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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상/일상다반사

대전 무대 소설 '하린' 민명기 작가와의 만남, 독서동아리 쏘울카페

민명기 작가의 소설 「하린」에서 주인공 하린이 유학간 외동딸 은기 내외를 위해 미국으로 땅콩 한말을 보냈다는 일화가 나옵니다. 이 일화를 떠올리며 일행중 한사람이 "남편이 미국으로 유학을 갔을 때 소고기 육포를 해서 보냈지 뭐야..."라고 지난 에피스드를 말해 거기에 모였던 사람들이 다함께 깔깔대며 웃었지요. 장편소설 「하린」의 저자 민명기 작가와의 만남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민명기 작가와의 만남은 시종일관 유쾌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지요.

 

소설 「하린」의 저자 민명기 작가와의 만남은 대전평생교욱진흥원이 주최, 독서동아리 쏘울카페 주관으로 10월 10일 대전시청자미디어센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화여대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민명기 작가는 창덕여고 시절부터 문학소녀였다고 합니다. 유학 간 남편을 따라 미국에서 생활하던 젊은 시절 한국일보 LA지사에서 주최한 신춘문예에 단편소설이 입상한 적은 있지만, 그동안 바쁜 일상 때문에 글쓰기는 엄두를 못내다가 일흔이 넘어서야 작가가 되었다고 하지요. 장편소설 「하린」이 그 첫 번째 작품이구요.

 

고종황제의 외가이며 명성황후의 집안이기도 한 여흥 민씨의 가계에서 태어난 민명기 작가는, 어릴 적 집안 어른들로부터 들은 많은 이야기들을 소설로 옮기고 싶은 꿈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

 

장편소설 「하린」은 민명기 작가가 직접 겪은 삶을 재구성한 작품으로, 작가는 "왕조의 몰락과 양반계급의 붕괴, 가혹한 전쟁과 함께 밀어닥친 변화의 물결은 사람들의 삶의 뿌리를 송두리째 흔들어놓았으니, 특히 몰락한 왕가와 인연이 깊었던 가문의 여인들의 삶은 더욱 가혹한 것이었다. 그 여인들의 삶의 모습을 그들의 언어로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여름에 태어난 기린‘이라는 뜻의 아름다운 이름을 가진 여인의 험난한 삶의 여정을 그린 소설 「하린」의 줄거리를 요약해 보았습니다.

 

하린은 고모인 정화당과 궁녀인 강시의 손에서 자랐습니다. 정화당 김씨는 왕비로 즉위는 하지 못했으나 왕실의 법도에 따라 간택된 고종의 마지막 아내이지요. 하린은 고모 정화당의 뜻에 따라 열다섯 나이에 얼굴도 모르는 남자와 약혼을 합니다.

 

신랑감은 당대의 명문이었던 여흥 민 씨가의 종손 민병수. 그러나 신랑감 민병수는 몰락한 집안 형편을 이유로 결혼을 회피하다가 하린의 편지를 받고 8년만에 결혼을 하게 됩니다. 그러나 8년을 기다리다 어렵게 이루어진 두 사람의 결혼은 4년만에 허무하게 끝나고 하린은 스물일곱에 청상과부가 되지요. 하린은 세살짜리 딸 은기와 시어머니, 시누이 여자들만 남은 집안의 생활을 책임져야 하는 운명에 놓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6.25전쟁이 터지고 하린네 가족은 대전으로 피난을 떠나고 피난지 대전에서 버선을 만들어 팔아서 생계를 유지하게 됩니다. 이때 시장통에서 카메라 가게를 하던 한기범을 만나 잠시 사랑에 빠지지만 명문가 종부의 삶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하린은 그 사랑을 받아들일 수 없었지요. 그림의 모델이 되어 달라는 한기범의 부탁을 마지막으로 들어주고 그로부터 숨어버립니다.

 

이후 명문가 종부의 역할에 충실하며 바깥세상과 담을 쌓은 채 조용히 살아가지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결혼하고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던 딸 은기가 하린의 유품을 정리하며 한기범의 존재를 알게되고 어머니의 젊은 날의 사랑도 알게 되지요. 열정과 소망을 태워버리고 재만 남은 어머니를 회상하며 딸 은기가 삶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며 이야기는 끝을 맺습니다.

 

 

실제 작가의 어머니를 형상화한 소설 속 주인공 하린은 몰락한 양반가의 여인들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해 주지요.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조선 왕조 말기, 해방과 6.25전란, 그리고 60년대를 관통하는 시기의 여인들의 의식의 변화와 변화하는 삶의 모습, 그리고 이제는 잊혀진 언어와 풍속, 옛복식, 없어진 동네와 정겨운 골목들, 역사속으로 사라져간 많은 것들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작가와의 대화 공식 일정이 끝나고 아쉬워서 따로 티타임도 가졌답니다. 소설 「하린」은 피난지 대전에서의 삶을 그린 작품으로 대전의 지명이 유독 많이 등장을 하는데요. '2019년 대전 방문의 해'를 기념하며 대전을 무대로 한 문학 작품 속 지명을 순례하는 것도 재미있을 거란 의견도 나누었지요.

 

소설 「하린」에는 대전역 지겟군 거리, 버선 팔았던 중앙시장, 중앙시장통 먹자거리, 피난가서 살았던 석교리 마당 넓은집, 사라니 놋화로 얻어온 집, 흑석리 홍진사댁, 짧은 사랑이 머물던 대전 근교 산사 봉선암 등 많은 지명이 등장하지요. 이 코스를 연결하여 "울엄마 하린의 길"이라 명하고 함께 탐방해보자는 탐방 계획도 세워 보았습니다.

 

소설  「하린」뿐 아니라 문학 작품 속에는 대전을 무대로 한 작품들이 꽤 있는데요. 국문학자를 남편으로 둔 동문 회장은 3년전 대전문학관에서 조사한 '문학작품의 공간으로서 대전'이 쓰여진 자료를 제게 보여주었습니다. 사진 속 프린트물이 그것인데요, 한빛탑, 계족산등에 관한 시 몇편, 산문속에서 언급된 목척교등등... 많은 지명이 등장하지요. 이 지명들을 엮어서 문학탐방을 하는 건 또 어떨까요? 멋질 거 같지 않나요?

 

작가와의 대화를 주관한 독서동아리 쏘울카페는 지난 3월에 20명의 멤버를 시작으로 창단되었습니다. 60년대부터 80년대 학번이 골고루 섞인 시니어 독서클럽으로, 평생교육의 일환으로 독서를 통한 노년의 건전하고 행복한 생활을 추구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요. 지난 4월에 대전평생교육진흥원의 '2019년 독서동아리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구요. 대전시청자미디어 센터를 대관하여 매월 두번째 주 목요일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독서동아리 쏘울카페는 충남대 국문과 퇴직하신 김병욱 교수님의 지도하에 구성원들이 읽고 싶은 책들을 추천하며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회원들은 학창 시절 이후 긴 세월을 주부로 또는 워킹 맘으로 바쁜 일상에 쫒기다 본인을 위한 시간이 부족했지요. 그래서인지 쏘울카페 회원들은 모두 글자에 목 말랐던 사람들처럼 열심히 읽고 참석하고 있지요. 그리고 함께 점심도 먹고 수다도 떨다 갑니다.

책은 혼자 읽으면 사유, 함께 읽으면 공감과 소통이라고 하지요. 독서동아리에서 책을 통한 내면과의 만남, 좋은 사람들과의 공감과 소통, 수다를 통한 마음의 정화까지 누릴 수 있습니다.  대전에 좋은 독서동아리가 많이 있으니 여러분도 함께 참여해 보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