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서 활동하는 독립영화 배기원 감독이 대전사람들과 함께 찍은 대전의 영화!
<나는 원래 대전에서 로맨틱 코미디를 찍으려고 했었다.> = 대전로코
요즘 대전에서 많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이 이루어지지만 장소만 대전이고, 영화에 뜻을 품지 않는 한 지방에선 엑스트라의 기회조차 쉽게 접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닌데요.
두 해 전 관저동 청소년들에게 단편영화 제작을 가르쳐 주었던 배기원 감독이 지난해 5월 <인터뷰-사죄의 날> 단편영화로 '2017년 칸 영화제'에 초청 받았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런 그가 또 다른 독립영화 <대전로코>를 준비해 가서 칸에서의 장면들을 찍어왔다고요.
영화 완성을 위한 제작비 마련 소셜 펀딩에 성공해서 SNS를 통해 종종 영화 촬영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요.
감독이나 주연배우, 함께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지인이나 안면이 있는 대전사람으로 대전에서 촬영하는 모습을 보니 살~짝 '영화 출연의 기회가 없을까?'하고 혼자만의 생각을 했습니다.
어느날 영화 마지막 씬을 찍는다며 아직 영화에 함께 하지 않았던 분들을 환영한다는 배기원 감독의 SNS 글을 보고는 장난 어린 진심을 가지고 영화에 데뷔 시켜 달라는 댓글을 달았습니다.
흔쾌히 오라는 답글에 '갈까? 가고 싶다. 그런데 쑥스럽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이 되었지만 기회가 또 오리라는 법도 없고, 콩알 만큼 나와도 좋겠더라고요.
그렇게 생전 처음 영화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지난 2월의 마지막 날 <대전로코>시사회 초대를 받았습니다. 제가 사는 대전이 배경이고 눈에 익은 대전 사람들.
바로 대전의 영화가 만들어진거죠. 대전아트시네마에서 상영된 장편 독립영화 <나는 원래 대전에서 로맨틱 코미디를 찍으려고 했었다> 시사회에 비가 오는 날씨에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했습니다.
<나는 원래 대전에서 로맨틱 코미디를 찍으려고 했었다.> 시사회
대전을 대표하는 독립영화를 찍고 싶었다던 배기원 감독은 단편영화 <인터뷰-사죄의 날>로 칸에 초대되어 가기로 결정하면서 또 다른 독립영화를 기획했다고 합니다.
일단 프랑스에서 일부를 찍고, 대전으로 돌아와 시나리오 정리한 후 몇 개월의 준비 과정을 거쳐 촬영하고는 시사회 바로 전날 <대전로코>를 완성했다고요.
아직 기술적으로 미비한 부분이 있지만 1년 동안 준비한 것을 보여드리는 중요한 날인만큼 재미있게 보셨으면 한다는 안내와 함께 영화가 상영되었습니다.
독립영화는 따분할 거라는 생각과 달리 웃음과 뿌듯함, 주인공을 향한 안타까움이 있는 즐거운 영화였습니다.
대청호, 옛충남도관사촌, 옛 충남도청사, 갑천, 중앙로지하상가, 중앙시장, 목척교 아래로 흐르는 대전천, 대전 공유자전거 타슈 등 대전 곳곳에서 대전사람이 주인공으로 또 엑스트라로 참여했고요. 대전에서 활동하는 통기타 듀오 '어쿠스타'의 '루프리텔캄'과 '사랑의 딸기맛'이란 곡이 테마와 엔딩곡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변기운 감독을 연기한 이종철씨는 KBS 수퍼탤런트 출신의 배우이자 대전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 기획자 이기도 해서 영화 속 역할이 실제 배우의 꿈이 아니었을까란 생각도 들었는데요. 사실 배기원 감독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고요.
관객과의 대화
시사회가 끝나고 감독, 배우들과 함께 하는 관객과의 대화 시간이 마련되었습니다.
관객들이 궁금한 내용을 질문하고 관계자들이 대답하는 시간으로 내용들을 담아봤습니다.
