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미술관이 새롭게 소장한 작품들을 선보이는 <2017 신소장품전>이 오는 3월 11일까지 대전시립미술관 제5전시실에서 열립니다.
대전시립미술관 제5 전시실
작년 일년동안 대전시립미술관이 새로 수집 또는 기증을 받아 소장하게 된, 여덟 작가의 30 작품을 한자리에 모아 전시하고 있는 건데요. 화가 김동창선생과 이인영 선생은 그 중 22점의 작품을 기증해 주었답니다.
2017 신소장전이 열리고 있는 대전시립미술관 제5 전시실
역사가 짧은 대부분의 공공미술관이 소장품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 마련일 텐데, 적지 않은 작품을 기증해 주신 두 분 화백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화가 김동창선생의 기증 작품들
화가 이인영 선생의 기증작품들
화가 김동창 선생의 '정이 있는 풍경' 등 모든 작품들은 우리에게 친숙한 일상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가족으로 보이는 사람들을 비롯해, 작품마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담겨 있는 것은, '정'이란 사람 사이에서 느끼는 마음이라서인 것 같아요.
김동창선생의 '정이 있는 풍경'
이인영 화백의 자연을 그린 작품들은 같은 제목이면서도 다른 느낌을 줍니다. 사람마다 '가을'을 느끼는 감정은 다르겠지만, 한 사람이 가을을 바라보는 느낌도 많이 다를 수 있네요.
이인영 화가의 (좌)가을, (우)가을.
또 우리나라 산은 산세가 모두 비슷비슷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그림으로 보니 산마다 다르고, 또 같은 산이라도 어느 구역인지에 따라 같은 듯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인영의 산 시리즈.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금강산 절부암, 금강산, 남설악, 한계령, 오대산, 설악산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워낙 대작으로 눈에 확 들어온 작품은 박능생의 '대전풍경도'입니다.
가로 10.5m 화선지에 수묵으로 그린 대전의 풍경인데요. 갑천 북쪽에서 남동쪽으로 바라본 풍경인 것 같아요. 산으로 둘러싸인 갑천 변으로 아파트가 마치 무슨 군락지인 것처럼 자리잡은 풍경이 조금은 안타깝기도 하네요.
박능생의 2006년작 '대전풍경도'. 한지에 수묵. 206Cmx1,050Cm
대전풍경도 중 일부.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지금은 없어진 꿈돌이랜드가 보인다
하지만 사진으로 봤다면 분명 눈에 거슬릴 것 같은 대규모 아파트단지도 수묵화로 보니 우거진 숲과 잘 어우러진 것처럼 보입니다. 2006년에 그려진 작품이라 지금은 없어진 꿈돌이랜드도 보여요. 세월의 흐름을 느낄 수 있습니다.
외국인 작가의 작품도 있습니다. 호주의 에밀리 카메 킁와레예의 '천지창조 Ⅱ'와 로빈 일리(영국 출신, 호주 이주)의 'It's not perfect / Do you understand'입니다.
에밀리 카메 킁와레예의 '천지창조 Ⅱ
에밀리의 작품은 붓터치가 좀 특이하다고 생각을 했는데요. 린넨을 캔버스로 사용하고, 고분자 안료를 커다란 붓에 묻혀 두드려 치는 기법으로 작업을 한, 다층 점묘화랍니다. 이 그림은 멀리서도 보고, 가까이 다가가 붓터치도 살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로빈 일리의 독특한 작품
로빈 일리는 '프리즘 뒤에 있는 사람의 모습과 풍경을 통해 분절된 현대인의 자아를 분석하고 있다'고 합니다.
작품 속의 사람 얼굴이 둘로 분열된 후 조각조각 나있어서, 다소 그로테스크 한 느낌을 줍니다. 평소 카페에서 만나는 일반인을 모델로, 대상을 프리즘에 투과해 회화와 조각의 기법으로 표현한다고 하는데요.
이 작품 속 모습은 정말로 프리즘을 이용해 대상을 비춰본 모습일까요. 어렸을 때, 과학시간에 프리즘을 통해 빛이 7가지 색깔로 분리되는 실험은 해봤지만 사람이나 사물을 비춰본 적은 없어서, 급 궁금해졌습니다.
정향 조병호의 '춘풍추월'
서예 작품인 '춘풍추월'은 정향 조병호 선생의 작품입니다.
서체가 참으로 예술적이에요. 정향은 6살 때부터 한학과 금석학을 공부했다고 하는데요. 특히 금석학에 조예가 깊어, 중국 금문(金文)에 나타나는 글꼴들을 연구해, 오히려 중국학계에 널리 알렸다고 합니다. 나중에 정보를 찾아보니 청양 출신으로 지난 2005년에 91세로 작고하신 한학자시네요.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전체는 '春風秋月 山鳥水魚'인 것 같은데, 글씨인지 그림인지 참 예쁘죠?
이영우의 '화합의 하모니'
대전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이영우화백의 유화 '화합의 하모니'는 참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주네요.
실내악 연주자들의 모습을 재미있게 표현했어요. 아마도 정식 연주회가 아닌,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연습을 하거나 연주 전 리허설 장면 같기도 한데요. 사람들간의 건강한 화합을 담아내는 것이 작가의 특징이라고 합니다.
강찬모의 '성모의 산'
마지막으로 강찬모 작가가 히말라야에서 체험한 영성을 화폭에 옮겼다는 '성모의 산'입니다.
만년설로 덮여있는 히말라야에 아래 위쪽 검정과 주홍색의 강렬한 대비는, 간단한 선과 또렷한 색으로 대상을 표현하는 작가의 기법이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 작품은 한지에 전통채색을 했어요. 요즘은 한국화와 서양화의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진 것 같아요. 재료로 구분을 할까요, 소재로 구분을 할까요.
대전시립미술관. 나란히 있는 대전예술의 전당 건물과 비교해 보자.
대전시립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알아보니, 한국화, 서양화, 조각, 드로잉, 판화, 공예, 서예, 뉴미디어, 사진 등 시각예술 전반에 걸쳐 1,230 건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고 해요. 또한 자료실에는 전시도록, 미술(사) 관련 단행본 등 각종 서적과 함께 DVD, VHS로 된 영상자료가 2만 권이 넘는다고 합니다. 적지 않은 양이지요.
대전시립미술관의의 컬렉션 정책은 "대전미술과 한국미술 두 갈레의 방향을 상호보완적 관점에서 완성해 나가면서, 대전의 도시특성을 반영하여 차별화된 전략을 개발하려는 변화와 혁신의 태도를 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방향과 기조가 어떻든 소장품을 수집하기 위해서 관건은 늘 예산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김동창, 이인영 두 작가의 작품 기증은 대전시민으로서 반갑고 고마운 일입니다. 다시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대전시립미술관 '2017 신소장품전'은 오는 3월 11일까지 관람할 수 있어요. 관람료는 '특별전'을 제외하고는 위 사진과 같아요.
2018대전광역시 소셜미디어기자 조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