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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상/일상다반사

탄방동 세등선원, 대전도심 고요한 선방에서 힐링타임

대전 둔산에 살면서 탄방동 이 골목을 지날 때마다 이곳 세등선원이 참 궁금했습니다. 문은 활짝 열려있는데 들어가도 되는건지 감이 오질 않았거든요. 이쪽으로 맘 먹고 올 일도 많지 않았고요. 그런데 드디어 그곳에 가보게 되었습니다.

 

 

사찰이니까 들어가도 되겠지~하는 생각으로 모처럼 마음먹고 활짝 열려 있는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계룡산세등선원'이라고 적혀있군요. 여기까지 모두 계룡산 자락으로 보는 것 같습니다. 

 

 

밝은 대낮의 포장도로를 올라가는데 혹시라도 발소리가 타박타박 들릴까 걱정되어 발소리를 조심하며 올라갈 정도로 조용한 곳이었습니다. 올라가는 길에 이렇게 예쁘게 연꽃을 피워놓은 것이 있었습니다. 

가보시면 느끼겠지만 굉장히 단아하고 정돈된 분위기가 물씬 느껴졌습니다. 아니나다를까~ 세등선원은 비구니 스님들의 선방이었습니다. 전국의 비구니스님들이 하안거, 동안거를 하는 절인데, 일반 불자들도 수행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여행을 다니다가 비구니 스님들이 계신 절엔 가면 유난히 깔끔하고 정돈된 분위기가 확 느껴지는데, 세등선원도 역시 그랬습니다.  

 

 

어떻게 둔산 신도심에 선원에 자리잡게 되었나 궁금했는데, 역시 세등선원은 둔산이 개발되기 전인 1972년에 세운 선방이라고 합니다. 당시에 둔산에는 공군교육사령부가 주둔하고 있었는데 부대와 담을 나란히 하고 있었다고 하는군요.

비행기 소리로 소음은 어쩔 수 없었는데 1988년 둔산신도시 개발이 시작되면서 공군부대가 대전을 떠나 다시 조용해졌다고 합니다. 44년 전 이야기인데, 그동안 둔산지역이 완전 쌍전벽해하여 옛 모습은 찾아볼 길이 없거니와 상상으로 그 모습을 그려보려고 해도 도무지 머리속에 그려지질 않는군요. 당시에 이 곳에 살고 있었던 분들은 아시겠지요? 

 

 

조선시대 단청이 아닌 현대 단청의 경우에는 색감의 깊이가 조선시대의 그것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래서 오래된 절에 단청이 바래면 다시 단청을 입히는 경우도 있는데요. 안료 선정을 잘못하면 단청의 색이 방방 뜨는 것 같아서 차라리 처음 그대로 바랜 예스러운 모습이 그리워지는 경우도 적지 않게 보입니다만, 이 세등선원은 느낌이 다릅니다. 

 


 

소제동에 있는 전통나래관에서 작년에 대전무형문화재 11호인 이정오 단청장에게 직접 강의를 들으며 실습을 한 적이 있는데요. 지금 많이 쓰는 대중적인 안료가 과거 조상님들이 사용하던 천연안료를 따라가질 못한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세등선원의 단청은 현대적이면서도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게 하는 색감이었습니다. 뭔가 불협화음이라고는 하나도 찾아볼 수 없는 바른 소리만 느껴지는 곳이라고 할까요? 파르스름하게 보이는 색이 마치 스님들의 파르스름하게 깎은 머리아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아~! 역시나~ 2002년에 만든 문화컨텐츠진흥원 자료를 검색을 해보니 세등선원 설법전의 단청은 대표적인 사찰의 단청으로, 2001년쯤 김성규 단청장이 6개월에 걸쳐 새로 입힌 단청이라고 합니다. 문양이 다양하고 금단청 못지 않은 뛰어난 예술성을 보여주며 도식보다는 회화적인 요소를 사용하여 시각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꾀한 것이 두드러지는 특징이라고 하니, 제 느낌이 다르질 않았군요. 그런데 이런 내용을 알고나니 다시 가서 세등선원 설법전의 단청을 좀 더 자세히 보고 싶습니다. 

대웅전 앞에 깔끔하게 다듬어진 잔디가 깔려있는 것도 현대적인 모습의 하나네요.    

 

 

옆에 스님들이 직접 가꾼 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습니다. 얼마나 정성스럽게 키웠는지 마치 화원에서 팔려고 내놓은 꽃과는 비교도 안되게 티없이 맑은 모습이었습이다. 꽃을 보며 감탄하고 종무소를 돌아 언덕으로 올라가면 공부하는 비구니 스님들의 산책로가 작은 언덕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 언덕 자락이 모두 예전에는 남선공원과 같은 산자락이었겠지요. 

 

돌계단길을 따라 올라가 살짝 흙길을 돌아가면 이런 곳이 나옵니다. 바로 세등선원을 세운 세등스님 추모비라고 하는군요. 세등스님은 1993년에 입적하셨다고 합니다. 

고요한 세등선원을 한바퀴 돌으니 마음이 평온해지는 느낌이 참 좋습니다. 주차장 공간도 넉넉하니 다음에 갈 때는 좀 더 시간적이 여유를 가지고 책 한 권, 차를 담은 보온병을 가지고 가서 언덕의 나무그늘에서 본격적으로 힐링타임을 가져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