Q. 배우 중 전문 연기자는 몇명인가? A. 배기원 감독 : 수퍼탤런트였던 이종철(변기운 役) 배우, 오랫동안 영화를 했던 이민아(사라 役) 배우와 100대 1의 경쟁을 뚫은 조아영(전지현 役) 배우 외에 30여명 출연자 중 전문 배우는 몇 손가락 안에 들고 대부분 대전 사람들로 이루어졌다. 대전을 담고 대전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는 영화를 만들자는 생각이었다. 여기에 이 영화의 의미를 두고 싶다. 여러분이 판단하시기에 이 영화가 과연 대전 장편 독립영화가 될 수 있을지 판단해 주셨으면 좋겠다. Q. 독립영화 제작에 열악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안다. 한번 찍는데 거의 1억 정도의 제작비가 필요하다고 하는데 이번에 어느 정도의 제작비로 어떤 분들의 도움으로 진행되었는지 궁금하다. A. 배기원 감독 : 이번 영화 제작비는 0.1억으로 사실 이번 시사회는 후원자를 위한 자리이다. 이 영화를 지지하고 후원해주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에 영화를 시작하고 완성할 수 있었다. 1월 말 예정이었는데 생각보다 편집 시간이 늘어나 한 달 정도 연기됐고, 2월을 넘기면 안될 것 같아 어제 완성해서 오늘 시사회를 가졌다. Q. 시나리오를 받고 여주인공이 사라가 되기 위해서 준비했던 것과 본인이 생각하는 배기원 감독은 어떤 사람인가? A. 이민아(사라 役) : <무전여행>과 <사죄의 날> 이후 세 번째 작품에 출연하게 되었다. 칸에 가기로 결정하고 지원이 안된 상태에서 사비로 가는데 재밌을 것 같으니 고생담을 찍어보자는 제안을 했었다. 말은 안했지만 감독이 준비하던 것과 타이밍이 잘 맞아 이렇게 완성된 것 같다. 감독이 칸에 가기 전 장편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했고, 거기에 동의해 즐겁게 찍었다. 뻔뻔한 이 여자(사라)도 자기의 꿈이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급하게 찍기도 했고 사정도 좋지 않아 우리가 말하고자 했던 캐릭터나 시퀀스가 많이 담아지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숙소도 갑자기 취소되고 고생도 많이 했지만 잘 마무리 하자고 의기 투합해서 재밌게 찍었던 생각이 나면서 이렇게 보니까 감회가 새롭다. Q. 이종철 배우는 얼마나 긴 시간 촬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연기하면서 힘들었던 점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 A. 이종철(변기운 役) : 눈여겨 보면 알겠지만 스텝이 열악하다 보니 스크립터도 없어 의상 연결해 내는 것 등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너그럽게 봐주셨으면 한다.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굉장히 길어졌다. 감독이 직접 사운드 맞추고, 색 보정 하고 모든 작업을 하다 보니 시간도 길어졌다. 곧 쓰러질 지경인 감독에게 박수 부탁한다. 감사하고 이 영화가 대전을 기반으로 한 심벌 같은 영화가 되었으면 좋겠다. Q. 영화 찍으면서 감독에게 바라는 점이나, 앞으로 영화 제작할 때 이런 점은 좀 고쳐지면 좋겠다거나 보완이 되었으면 좋겠다 하는 부분 등 한마디씩 한다면? A. 박창용(박바리뎅 役) : 어려운 질문이다. 질문에 답이 될지 모르겠지만 독립영화의 현실이 열악하고 힘들다는 것을 몸소 많이 느꼈다. 감독의 열정이 대단하다. 열정이 고스란히 대전로코 영화에 스며들었다. 배역을 많이 달라고 아부만 했다. 그거 외에는 한게 없다. 고생한 감독에게 다시 한번 축하하고 고마울뿐이다 . A. 서동훈 : 어쿠스타 통기타 듀오 활동을 하고 있는데 영화출연은 태어나서 처음이라 '과연할 수 있을까?'란 고민을 많이 했다. 다들 그랬겠지만 연기를 배워본 적도 없어 처음에는 힘들었다. 피곤한 상태에서 뭔가를 하려니까 더 안됐는데 할수록 너무 재밌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의 삶도 똑같지 않을까 싶다. 하루에 8~9시간 기타 치고 노래하면서 다시 한번 20년전으로 돌아간 듯 했고, 열심히 한 만큼의 결과는 분명히 나오지 않을까란 마음으로 했다. 함께한 정기 형이 음악 감독을 맡으면서 고민을 많이 했다. A. 홍정기 :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제보자 집이 실제 내가 사는 집이다. 음악을 하면서 보통 새벽 5시 경에 자는데 촬영을 아침 9시 정도에 와서 했다. 음악의 경우 원래 채널 별로 악기가 하나씩 들어가서 멀티레코딩을 해야 되는데 그런 여건이 안됐다. 실수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니까 한번의 실수 없이 끝까지 가야만 했다. 동훈이랑 일을 마치고 새벽 2시부터 연습하는데 정말 힘들었다. 대신 그만큼 실력도 느는 것 같고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독립영화가 처음 시작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마무리가 정말 힘들더라. 시나리오가 좋던 나쁘건 마무리를 했으니 이제 많이 사랑해 주길 바란다. A. 조아영(전지현 役) : 대전은 초등학교 때 대전 엑스포 이후로 영화를 찍으러 온게 두 번째다. 