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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축제ㆍ행사

과학에서 예술적 영감을 찾다! 아티언스 대전16을 돌아보며

'과학'하면, 어떠세요? 사실 저도 어렵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되고 아이들과 여기저기 다니면서, '와, 요렇게 재밌게 배울 수도 있구나~!' 합니다.

특히10월에는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신비로운 우주를 경험해 볼 수 있는 '프로젝트 대전2016 : COSMOS'을 비롯해,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사이언스데이', 엑스포시민광장에서 '2016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 대덕특구에서 ‘2016 Hello! 과학마을축제-과학오락실’이 연이어 선보였습니다. 조금만 부지런하면 과학적 유희를 맘껏 누릴 수 있다는 것, 우리 고장이 '과학도시'이기에 가능한 일이겠죠?

 

 

여기에 한 가지 더! 예술(ART)에 과학(SCIENCE)이 더해진 '아티언스(ARTIENCE) 대전16' 소식도 빠질 수 없습니다. 각기 다른 영역인 줄 알았던 두 분야의 만남이라니! 이를 통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그 결과물로 새로운 문화축제를 열고자, 2011년부터 시작되었답니다. 실은 저도 작년부터 제대로 알고 구경다녔지요.

 

 

올해는 저희 큰아이도 참여했던 터라 더욱 그 손꼽아 기다리던 개막식에 달려갔습니다. 중구문화원 로비는 이미 많은 관람객들도 발 디딜 틈이 없었네요. 이 축제를 위해 장장 10개월을 함께 보낸 작가들의 소감이 이어지고 내빈들의 축사도 있습니다. 한편에는 코와 입을 자극하는 다과도 마련되었지요.

 

 

지난해는 시민참여 프로그램들이 있었는데, 올해는 또 다른 시도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제가 들러보았던 프로그램들을 소개합니다.

아티언스 작가 전시 : 중구문화원 제1진시실 - 보이는 것을 넘어서

 

 

왼쪽 작품에서 타오르는 듯한 황금빛 색채, 멋지죠? 오른쪽 그림, 겸재 정선의 '금강전도'를 연상케 하는 이 작품은 '금강변도'입니다. 연구실에 사는 견공의 배설물을 확대한 것이라네요. 이 작품은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역학연구실 김경식 연구원과 협업한 지호준 작가의 대표작이었습니다. '보이는 것을 넘어서'라는 주제대로 우리의 고정관념을 넘어 현미경으로 바라본 대상을 확대하여 표현했지요.

 

 

아티언스 캠프 - 중구문화원 제2전시실 : 숲에서 과학을 말하다

중구문화원 제2전시실에서는 대전 청소년들이 주축이 된 '숲에서 과학을 만나다'가 열렸습니다. 아티언스캠프는 예술가와 과학자의 도움을 받아 청소년들이 다양한 아이디어와 상상력을 도출해서 작품으로 형상화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유사이래 가장 더웠던 여름이었지만, 8월 한 달동안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매일매일 만나고 열심히 토의하며 만든 작품이 근사하게 선보였습니다. 사계절을 담은 숲을 거닐면 광섬유 나무가 빛이 나고, 하나의 나무에 사계절이 표현되기도 했습니다.

아티언스 작가 전시 2 - 대전예술가의 집 : 에코트론

아티언스 토크콘서트도 열렸던 대전예술가의 집 외벽 창을 따라 4개의 모니터가 설치되었습니다. 정화용과 김형중, 두 작가의 디스플레이 아트 '에코트론'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에코트론은 중요한 화두로 대두된 '미세먼지'를 먹는 가상의 생명체입니다.

