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여기 모인 청년들 수익구조는 어떻게 되요?"
대흥동 문화공간 <주차(parking)>에서 만난 공간의 주인장 박석신 작가의 조심스러우면서도 힘있는 질문이 실내의 정적을 깨트렸습니다.
"대흥동에서 예술하면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제일 힘든 게, 현실과의 관계야. 어떤 일을 지속하는 힘은 현실적인 기반이거든."
다소 민감한 질문일 수도 있지만, 분야를 막론하고 청년이 먹고 살 수 있는 현실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야기의 포문을 연 박석신 작가. '아무일 청춘다락 프로젝트'가 만난 마지막 멘토입니다.
▲ 주차(parking) -공간을 앞서 찾았던 이들의 흔적. tea table
▲ 주차(parking) -조용할 일 없이 환한 대흥동 바깥거리와 적나라하게 풍경을 마주하는 곳. front
▲ 주차(parking) -지하로 나있는 작가의 별도 사무실. 공간 속의 공간을 반기는 아기자기한 소품들
삶의 굶주림을 예술이 채우다
일상에서 느끼는 허기를 '예술로 채우자'는 문화예술소통이 이뤄지는 곳이기도 한 공간 '주차(parking)'는 박석신 작가가 꿈꾸는 작은 가치가 실현되는 곳입니다. 기존의 예술가들이 대중과 소통하던 방식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난, 아주 작은 예술적 시도를 통한 감성 소통. 예술가의 고차원적 시각만으로는 대중과 가까이 소통하기 어렵다고 느낀 그의 파격 시도는, 사실 가장 일상적이면서도 편안한 영역에서부터 접근하여 기획된 것입니다.
매주 마지막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 진행되는 대흥동 토스트 콘서트가 잘 알려진 사례죠. 주변직장인들이 짧은 점심시간을 이용하여 허기진 일상의 몸과 마음을 채울 수 있도록, 토스트와 예술적 감성의 여운을 함께 기획한 작은 콘서트. 토스트로 식사를 하며 뱃 속 허기를 달래고, 메마르고 허기진 일상의 감성은 예술로 달래는 점심시간. 특별하다는 말로도 부족한 '예술로 허기를 채우는 시간'은, 예술가로 살면서 작가 스스로가 그 예술로 인해 감동의 일상을 살고 싶다는 소망으로 기획된 한 예죠.
▲ 아무일 청춘다락 프로젝트 멤버들과 박석신 작가와 함께한 시공간
'퍼주는' 예술
"난 어렸을 때부터 꿈이 화가였는데, 꿈을 이루면 행복해야하잖아. 근데 난 화가가 되었는데도 행복하지가 않더라고. 열심히 그림그려서 개인전을 15번 정도 했어. 근데 뭐 뻔한 사람들이 봐줘. 알잖아? 후배들, 제자들, 가족들... 내 아는 사람들이 오지. 내가 전시한다고 불특정다수들이 막 와서 봐주는 거 아니잖아. 지금도 가난하지만 더 가난했었어. 맨날 지지리 가난하고 괴로우니까 작업실에서 담배만 피고 술만 먹고. 그래서 내가 자꾸 현실에 대한 것을 이야기 하게 되네."
"예술가는 현실에 규합하려고 하는 거 아니다... 이런 생각은 위험한 생각이더라고. 내예술이 어디로 가야 하나 고민하다 선택한 게, '퍼주자'였어. '내 예술을 퍼주자...' 그림값 너무 비싸다고 사람들이 생각해요. 지금 학교 졸업하고 개인전하는 친구들이 그림에 가격을 붙이면 250만원, 300만원, 400만원... 그림값이 그래요. 하나쯤은 살 수 있잖아요? 살 수 있죠? 그런데 여유가 있다면...이잖아. 그런데 사람들은 여유가 있어도 안사. 못사. 왜? 무섭거든. 내 생활기준, 벌이를 따져서 그림값에 300만원을 투자하는 게 어렵고 두려운거지. 못사지. 그런데 왜 그림값은 다 그렇게 300만원, 400만원, 비싼 것은 1,000만원 단위에서 몇 억까지 가? 물론 그런 가치가 있는 그림이 있어요. 그런데 시장원리를 보면 사실은 만원짜리도 있어야 해. 10만원짜리도 있어야 해. 가치에 맞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하는데 예술가들은 관객과 너무 멀어."
▲ 박석신 작가 - 비싸지 않아도 가치있는 그림을 그리다
‘예술은 고차원적인 거야.’ ‘내가 어떻게 대중한테 내려놔? 절대 못내려놔.’ 그러나 박석신 작가는 내려놓았습니다. 그의 예술은 퍼주는 예술이 되었죠. '나도 좀 내려가고, 관객도 좀 올라와라.' 그런 취지의 사업을 문화공간 '주차'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인데요. 이곳에서 만원짜리 그림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던 처음엔 무수히 많은 질타가 쏟아졌다고도 하네요. 예술을 싸구려로 만든다고 말이죠. 날 선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은 작가는 반문합니다. "비싸야 예술이 아니잖아?"
