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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전시ㆍ강연

겨울방학 신나는 무형문화놀이학교 ❸ 표태선 악기장과 함께 해금 만들기


연일 계속되던 매서운 한파가 조금 누그러진 1월 13일 토요일 오후. 대전전통나래관(동구 소제동)에는 나들이를 즐기듯 삼삼오오 가족들이 모여들었어요. 대전문화재단이 겨울방학을 맞은 어린이와 청소년, 그리고 가족들을 위해 마련한 우리 전통문화예술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서인데요. 바로 해금 만들기입니다.

 

 

대동천 쪽에서 본 대전전통나래관


 

방학 때마다 열리는 대전무형문화재 전수시설의 '무형문화 놀이학교'. 2018 겨울방학을 맞아 대전전통나래관에서는 소고 만들기와 해금만들기를, 대전무형문화재전수회관(대덕구 송촌동)에서는 웃다리농악과 매사냥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대전광역시 지정 무형문화재는 웃다리농악 등 총 25개 종목에서 보유자 또는 보존회는 27팀입니다. 다른 시도에 비해서 그 수도 많고, 분야도 우리지방 전래의 예능, 민속신앙, 조각공예 등으로 아주 다양합니다. 그 중에서 제 18호로 지정된 표태선 악기장은 가야금을 비롯해 여러가지 전통 현악기를 제작하는데요. 체험학습으로는 해금이 비교적 만들기 쉬운 편이라고 하네요. 


해금만들기 수업을 지도하신 분은 표태선 악기장(가야금 제작)이신데요. 지난 2008년에 대전무형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됐습니다.


대전무형문화재 제18호 표태선 악기장(가야금 제작)


 

수업 시작 전 강의실에는 각 가족별로 만들어 볼 해금의 재료가 놓여있었어요. 그리고 각종 도구와 부위별 재료 같은 게 진열돼 있었는데요. 해금이 간단한 악기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많은 부품들로 이루어졌는지 처음 알았네요.

 


해금을 만드는 데 쓰이는 각종 재료와 도구, 연장들



본격적으로 해금 만들기를 시작하기 전에, 도우미로 나오신 김미숙 해금연주자가 '생일축하 노래'를 해금 연주로 들려주었어요. 마침 참석한 어린이 중에 생일인 어린이가 있어서 다 같이 박수를 해주고, 축하의 의미로 '섬집아기' 한 곡을 더 연주한 다음 해금에 대해 설명을 했습니다.

 


해금 연주 후, 해금에 대한 설명을 하는 김미숙 해금연주가


 

해금은 전통 악기 중에서 가장 높은 소리를 내는 현악기입니다. 전통악기의 재료는 金石絲竹瓢土革木(쇠, 돌, 실, 대나무, 바가지, 흙, 가죽, 나무) 등 모두 8가지라는데요. 해금은 그 8가지 재료가 모두 들어간답니다. 


본격적으로 해금 만들기에 들어가자, 제일 먼저 활을 만들었어요. 활로 연주하는 현악기는 대부분 악기와 활이 분리돼 있는데, 해금은 특이하게 악기와 활이 엮여 있지요. 그래서 활을 먼저 만들어 놓고 해금 제작 후반부에 줄 사이에 활을 끼워 넣게 됩니다. 해금의 활은 말총(말 꼬리털)로 만드는데, 몇 올이나 사용을 할까요.


말총으로 활을 만드는 표태선 악기장


 

다음에는 울림통을 만드는 과정이에요. 울림통은 대나무의 뿌리가 붙은 줄기 부분을 사용하는데, 내부를 둥근 끌과 망치를 이용해 파내고 내부 마디에는 구멍을 뚫은 뒤, 바깥쪽을 둥글고 매끈하게 다듬어야 한답니다. 


