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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전시ㆍ강연

KBS대전갤러리 송계초상화 작품 전시, 단풍 붉게 타오르던 날

 

붉게 타오르는 단풍은 멀리가지 않아도 조금만 가도 이렇게 접할 수 있습니다. 바로 KBS대전방송총국인네요, KBS 1층에 있는 KBS대전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시를 보러갔다가 아름다운 단풍구경 제대로 했네요.

 

 

KBS대전갤러리에서는 대전 초상화계를 오랜 시간 이끌어온 송계 박종국 선생 문하생들의 작품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현재 대전근현대사전시관(옛 충남도청) 건너편에 있는 송계 초상화 화실과 대전시민대학 초상화 교실, 갤러리아타임월드 문화센터에서 초상화그리기를 지도하는데 그 세 곳의 문하생들과 함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었습니다.

 

 

마치 석굴암에 들어온 줄 착각했다는 작품입니다. 석굴암 본존불을 섬세하게 묘사하여, 윗쪽에서 본존불을 내려다보는 것만 같습니다.  

 

팽팽하게 주름하나 없이 젊은 안중근 의사(1879-1910)가 단지한 손을 앞으로한 모습입니다. 안중근 의사는 1909년 3월에 11명의 항일투사와 함께 단지회라는 비밀결사조직을 만들고 그 해 10월26일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체포되었다가 이듬 해인 1910년 3월26일에 사형당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저 초상화의 원본인 사진 속의 안중근 의사는 30세 정도 되었겠군요. 

 


그림은 그리고 싶은데 장비가 많은 것은 딱 질색인 저는 한 때 종이와 연필만 있으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초상화를 혼자 끄적거려 본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주로 얼굴을 표현하기에 좋게 깊이가 있는 배우의 얼굴이나 가족의 얼굴을 그렸는데요. 확실히 배우의 얼굴은 종이 위에 연필 음영으로 살리기 쉬웠고 가족의 얼굴은 표현이 어려웠습니다. 

그 때 느꼈지요.^^ 감독들이 왜 얼굴이 드라마틱한 배우들을 데리고 영화나 드라마를 찍는지 말이죠.^^ 그들은 '그림 좋다'라고 하거나 '아무렇게나 잡아도 화보네'라고 하는데, 그 심정이 이해되었거든요.

그래도 초상화를 배워서 사랑하는 가족의 일상의 모습과 추억하고 싶은 지난 날을 남기는 것은 참 의미있는 일이네요. 

 

역사 속에 얼굴이 많이 알려진 유명한 위인의 사진으로 초상화를 그리거나 좋아하는 연예인을 그리는 것도 표현하기 좋고 정교화도 많이 그리는데, 이번에 전시하는 분들은 초상화를 배운 경력이 짧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연필로 단순하게 표현한 작품은 별로 보이지 않고 실크에 유화로 그린 작품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색감이 더욱 부드럽고 품위있게 녹아든 것일까요? 손으로 그림 같지 않게 보일 정도입니다.



 

이번에 미국의 대선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을 그린 작품도 있습니다. 만일 힐러리 클린턴이 대통령이 되었더라면 더 의미있는 그림이 될 뻔했네요. 오른쪽은 비비안 리와 함께 미국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주인공이었던 클라크 게이블(1901-1961)입니다. 

클라크 게이블은 지독한 치주염으로 겨우 30대 초반인 1933년에 이를 거의 모두 뽑고 의치를 해넣다고 하니, 그림 속의 중후한 신사로 웃고 있는 그의 치아는 모두 의치가 분명하네요.      

 

 

짜잔~~! 추억 돋는 영화가 떠오르죠? 

위의 올리비아 핫세나 아래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모두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인공이었습니다. 

그런데 같이 찍은 것은 아니었는데, 올리비아 핫세(1951~ )는 17세에 1968년 개봉한 영화에서 줄리엣으로 열연하여 그녀의 청순함을 역사에 남겼고, 위 그림 속의 올리비아 핫세는 줄리엣으로 출연한 모습입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1974~ )는 22세의 파릇한 나이에 1996년 개봉한 영화에서 세기의 미남 로미오로 열연했고, 여전히 연기가 깊어지는 미남배우로 남아있죠. 

 

 

KBS대전갤러리에서 추억 돋는 감상을 하고  KBS대전방송 1층에 있는 카페드림에서 커피 한잔 사서 가을 바람을 마시며 푸른 나무 사이에서 보색 대비로 더욱 붉은 단풍을 감상합니다. 

짧지만 강렬한 2016년의 가을의 몸살이 얼른 나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