영화 작업하는 동안에도 그랬고, 오늘까지 대전에 대해 좋은 기억과 느낌을 받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이렇게 작업하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따뜻하고 좋기가 쉽지 않은데, 모든 분들이 따뜻하고 친절해서 즐겁게 촬영할 수 있어 감사했다. Q. 엔딩곡에 여운이 많이 남는다. 기존 곡인지? 아니라면 어떻게 만들어진 곡인지 궁금하다. A. 홍정기 : 힘든 세상에 뭔가 잘 풀리는 어떤 주문 같은게 없나 생각하던 중 '루프리텔캄'이 그리스어로 모든 일이 잘풀릴거라는 주문이라고 해서 거기에 영감을 얻어 노래를 만들고, 어쿠스타 앨범을 내려고 준비를 하는 상황이었다. 원래는 영화에 출연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친한 형인 남자 주인공 이종철 배우가 배기원 감독에게 우리를 소개했다. 시나리오에 수강생들이 한 여자를 두고 티격태격하는 씬이 있는데, '사랑의 딸기맛'이라는 노래 첫 번째 가사의 첫눈에 내 마음이 콩닥콩닥하는 표현과 맞아 떨어져서 영화 엔딩곡이 되었다. Q. 축하5로 출연했다. 우선 독립영화는 대개 지루하고, 따분하고 너무 심오한 내용이어서 이때까지 독립영화에 대한 거리감이 있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유쾌하고 상쾌한 이런 것도 독립영화구나'하고 생각이 바뀌었다. 영화가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너무 유쾌했고, 감독의 어떤 고집이 아닌 전체적인 소통으로 가면서 영화가 완성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부분에서 감독 본인이 표현하고자 했던 몇 퍼센트가 영화로 산출되었는지 묻고 싶다. A. 배기원 감독 : 수치에 약해서... 그동안 영화를 만들면서 내가 표현하려고 했던 것이 100% 표현되었던 적이 없던 것 같다. 항상 부족하고 항상 후회되고 이렇게 할걸 반성하고 그랬던 것 같다. 이번에도 열심히는 했지만 부족한 면이 많이 있다. 일단 이게 완성이 아니라 3월 한 달 정도 최선을 다해 편집을 마무리 할 예정이다. 그런데도 너무 잘 읽어 줘서 감사하다. Q. 커피 타주는 씬이 첫 씬이었는데 마지막도 커피 타주는 것으로 끝났다. 칸에 가는 걸 상상하는 것인지? 아니면 진짜 갔는지? 관객 스스로 생각하게 하는 열린 결말인가? A. 배기원 감독 : '이걸 뭐라고 표현했다고 얘기할까? 꿈이나 상상일까? 아니면 현실일까?' 고민했지만 그건 별로 중요한 것 같지 않다. 찌질했던 변 감독이 실패를 겪고 나서 좀 더 성숙해지는 과정과 성숙해지는 모습, 그걸 보여주려고 했다. 제 생각으로는 상상 같지는 않고 또 다른 현장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달라진 모습... Q. 앞으로 또 다른 작품을 계획하거나 생각한 것이 있는지? A. 배기원 감독 : 빨리 또 영화 만들고 싶다. 일단 이 영화를 마무리 한 다음에 시나리오를 쓰고 만들 계획을 하고 있다. Q. 영화를 통해서도 많은 메시지를 전해줬지만 마지막으로 대전 시민들이나 독립영화를 사랑하는 분들께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배기원 감독 : 사실 '영화로 답하겠다.'라고 얘기해야 되는데, 영화 처음에 '비판은 쉽지만 예술은 어렵다.' 라는 자막을 넣었다. 그 이유가 꼭 예술만이 아니라 타인에 대해 얘기할 때, 그냥 넘겨짚거나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얘기하는 것들이 누군가에겐 굉장한 상처나 피해가 될 수가 있으니 한번 더 둘러 보자는 의미였다. 이 영화에서 예를 들자면 변 감독이 미술관에 가서 '그림 괜찮네'하며 보고 있을 때 어떤 아주머니가 나타나서 "이 정도는 나도 그리겠네." 하고 갔는데 그분이 그 그림을 그린 화가다. 그런 에피소드를 보면서 누군가의 작품을 함부로 얘기하는 것을 자제하길 바랬고, 독립영화가 고루하고 지루하다는 인식을 깨고 싶었다. 앞으로도 독립영화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고 다른 작품에 대한 존경 내지는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좀 더 독립영화가 살아남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
저 뿐만 아니라 시사회에 참여한 많은 사람들이 <대전로코> 시사회를 통해 독립영화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했는데요.
감독과 출연진들도 부족하지만 열심을 다했다며 너그러운 마음으로 사랑스럽게 봐 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았습니다.
최종 마무리가 되면 영화제에 출품할 계획이라고 했으니 지금 쯤 출품했지도 모르겠네요.
대전 감독이 대전에서 대전사람들과 만든 영화 <대전로코>가 개봉관에서 상영되고, 영화제 곳곳에서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해봅니다.
대전로코 페이스북 페이지 https://www.facebook.com/DaejeonRoco/
대전로코 예고편 https://www.facebook.com/ohcine/videos/15544414512922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