대나무 뿌리에서(왼쪽) 속을 파내고 겉을 다듬은 다음(가운데) 칠을 해 울림통을 완성한다(오른쪽)

 

 

수강생들이 체험을 하는데 일일이 도움을 주신 분은, 표태선 악기장의 조카이면서 가야금 제작 기능을 이수하고 잇는 제자이기도 한 표영광 선생님입니다.

  

울림통 내부를 끌로 파내기


체험 시간에 전 과정을 모두 완성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내부를 조금식 파내 보고, 울림통 바닥에 오동나무로 만든 복판을 붙인 다음 가장자리를 톱으로 잘라내는 과정만 하고, 제작에는 미리 만들어 놓은 울림통을 사용했어요.


다음에는 서양 현악기의 Neck에 해당하는 줏대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대는 원래 대나무를 사용했다고 하는데요. 이 시간에는 나무 중 가장 단단하다는 박달나무로 만든 것을 사용했습니다. 사람의 성정과 행동이 곧지 않아서 이리저리 흔들리는 것을 ‘줏대 없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확인해 보니 이 때의 줏대는 해금의 줏대를 말하는 건 아니랍니다.

 

이어서 줏대에 서양 현악기의 peg에 해당하는 2개의 주아를 끼우고, 주아 구멍에 명주실을 여러 가닥 꼬아 만든 줄을 끼워 울림통과 연결하는 작업을 했어요. 그리고 감자비와 주철을 연결해 울림통과 줏대 등 각 부분을 합하고, 두 현을 산성으로 묶어준 다음 울림통과 현 사이에 원산(브리지)을 끼움으로써 드디어 해금이 완성됐어요. 


가족끼리 협동해 열심히 만드는 참가자들

 

해금을 만들었다기보다는 다 다듬어진 부분들을 맞추어 붙이고 연결하는 작업만 한 건데도, 2시간이 꼬박 걸리고 어려웠습니다. 


 


다 만들어진 해금으로는 연주를 해보는 시간도 가졌어요. 김미숙 선생님이 칠판에 '학교종'을 연주할 수 있는 정간보를 그려놓고, 악보 보는 법, 손가락 위치와 짚는 법, 그리고 활을 밀고 당겨 소리를 내는 법을 즉석에서 알려주고 참가자가 함께 합주를 했습니다. 


해금을 배우고 있는 딸과 함게 오송에서부터 왔다는 모녀 참가자


 

멀리 충북 오송에서 왔다는 조남정씨는, 해금을 배우고 있는 딸을 위해 함께 왔다고 합니다. 김선유양(오송 만수초교. 5)은 해금을 배우고는 있지만 연주만 해보았다고 하는데요. 실제로 해금이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 처음  알았고, 앞으로는 해금을 연주할 때 더 애틋한 마음을 가질 것 같다고 말합니다.


참가자 중에는 어린이가 무려 넷이나 되는 가족이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 해금을 배웠지만 지금은 중단된 상태라는 강영주씨(동구 용운동)가 김민건(대종초교. 1), 민준(7), 도희(5) 세 자녀와 조카를 데리고 온 것인데요. 민준군은 원래 만들기를 좋아하는데, 특히 이번 시간에는 톱질이 재미있었다며, 완성된 해금의 소리도 정말 좋았다고 합니다. 


울림통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어보는 어린이


표태선 악기장은 19살부터 가야금 제작을 시작해서 40 년 가까이 전통 제작법으로 정악 가야금과 산조 가야금, 거문고, 아쟁, 양금, 해금 등을 제작해 오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TV 등에도 많이 소개가 됐어요. 문화동에 공방이 있다고 합니다. 대전전통나래관 2층 상설전시실에는 표태선 악기장의여러 작품이 전시돼 있습니다. 

 


대전전통나래관 상설전시실에 전시된 표태선 악기장의 작품들





대전전통나래관 : 대전광역시 동구 철갑2길 2 (소제동)

관람 및 교육 프로그램 수강 문의 : 042-636-8008

홈페이지 : https://narae.djichc.or.kr:4445/


 

 

2018대전광역시 소셜미디어기자 조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