 

디스플레이 속에는 1분마다 미세먼지를 먹고 자라나는 작은 가상의 생명체가 돌아다니는데요. 미세먼지와 대기상태에 따라 크기와 형태가 변하면서 새로운 형태로 끊임없이 만들어집니다. 미세먼지의 농도가 짙을수록 생명체의 흡입량도 많아져서 더욱 커지고 괴상하게 변하게 된답니다. 지금은 상상이지만, 우리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니만큼 해가 진 후에도 계속 주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티언스 연극 - 일하는 나 / 사요나라

올해 아티언스는 '위대한 상상:영화가 바라본 과학' 코너가 마련되어 영화 '백투터퓨처'와 '이터널선샤인' 같은 공상과학이 접목된 영화를 골라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소극장 고도와 가톨릭문화회관 아트홀에서 실험적인 연극 무대가 열렸습니다.

저는 그 중에 일본 극단 세이넨단의 '일하는 나'와 '사요나라'를 관람했습니다. 한 무대에 단막극 2편이 연이어 올랐는데요, 로봇과 사람이 함께 하는 연극이었지요. 공연이 시작되기 전인데도 , 연극의 연장인 양 배우는 무대에서 뒹굴면서 잡지를 읽고 로봇은 귀여운 표정으로 관객들을 응시했습니다.

 

 

'일하는 나'는 가정에서 냉장고처럼 로봇 2대 정도는 당연히 갖추고 사는 어느 시점을 설정했습니다. 일하기 위해 만들어진 로봇이 더 이상 일할 수 상황을 통해 인간에게 '일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사요나라'는 죽음을 앞둔 소녀에게 계속해서 시를 들려주는 인간형 로봇 이야기입니다.

소녀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홀로 남아 시를 읊던 로봇은, 결국 후쿠시마 해변으로 옮겨지게 됩니다. 원전 폭발로 아무도 들어갈 수 없는 그 곳에 설치되어 희생자들에게 시를 암송해주기 위해서죠. 인간 대신 일을 하는 로봇, 인간의 마음을 위로하는 로봇.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연극이 끝난 후 연출가 히리타 오리지와의 애프터 토크 시간이 있었습니다. 실은 실험적인 이 작품들을 보고 도대체 이해되지 않는 의문점들이 남았는데, 다행히 다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애프터 토크 시간에 오간 몇 가지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Q. '일하는 나'에서는 일자리를 잃은 남편과 아이을 갖지 못하는 아내, '사요나라'에서는 시한부 소녀처럼 결핍된 사람이 나옵니다. 이유가 있나요?
A. 로봇은 사람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니까요.

Q. 로봇과 배우가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데, 실제 작호작용을 하는 건가요?
A. 아직 상호작용은 하지 못합니다. 로봇이 제대로 작동되기 위해서는 센서, 리모컨 등이 필요합니다. 무대 뒤에 있는 엔지니어가 계속 주시하면서 조정하는데, 로봇이 제 대사를 하는 사이사이에 배우가 정확하게 연기를 하는 겁니다. 만약 사람 배우가 실수를 하면 큰일 나지요.

Q. 10년 가까이 로봇 연극을 무대에 올리면서 사고는 없었나요?
A. 로봇이 작동되지 않으며 무대 뒤에서 엔지니어가 조정하고 그래도 안되면 무대로 엔지니어가 나와서 로봇을 고칩니다. 그 사이에 배우들이 즉흥연기를 펼치지요. 그래서 사람 배우 역할이 중요합니다.

Q. 로봇을 무대에 올릴 생각을 어떻게 하게 되었나요?
A. 사람들은 로봇을 보고 감탄을 하지만, 감동하지 않습니다. '감동'하는 로봇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Q. 이후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A. 하하하. 저는 로봇만 올라가는 무대도 만들지만, 어떤 연극을 만들지는 오사카대학 공학연구팀이 만들어오는 로봇에 달렸습니다. 로봇이 완성되어 제게 주문하면 그때부터 고민하지요.

 

 

지난해와는 또 다른 시도를 보여줬던 이티언스 대전 16, 내년에는 또 어떤 실험정신으로 무장하고 나타날지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