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은 항상 맛집을 소개하는 일에 대해 늘 머뭇거리는 성격이다.
왜냐하면, 본인의 식성이 "맛있다"와 "못 먹는다"의 딱 2가지 뿐이기 때문이다.
그런탓에 맛집이라고 소개를 하는 일은 별로 없다.
그런 성격의 소유자가 조심스럽게 맛집에 대해 포스팅을 하려고 한다.
미식가도 아니고, 그렇다고 음식점을 매번 돌아다니는 것도 아니지만 이 집 만큼은 알려드리고 싶다.
물론, 이미 이 식당은 잘 알려졌을지도 모른다.
점심시간에 이 집을 한번 찾아와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메뉴도 아주 간단하다.
그냥 육개장이다.
다만 별명이 하나 붙어 있다.
"파개장"
파가 많이 들어 있다는 이유다.
뒤적거려보면 온통 파 천지이다.
그렇다고 파만 들어있나? 아니다.
고기도 제법 들어있다.
다만, 주문전에 옵션주문을 할 수 있다.
"파만 넣어 주세요"
"파를 좀더 많이 넣어 주세요"
이 옵션주문은 오로지 파에 대한 주문이다.
식당을 들어서면서 단골들이 외치는 말 한마디....바로 "파 듬뿍 넣어 주세요"...
본인은 이 식당에 들어서면서 항상 주인 할머니께 외치는 말이 있다.
"봉지 10개 넣어 주세요"
봉지? 웬 봉지???
이 봉지...바로 파개장, 아니 육개장을 봉지에 냉동으로 해서 판매를 한다.
이 봉지 육개장은 우리 집 최고의 메뉴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살고 있는데,
이 봉지 육개장 하나면 부모님, 아내, 아이들 모두에게 최고의 메뉴가 된다.
이 냉동 봉지를 냉장실에 두었다가 냄비에 하나를 뜯어 넣고,
물을 살짝 더 넣어주면 봉지 하나에 2-3명 정도의 한끼 식사로 충분한 분량이다.
예전에는 인터넷에서 판매도 했다는데, 요즘은 그만 두었다고 하는 것 같았다.
다만 거리가 멀어 자주 가지 못하고 있다.
대전시 동구 삼성동에 위치해 있으니...맘 먹고 가야 할 거리...끙~~!!!
하지만 오랜만에 들리면 꼭 10봉지씩 구입해서 가져온다.
항상 그렇듯이 역사가 있는 집은 식단과 더불어 외형이 화려하지는 않다.
반찬이라고는 양파무침...
깍두기...
그것이 전부다.
사실, 육개장에 깍두기 하나면 끝이긴 하다.
잘 익은 깍두기 하나에 육개장 하나면 여기에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하늘을 향해 우뚝 서 있는 간판...
그 뒤로 얽히고 섥혀 있는 전기줄이 동네의 복잡함을 대변해 준다.
사실 그렇다.
이 식당을 찾아 오려면 웬만한 용기가 아니고는 차를 식당 앞까지 끌고 오기란 쉽지 않다.
일방통행이 복잡하게 꼬여 있고,
게다가 주차장이라고는 식당 맞은편에 있는 삼성동 구세군 교회의 좁다란 그것이 전부이니...
하지만 이렇게 얽히고 섥혀 있는 인생사처럼 주차 문제 또한 그러하지만,
그런 복잡함을 뒤로 하고 동네 한 구석에 차를 세워두고 들어오면
그 복잡한 심정은 아주 단순한 감정으로 바뀌게 된다.
바로 "포만의 행복감"이다.
이것이 이 식당 최고의 메뉴인 육개장이다.
이 육개장에 밥 한공기를 말아 넣으면 뚝배기 하나 가득 넘쳐난다.
주인장 할머니의 인심인 모양새다.
식사를 하러 들어갈 땐 잘 보이지 않던 간판이,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 보인다.
허름하다.
가서 페인트라도 칠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식사를 하러 들어갈 땐 몰랐던 또 하나가 보인다.
무언가로부터 보호하려는 양 쇠창살로 보호해 놓은 작은 창문 사이로
그저 투박하기 그지 없는 철사로 묶어 놓은 현수막...
자세히 보니 월평점을 오픈한다고 하는데, 했을 것 같다.
12월말 이라는데, 해가 바뀌고 처음 들렸으니....
대전일보 근처에 있다.
한번 들려봐야겠다.
이제 삼성동까지 오지 않아도 되려나보다.
그런데, 항상 분점에 대한 걱정은 "본점만큼 맛이 날까?"이다.
여하튼, 한번 이 곳도 들려봐야 겠다.
37년 전통, 해가 바뀌었으니 38년...
육개장...
그 육개장의 진한 국물 한 그릇에 밥을 말아 먹고 나오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별로 없어진다.
그 무엇으로 진한 국물의 육개장에 밥 한그릇의 행복감을 표현할 수 있을까?
어휘력이 부족한 탓으로 돌린다 치더라도 쉽지 않은 고민이다.
이 고민을 여러분에게 넘겨보려 한다.
한번 발그스름하게 우려진 진한 육개장 국물에 뜨뜻한 밥 한그릇을 말아 뚝딱 먹어치운 후에
그 공허함을 달래준 포만감에 대해 정의를 내려보시라.
이제 나는 내일 아침에 나올 봉지 육개장 한 그릇의 행복을 상상하며 잠을 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