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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축제ㆍ행사

정월대보름 신탄진 쥐불놀이 축제 핫해 핫해

"나쁜 기운은 안녕~" 

한 해 동안의 각종 부스럼을 예방하고 이를 튼튼하게 하려는 뜻으로 날밤, 호두, 땅콩, 은행, 잣 등 견과류를 어금니로 깨무는 풍속인 부럼깨기우리나라에서 오랜 기간 동안 광범위하게 전승되어 온 세시풍속이죠. 

요즘은 항산화 효과, 노화방지에 좋기 때문에 견과류를 챙겨 먹지만, 옛날에는 열악한 위생시설과 부족한 영양 때문에 피부에 종기가 나는 질병이 많아 이를 돌림병으로 여겨 부럼을 이로 깨물어 아작! 소리가 나면 나쁜 기운을 물리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지금을 사는 저는 그 때의 그 풍속을 기억하고 악귀를 물리치잔 의미로 아침에 눈 뜨자마자 부시시한 머리를 나풀거리며 집안에 있는 호두를 꺼내 아드득, 아드득 씹어먹었죠. 허허….




"내 더위 사가게!"

정월 대보름이 되면 우리는 아무나 눈에 띄는 사람만 보면 내 더위를 사가라며 서로 더위 팔기 바빴는데요. 오늘 더위 많이 파셨나요? 올 해 여름은 제발 무시무시한 전기세의 공포 속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정월대보름이면 부럼깨물기, 더위팔기, 귀밝이술 마시기를 비롯해 줄다리기, 지신밟기, 고싸움, 쥐불놀이, 탈놀이, 별신굿 등 여러가지 세시풍속이 행해졌는데요. 대보름의 전통놀이의 대표격인 쥐불놀이를 체험할 수 있는 행사가 있다고 해서 올해로 21회째를 맞은 '신탄진 대보름 쥐볼놀이 축제'에 다녀왔습니다. 

현도교 아래 금강변에서 열린 이번 행사는 잊혀져 가는 풍속을 체험해 우리 고유의 전통을 지켜 나가고, 가족과 이웃의 안녕을 기원하며 화합을 도모하기 위한 행사로서 자리매김해 가고 있는요. 무료로 부럼과 귀밝이술도 얻어먹고, 쥐불놀이 체험 뿐만 아니라 연날리기, 투호, 제기차기 등의 민속놀이와 색소폰 연주, 새여울예술단의 난타공연, 초청 가수 공연, 강강술래 공연 등의 다채로운 문화공연도 즐길 수 있는 행사였습니다.




음력 1월 15일, 정유년 닭의 해 들어 처음으로 달이 꽉 들어차는 정월대보름은 음력을 사용하는 전통사회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예부터 조상들은 초승달이 점점 둥근 달로 변하면, 보름 만에 만월이 되고, 또 다시 작아지는 것을 곡식에 비유했습니다. 씨를 뿌려 열매를 맺고 다시 씨로 돌아가는 것이 흡사 달의 모습과도 닮았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런 까닭에 농경사회였던 우리 문화에서 달은 생산력을 바탕으로 한 풍요로움, 여성성, 다산을 상징하게 됐고, 정월 보름을 민족의 대명절로 여겼습니다.



▲ 소원지 쓰기 체험

'설은 나가서 쇠도, 보름은 집에서 쇠어야 한다'는 속담이 있을만큼 한 해 농사가 시작되는 정월대보름만큼은 외지에 있다가도 마을에 돌아와 그 해의 풍년과 가정의 안녕을 빌었습니다. 

날은 추웠지만 동그란 보름달은 볼 수 있었던 밤. 여러분은 어떤 소원을 비셨나요?

서울에서 대전까지 두세시간이면 오고 가며, 서로 얼굴을 보며 통화하고, 어플 하나로 편안한 삶을 영위하고 있다지만 그 옛날 조상들과 지금을 사는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의 소원은 늘 변함없이 '가족의 안녕'인 것 같습니다. 



▲ 쥐불놀이 체험

"불장난하면, 밤에 오줌싼다!"

요즘 아이들은 모르겠지만, 우리 어릴 적에 성냥을 가지고 놀 때면 부모님이 큰소리로 다그치며 혼내실 때 하시던 말씀이죠. 어릴 적 저는 이 말을 진실로 믿고, 불장난을 하면 큰일나는 줄 알고 자라왔습니다.

1년에 단 한번 허용된 불장난과도 같은 재미난 놀이인 쥐불놀이는 음력 첫 쥐날(上子日)이나 대보름 전날, 논밭두렁 마른풀을 태워서 농작물을 갉아먹는 쥐를 잡고 병해충 애벌레도 태우는 세시풍속입니다. 원래는 쥐불놀이 불씨로 쑥방망이를 썼다고 해요. 그것이 한국전쟁 무렵 솔방울 같은 불쏘시개를 깡통에 넣어 돌려 불을 키운 뒤 쥐불을 놓는 것으로 변했다고 하죠. 

간만에 불바퀴 한번 보자고 열심히 팔 떨어지게 돌리며 뛰었더랬죠. 생각처럼 되질 않아 애를 먹었지만, 그래도 그게 재미인듯 싶습니다. 안전이 걱정되시는 분이라면, 어린이용 LED 쥐불놀이 도구도 있으니 안심하셔도 된답니다. 

 



▲ 소원 달집 태우기, 액막이 타령

"달에 불붙이자! 달 좀 끄슬리자!"

어스름 날이 저물면, 가마니와 짚, 생솔가지로 엮어 만든 움막 모양의 달집 주변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고, 보름달이 마을 위로 휘영청 올라오면 달에 '불을 붙이자'고 외치며 불을 댕기는 풍속인 '달집 태우기'.

피어오르는 연기와 더불어 달을 맞이하고, 신나게 농악을 즐기며 불이 다 타서 꺼질 때까지 춤을 추고 주위를 돌며 풍년을 기원하고 달님에게 소원을 비는 굿판입니다.

활활 타오르는 소원 달집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저마다의 소원을 빌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세월의 아픔과 서러움을 모두 꺼내어 활활 타오르는 불 속에 함께 태워 보냅니다.



▲ 불꽃놀이 및 흥겨운 한마당

나이가 어린 청춘도, 나이가 많은 노인도, 그리고 그 중간에 낑겨 사는 중년도 불안한 미래에 대한 염려, 근심, 걱정을 가지고 힘겹게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새해의 정월대보름을 온 몸으로 즐기는 자리. 예측할 수 없는 삶에 대한 시름은 타오르는 불길 속으로 태우고, 어둠, 질병, 악재를 밀어내는 밝음의 상징 '보름달'의 기운을 온 몸으로 받아온 현장이었습니다.

2017년 정유년, 붉은 닭의 뜨거운 열정이 나쁜 악재는 살라 버리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의 원동력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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