▲ '엄마'의 이름 '미숙'에 살아온 이야기를 담아 '가슴에 산 하나쯤 품고 꽃을 향해 간다'
당신의 이름이 '꽃' 입니다
"이름에 의미를 부여해서 그 사람이 생각나는 짧은 그리움을 표현해 주는 건데, 사실은 이게 그림의 형식이에요. 시(詩), 서(書), 화(畵)가 함께 있는 게 우리 전통 미술이야. 그런데 이건 옛날 것에 머물지 않고 합작한거지. 내 손의 조형으로 표현했지만 이 마음은 당신이 나한테 준 거야. 그림 값은 같이 부담해야돼. 그래서 만원이면 충분하다는 거야. 그리고 이건 누가 소장해? 한 사람 밖에 없는 거지. 이름의 주인공 외에 누군가 다른사람에게 줄 수 있는 게 아니야. 한 사람만 소장할 수 있고, 이렇게 자기 그림을 갖고 있는 사람은 나중에 다른 그림에도 눈을 돌릴 수 있지."
감동이 있고 그 가치를 줄 수 있다면 예술이 될 수 있다는 박석신 작가에게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만원짜리 그림'을 받아왔습니다. 그림을 선물받을 주인공이 되기 위해 가장 먼저 손을 번쩍 들어 맨 먼저 생각나는 사람인 엄마의 이름을 나직하게 읊었습니다.
엄마의 이야기를 제대로 꺼내지도 못하고 '엄마'라는 이름이 주는 힘과, 붓을 들고 그저 듣고만 있는 작가의 기운으로 인해 눈물이 뚝뚝 흐를 것만 같았습니다. 갑작스레 주저 앉아 펑펑 울고 싶게 만드는 심경으로 치닫게 된 기이한 상황에서 울음을 꾹 참고 엄마의 이야기를 마친 뒤 작가의 그림을 기다렸죠. 제 엄마의 이름과 마음이 실려있는 이야기는, '가슴에 산 하나쯤 품고 꽃을 향해 간다'는 작품으로 재탄생 되었습니다.
"예술이라는 장르를 가지고 한 사람에게 다가서는 거야. 한 사람을 감동시키면, 그 감동으로 인해 분명히 같은 공감과 소통이 있을 것이다. 그런 감동을 공유하자는 프로젝트야."
박석신 작가는 이 프로젝트에 ‘당신의 이름이 꽃입니다.’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 아무일 청춘다락 프로젝트가 준비한 '청춘다락 미리보기'의 윤곽이 잡히다
'작은 가치'부터 시작 해보는 것
문화공간 '주차'에서 여러 젊은 예술가들과 함께 대중과 소통하는 예술을 기획하고 싶다는 박석신 작가. 그는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필요한, 기존의 패러다임을 다른 방법으로 뒤집어 생각해 볼 수 있는 전환의 중요성도 설파했습니다.
청년문화기획자들에게도 꼭 하고 싶었던 말이라며 프로젝트 멤버들과 따스히 눈을 맞추고 마무리한 아쉽기만 했던 시간.
박석신 작가에게 공감했던 그 시간은, 감수성과 상상력 넘치는 기획으로 인해 '청춘다락'이 많은 이들과 공감·소통하는 시간이 될 수 있길 다짐하는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작은 가치부터 시작하면 그 작은 가치가 큰 것으로 되돌아온다는 것.'
2017년 3월 31일 금요일에 이뤄진 다섯 번 째 모임. 이날 '아무일 청춘다락 프로젝트'는 '어떠한 작은 일이라도 청춘다락에서 가치있게 해보자는 계획'으로 구체화된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행사명은 <청춘다락 미리보기> 입니다.
▲ '청춘다락 미리보기' 1차 포스터
새롭게 생길 원도심 청년거점공간 '청춘다락'과 그 공간의 마을인 '중동'을 미리 경험할 수 있는 <청·춘·다·락·미·리·보·기>의 1차 포스터를 공개하며 기나긴 글을 마무리 짓습니다.
초대합니다! 2017년 4월 22일 토요일 오후 2시-4시로 확정된 '청춘다락 미리보기'에 관심 있는 많은 분들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다음 청춘다락 기사는, 추가된 세부 행사내용을 담은 2차 포스터와 아무일 청춘다락 프로젝트 멤버들 이야기를 통해 찾아올 예정이에요. 다시 만나요!
청춘다락의 SNS 소통 공간이 생겼어요. 페이스북에 '청춘다락'을 검색하시면 맨 위 상단에 떠오르는 페이지 입니다. 오셔서 관심 인증 '좋아요' 팍팍 남겨 주시는 거 아시죠?!
*이기사는 대전광역시 사회적자본지원센터와의 협력을 통해 작성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