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가야할까?"
"학교생활이 힘들어요."
"엄만, 나를 너무 몰라!"
띵가띵가 놀면서 고민도 해결하는 <청소년 책 전시회>가 오는 5월 31일까지 계룡문고 책 갤러리에서 열립니다.
전시를 둘러보며 학창시절이 생각났습니다. 고등학교 3년 내내 공부보다 마음 속 1순위였던, 이름도 음악도 각양각색인 인디밴드들과 때 묻은 소설책들. 그들의 음악과 글을 접하며 사춘기의 감성을 키워나가고 성적은 곤두박질쳤던 아슬아슬 학창시절.
절대 돌아갈 수 없는 그 시기를 돌아가라면 나는 공부를 코피 터져라 열심히 하게 될까. 아님 음악과 한 몸이 되어 그 시절 홍대 소공연장을 누비고 있을까. 아지트 같던 도서관에서 소설책에 코를 박고 있을까.
잠시 갈등해보지만 당장 결정하지는 못하겠죠. 그냥 그 때 공부도 좀 하면서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다녔어야 했을까요.
우연히 접한 어느 인디밴드의 음악에 삶이 매료되어 줄곧 가라앉아 있던 내 모든 것이 흥분되어 있는 시절이었습니다. 또 이야기가 있는 소설이 좋았고,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바다에 자주 빠졌습니다.
꼭 글을 쓰고 싶거나 음악을 하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그들이 하는 음악과 그들이 쓰는 글과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하는 그들의 삶이 그저 좋았습니다. 꼭두새벽부터 밤늦게 까지 학교에 갇혀 있다가 다시 독서실에서 자고 일어나 등교했던 답답한 삶의 탈출구였습니다.
좋아하는 어느 인디밴드의 기타리스트 겸 보컬이었던 그는 간혹 밴드 홈페이지에 일기처럼 글을 썼습니다. 어떤 날, 업데이트 된 글의 단 한 줄이 눈에 박히고 마음에 꽂혔습니다. 탈출하듯 책과 음악에 빠져있었지만, 원하던 상위권 대학에 갈 수 없을 것이라는 자조가 뒤섞인 슬픔은 꼭꼭 잘도 숨어 있다가 그 단 한 줄로 인해 튀어나왔습니다.
좋은 대학에 갈 수 없을 것이라는 예감. 나에 대한 실망.
불행해질 것이라는 절망을 싣고 그렇게 친구들 사이에서 독서실 책상에 유행처럼 번진 낙서.
어른이 된다는 건 참 슬픈 일이야.
공부를 더 잘하지 못하고 어영부영 점수에 맞춰 대학을 갔습니다. 졸업 후에도 직장 생활 중에도 결혼 후에도 끊임없이 나를 찾아 헤매다 뒤이어 결심하고 조금씩 원하는 것들을 하며 삽니다.
슬프지만 어른이 되긴 됐습니다. 솔직히 진짜 어른이 된 건지 아직도 어른이 아닌 건지 그건 모르겠습니다. 어른의 기준이 무엇인지도 사실 결정내릴 수 없다. 다만, 나이를 먹어 가며 슬픈 걸 보니 지금 내가 흔히들 말하는 어른이 되긴 된 것 같습니다.
그 때의 저처럼, 어른이 되는 것이 두려운 나보다 어린 소년 소녀들에게 이 전시를 권하고 싶습니다. 마음껏 두려워하고 마음껏 슬퍼하라고. 울고 싶을 땐 울어도 보고, 또 마음껏 꿈꿔도 보라고.
띵가띵가 놀면서 고민도 해결하는 청소년 책 전시회
▷ 4.11(수)~5.31(목)
▷계룡문고 책 갤러리
▷10AM~9PM
▷청소년의 진로 고민 해결에 필요한 다양한 책,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 전시
▷청소년,학부모를 위한 상담프로그램 진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