H.U.E.의 창단공연, "거북이, 혹은..."의 프리뷰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이 작품은 일본 홋카이도, 도쿄, 헝가리의 부다페스트, 퍼치, 데브레첸 등 

3개 도시에 오르며 호평을 받았던 작품으로 

정신요양소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시놉시스 

by 커튼콜

(http://www.curtain-call.co.kr/bbs/board.php?bo_table=special&wr_id=53)





정신요양소에 한 의대생이 교육 실습을 받으러 찾아옵니다. 

정신과 의사가 꿈인 그는 이곳에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정신과 박사이자 교수를 만나고. 

박사는 그를 환자로 착각하고 진찰합니다.


"이것은 뭐죠?"


"이것은 빨래입니다."


"아...."




박사는 그에게 정신요양소 안에 자신을 ‘거북이’라고 생각하는 환자가 있다고 알려준 뒤

볼 일이 있다며 방을 빠져나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교수를 사랑하는 동성애자 간호사가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간호사는 그를 ‘거북이’ 환자로 오해하고 그 후 진짜 ‘거북이’환자가 등장하는데...


"난 혈통있는 거북이라고..."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정신과 박사, 


"저 문은 안에서는 코끼리가 밀어도 절대 열리지 않는 문입니다."




그리고 그를 짝사랑하는 간호사, 


"전 선생님이 너무 좋아요...저를 거부하지 마세요~"




자신을 '거북이'라고 믿는 환자,


"내가 더 거북이 같지?"


"아니야, 내가 더 거북이 같단 말이야..."




사랑만이 모든 것을 치유할 수 있음을 믿는 환자,


"사랑은 모든 것을 치유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병은 하얀 벌레 때문입니다. 

그 벌레를 죽여야만 합니다."




그리고 교육 실습을 받으러 온 젊은 의대생. 


"저 문이 닫히니까 왜 이렇게 답답하지?

나 어떡하지?"




연극이 진행되면서 도대체 누가 환자이고 누가 정상인지, 누가 관객이며 누가 연기자인지, 

무대와 객석의 경계선은 순식간에 무너지고 상황은 차차 곤란해집니다.


연극의 의도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나는 누구?", "여기는 어디?" 라는 존재론적 질문이 아니라

"이런 상황은 대체 뭐지?", "내가 무대 위 배우들에게 속은건가?"라는 상황에 대해

고민을 하면서 연극을 보게 하는 것이죠.




작품의 시작은 철학적인 메시지가 심겨져 있는 사이코 드라마의 느낌입니다.




하지만 플롯의 흐름에 따라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갖는 순간, 

누가 정상이고, 누가 비정상인지....

관객으로 하여금 헷갈리게 하는 역전이 현상을 경험하도록 하는 

특이한 구성을 갖고 있었습니다. 




연극의 시작에서 배우들이 서로의 자리를 돌아가면서 앉았다 일어서고

그리고 다시 남의 남의 자리로 가서 앉았다 일어서고

그리고 계속 돌아가는 행위를 통해

서로의 역할이 각각 돌고 도는 것임을 암시합니다. 




연극의 마지막에 와서야 모든 이야기의 전말을 알게 되고, 

관객으로 하여금 웃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드는 반전을 경험하도록 했습니다.

결국 관객이 배우들의 연기를 본 것인지, 아니면 배우들이 관객을 대상으로 작정하고

혼돈을 주기로 한 것인지 고민하게 하는 특이한 경험을 하고 나왔습니다. 


연극을 보고난 후 작품의 포스터에 있는 문구 중 

"유쾌하고 고급스러운 반전 블랙 코미디"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좌로부터 강미현, 민세원, 강미영, 신선희 배우>

이들이 모여 앉아 식사를 하며 나누는 이야기는

이 연극의 결말에 이르게 하는 가장 중요한 장면입니다.


‘옷을 입으니까 편했어’

‘내일은 네가 간호사를 해’


이 작품의 특징은 바로 역전 현상입니다.

무대와 객석, 배우와 관객의 입장이 전이되는 혼란을 틈타는 웃음 말입니다.




그리고 저를 고민하게 했던 한 마디의 대사, 

“저 문은 코끼리가 밀어도 열리지 않는 문이야”




의사 선생님이 학생을 향해

"저 문은 안에서는 코끼리가 돌진해도 절대 열리지 않습니다." 라고 합니다.


결국 학생은 닫힌 문을 바라보면서

외로움과 고독감, 그리고 절망감에 사로잡히기 시작합니다.



결국 ‘저 문은 밀어도 열리지 않지만 당기면 열려’라는

역설적인 해결방법을 작중인물의 대사를 통해 드러내면서

연출가의 의도를 드러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고보면 우리도 시도하지도 않은 채


"해도 분명 안될꺼야..."

"시도해 봐도 어쩔 수 없을꺼야.."


혹시, 이렇게 포기하고 있는 삶은 아닐런지...


"밀어서 열리지 않는다면 혹시 당겨본다면??"

이런 사고의 전환이나 노력도 하지 않은채

그렇게 포기의 삶을 살고 있지 않을런지...


그래서 이 대사는 제게 많은 고민이 되었습니다. 



“누가 정상이고, 누가 정신병자인지 어떻게 알아요? 요즘 같은 시대에...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는 어디까지이며, 

과연 그 경계는 있을까요?

이런 것들을 관객에게 질문하고 싶어요.”


- 박준우 연출에 대한 전은영 선생의 인터뷰 중에서 -

http://daejeon-story.tistory.com/6114





마치 설국열차에서 나온 대사처럼 벽으로 알고 있지만 실은 그것이 문이라는 것을 잊은 채

그 안에서 갇혀 살고 있는 우리네 모습처럼 ‘밀어도 열리지 않는 문’이라는 말에

열어볼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그것을 부정하지도, 인정하지도 않은 채

그렇게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은 아닐런지...




이 특이하면서도 유쾌한 연극은 2015년 3월 20일(금)~ 4월 5일(일)까지

 소극장 핫도그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평일 오후8시, 주말 오후4시 공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