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동물원의 동물을 구경하는 건가? 동물이 거꾸로 인간을 구경하는 건 아닐까? 동물원에서 혹시 이런 생각 해 보신 적 있나요?
대전테미에술창작센터에서는 박용화 개인전 <비인간적 동물원>이 열리고 있어요.
작가들의 주거와 작업실을 지원하는 레지던시 공간, 테미예술창작센터 5기 입주작가인 박용화의 개인전인데요. 전시실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철창이 독특합니다. 그 철창 이름은 'Human Cage'예요.
사냥터가 된 동물원(왼쪽), 배설
죽은 새와의 춤(왼쪽), 불안이 담긴 동물원
그 안에 전시된 그림에는 사람도 있고, 동물도 있는데 모두 죽거나 고통 받거나 무기력한 모습이에요. 우리 안은 인공자연의 모습이라고 합니다.
맹수 따라잡기
'인간 우리'의 철창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정면으로 맞닥뜨리는 그림은 '맹수 따라잡기'예요. '인간 우리 입구'는 이렇게 표현했네요. 한 때 집집마다 대문에 이런 문고리를 달았던 기억이 나네요.
인간우리 입구
위 그림은 왼쪽부터 '예고된 죽음을 품은 동물', '늑대의 죽음', '녹색 물감을 먹은 동물', '우리(cage) 안 진열된 내면'입니다.
녹색 물감을 먹은 동물
다음 그림들은 시리아의 버려진 동물들이라고 하는데요. 시리아에는 오랜 내전으로 도시를 떠나며 방치돼 죽어가거나 총을 맞아 죽은 동물들의 사체가 길거리에 널브러져 있다고해요. 동물원의 동물들마저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하지요. 그런 모습들을 그린 것 같아요.
갇히고 버려진 동물
우리 바깥쪽에는 끔찍한 모습을 외면하기라도 하듯 '눈을 감은 관람자'들의 얼굴이 있네요.
눈을 감은 관람자
박용화 작가는 어렸을 때 자주 갔던 동물원의 모습과, 성인이 돼 바라본 현재의 동물원에서 느끼는 감정이 너무 달랐다고 해요.
어렸을 때는 귀엽다거나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며 구경을 했었는데, 지금은 '야성을 잃고 인공적인 공간에 갇혀 무기력한 모습만 눈에 들어온다고요.
박용화 작가
그리고 동물원을 점차 현대사회의 모습에 비춰 보게 되었다고합니다.
박용화작가는 말합니다.
"현대사회에서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안전한 콘크리트 우리 안에 들어가 생활하고 있어요. 불규칙한 자연보다는 인공적 자연에 편안함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안락함 속에서 점차 각자의 본질을 잃고 획일화 되어가는 모습을 보이게 됐습니다."
작품을 감상하기 위해 '인간 우리'로 들어가는 느낌은 어떤지, 그 우리 안에서 밖을 내다보거나, 밖에 있는 사람이 우리 안의 나를 바라볼 때 어떤 느낌일지 상상해 보면서 작품 하나하나 감상하면 좋을 것 같아요.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 박용화 개인전 =
비인간적 동물원 - 갇히고 버려진 동물들
일 시 : 2018. 5. 10(목) - 18(금) 10:00-18:00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대전광역시 중구 보문로 199번길 37-1
관람문의 : 042-253-9810~3
2018 대전광역시 소셜미디어기자 조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