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전통나래관 기능 무형문화재 전시
설경(說經), 손끝에서 피어나다 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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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촌동에 있는 무형문화재 전수회관에서 예능 부문은 남기고 기능 부문이 분리되어
전시와 전수을 위하여 올해 개관한 곳이 소제동에 있는 대전전통나래관입니다.
그 전통나래관에서 6월 15일까지 대전무형문화재 2호 앉은굿(설경) 전시가 있습니다.
지금은 생활 속에 토속적이고 민속적인 요소들이 많이 사라져서
'설경'전시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얼핏 생각난 것이 '눈 쌓인 경치' 였습니다.
전시장엘 가보니 '앉은 굿(설경)'이라고 되어 있고 한자를 확인한 후에야
'경을 이야기한다'라는 의미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전시는 대전무형문화재 제2호 앉은굿(설경) 보유자인 송선자 선생의 작품으로,
사람이나 자연의 형상, 글씨 등을 응용해 만든 각종 무늬의 작품 30여점을 작품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설경(說經)이란?
설위설경(說位說經)의 줄임말로, 대전·충남지역의 굿에 쓰이는 무의식구(巫儀式具)로,
중요한 장식품으로써 사용하는데
한지 등의 종이를 바탕으로 무의 상징적 의미를 문양화한
하나의 장식물이자 신앙적 의미가 담긴 굿 도구를 말한답니다.
현 기능보유자인 송선자 선생은 스승인 황하청 법사로부터
15년간 설경과 앉은굿을 전수받아 무형문화재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스승인 황하청 법사가 사망한 후에 대전·충남 앉은굿 보존회를 통해 기·예능 전수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답니다.
충청도지역은 계룡산을 중심으로 무속의 기운이 강하다는 곳인데
법사가 있어서 앉은 굿이 오래 전부터 발달하였다고 합니다.
법사는 무신도를 대신하여 설경을 걸고 북장단에 맞추어 경을 읽는 굿을 하는데,
'충청도 양반'이라고 하듯 충청도인의 점잖은 기질과도 통하는 점이 있습니다.
이렇게 앉아서 앉은굿을 하는 경우는 양반굿이라고 하여
한복에 두루마기입고 갓을 쓰고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합니다.
충청도 굿의 전반적인 경향이 이렇다보니,
신내림을 받은 경우에도 타 지역의 강신무처럼 선굿을 하기보다는
독경을 하며 앉은굿을 하는 법사도 많은 것이 충청도 지역 무속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익숙하지 않은 내용들이라 이 전시를 본 뒤에 여러 사전을 찾아 보았습니다.
작품으로만 보아도 참 예쁘게 보입니다.
설경이란, 경을 이야기한다는 뜻보다 넓은 의미로,
굿을 하는 곳에서 종이로 꾸며 장식한 곳을 말하기도 한답니다.
한지를 가위나 칼로 오려서 신령이나 보살의 모습, 부적, 꽃무늬 등을 표현하여
무속신앙에서는 잡귀를 잡아 가두거나 천도를 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굳이 무속의 의미가 아니더라도 종이를 오려서 예쁜 문양을 만드는 놀이는 어릴 때 많이 해봤고,
중국에서는 종이 오려서 예술 작품을 만드는 분야도 따로 있을 정도인데요,
요즘도 창의력 발달이나 미적 감각 키우는데 좋다고
어린이들이 색종이로 접기도 하고 오리기도 하며 놀기도 하잖아요~
서울의 고궁박물관에서는 궁중 채화전이 열리고 있는데,
궁중에서는 생화를 키우고 잘라서 쓰기보다
비단, 모시 등을 염색하여 기가 막힌 아름답고 품위있는 꽃(채화)을 만들어서
궁중이나 연회 자리를 장식했다고 합니다.
설경 또한 그런 장식과 부적을 위한 서민적인 표현이 아니었을까 생각됩니다.
한지 가격이 만만찮아도 궁중에서 사용한 비단보다는 가격이 낮았을테니까요.
참, 그런데 종교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면
비단보다는 종이가 더 정신세계를 표현하는데 적합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함께
'신을 모시는' 입장에서 나름대로 정성과 최선을 다한 표현이었을 것이라는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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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도시철도를 이용하신다면, 지도에서 보는 것처럼 5번 출구로 나가시지 말고
대전 역사로 올라가서 동광장으로 건너가는 구름다리를 이용하실 것을 권장합니다.
제가 5번 출구로 나가봤는데, 대전 기차역의 철로 지하로 건너는 긴 지하 통로가 좀 을씨년스러웠거든요.
대전역 동관장 주차장을 통과하면 왼쪽으로 보이는 건물이 대전전통나래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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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무형문화재 전시-설경, 손끝에서 피어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