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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공연

[연극 라이어2탄 ] 거짓, 그러나 웃을 수 밖에 없는....





201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희망으로 가득해야 할 새해지만 현실은 유달리 녹록치가 않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잠깐이라도 한바탕 웃음으로의 도피가 필요하신 분이라면

주저없이 연극 라이어 2탄을 추천합니다.







레이쿠니의 라이어 1탄이 나온지 20년이 지나고 드디어 라이어 2탄이 무대에 올랐습니다.



영국의 극작가 레이쿠니의 작품은 특유의 색채가 있습니다.

자신만의 색깔이 있다는 것은 언제나 그렇듯이 고수임을 드러내는 것이겠죠?

레이쿠니의 작품은 언제나 많은 문을 무대에 배치합니다.

또 하나, 막과 막 사이의 전환이 거의 없이 하나의 조명과 하나의 무대로 진행된다는 점입니다.



메리 스미스와 바바리 스미스는 존 스미스를 남편으로 두고 있는 아내들입니다.

다시 말하면 택시 운전을 하는 존 스미스는 두 집 살림을 하는 사람입니다.


문제는 20년간 이 두집 살림을 아내들(?)에게 들키지 않고 해 온 일종의 능력자(?)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연극의 첫 장면은 하나의 무대에서 두 집의 상황을 오버랩 시킵니다.

처음에는 '어? 뭐지?'라고 생각했는데

잠시 후, 레이쿠니 특유의 연출기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같은 무대에서 다른 장소의 이야기를 하나의 장면으로 결합시킵니다.





존 스미스, 메리 스미스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사랑하는 딸 비키 스미스...


메리는 우연하게 인터넷에서 만난 케빈 스미스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케빈의 아빠 역시 자신의 아빠와 비슷한 이름과 직업, 나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신기한 듯이 털어놓습니다.





온라인의 만남은 언제나 오프라인 만남으로 이뤄지는 법인가요?

비키 스미스는 케빈 스미스와 만나기로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빠 존 스미스는 웬일인지 호통을 치며 절대 만나지 말아야 한다고 합니다.

대체 왜 이럴까요?





여기에 스탠리 가드너라는 존 스미스의 친구가 등장합니다.

존 스미스의 집에서 하숙을 하지만 매번 월세를 밀리는 사람이지만

존 스미스와의 의리를 중시 여기는, 하지만 모든 비밀을 알고 있는 인물이죠.


스탠리 가드너는연극을 이끌어 가는 인물입니다.

물론 스미스 역시 그렇습니다만...


이제 존 스미스와 스탠리 가드너는 두 집 살림을 들키지 않기 위해 

본격적으로 일을 꾸미기 시작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거짓말들의 향연(?)이 벌어집니다.

이들의 거짓말 향연을 보는 관객들의 마음 한 켠에는

이들의 거짓말이 들통나지 않기를 바라는 이율배반의 감정이 일어나도록 하는 

레이쿠니의 이야기 진행기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나쁜 짓이지만 들키면 안돼!"라는 생각을 버리는 순간

이 연극의 웃음 포인트는 소멸됩니다.


바꿔 말하면 관객들은 뻔히 들킬 거짓말임을 알면서도 

메리와 바바라에게 들키지 않기를 응원하도록 관객들로 하여금

이들의 거짓말 퍼레이드에 편승하도록 하는 셈이죠.







여기세 또 다른 캐릭터, 바로 스탠리 가드너의 할아버지를 등장하며

거짓말의 또 다른 위기가 부각됩니다.

알츠하이머, 혹은 치매로 추측되는 질병에 걸린 할아버지의 능청스러운 거짓말 동참은

관객들로 하여금 폭소를 자아내게 합니다.






다른 장소에 있지만 같은 장소에 있는 것 같은 연출,

이 하나의 장면은 할아버지가 평범한 캐릭터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레이쿠니의 작품은 보통 개인기나 말주변으로 웃기게 하지 않습니다.

웃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고 

관객들로 하여금 웃을 수 밖에 없도록 만듭니다.


영국 희극의 특징이라고 해야 할까요?


요즘 코메디를 보면 개인기나 언어유희로 사람을 억지로 웃게 하지만

레이쿠니의 작품은 우리가 익숙했던 웃음 코드를 살짝 빗겨갑니다.






이제 연극의 대단원에 이르렀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거짓말은 들통나는 법입니다.

이 연극의 특성상 거짓말은 들통이 나야 끝을 맺습니다.


들키기 않기 위해 스탠리와 함께 수 많은 거짓을 뿌려보지만

결국 진실 앞에서 무기력하게 실체가 드러납니다.


두 부인은 같은 남편을 두고 있었음에 실망과 좌절과 배신의 감정을 드러냅니다.






하지만, 이 연극은 존 스미스와 스탠리 가드너의 거짓말의 들통으로 

진실은 승리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드러내는 것으로 끝내지 않습니다.


여기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반전...

이 반전은 관객들로 하여금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합니다.


다만 적어도 제게는  존 스미스의 거짓된 20년의 삶을 정죄하지도, 

그렇다고 합리화 하지 않습니다.

아니, 그렇게 정리할 수 없는 결말입니다. 





1시간 넘게 쉴 틈 없이 무대에 쏟아져 버린 거짓말들을 수습하는 것은 관객의 몫입니다.


다만 관객으로 하여금 이 난장판이 된 거짓말의 무대를 통해

단순하게 웃고 즐기는 것으로 끝내버리게 하지 않는 것은

 배우들이 무대에서 보여준 쉴 틈 없는 땀의 의미가 크기 때문입니다.



2015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하며 국민에게 희망을 주려했던 정부,

하지만 정초부터 벌어진 일련의 행정(담배값 인상, 자원외교 실패, 연말정산 혼란)들을 보며

거짓말로 치부하기엔 너무 속상합니다.




라이어2탄을 보며 수많은 거짓들이 어떤 의미에서든 합리화 될 수 없으며

겉으로는 웃고 즐기는 연극이지만

속으로는 그 웃음에 완벽하게 동의할 수 없는 이율배반의 감정을 느낍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연극이 진행되는 동안 멈출 수 없는 웃음은

잠깐이지만 현실을 잊고 아무 생각없이 고민을 털어버리게 하기에 충분합니다.






아무 생각없이 웃음으로 잠깐이나마 현실의 고민을 털어버리기 딱 좋은 연극,

영국의 극작가 레이쿠니의 "라이어 2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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