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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행/역사유적

단재 신채호 생가지 살랑살랑 봄나들이 호기심 탐방길


주말에 뭐하지?

주말에 집에서 구르기에 너무 아까운 직장인이거나, 에너지가 넘쳐 집안을 들쑤셔 놓는 아이들이 있거나, 아니, 뭐 그렇지는 않아도 집에만 있기엔 너무 아까운 '봄날'이니까. 주말엔 뭐하지? 즐거운 고민을 하게 됩니다.

가까운 산에나 갈까 하다 문득 아이들 아빠가 " 예전에 지나가다가 봤는데  대전에 신채호 생가지가 있더라구, 거기 한번 가볼까?"하고 제안합니다.

"콜~!!"

어디든 좋다. 봄바람 쐬러 가자. 뻣뻣한 껍질을 뚫고 돋아나느라 애쓴 꽃들과 손톱만큼 자란 나뭇잎들을 봐줘야 이 봄에 대한 예의지. 그렇게 가볍게 떠난 주말 봄나들이랍니다.

 

 

와우~! 도심의 거리에는 벚꽃들이 이미 다 져 버렸는데 산에는 산벚꽃과 나무들의 새싹, 그리고 이름모를 꽃들로 이제 한창입니다. 신채호 생가지는 중구 단재로에 있는데 가는 길이 한적하고 예뻐서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더군요.

 

 

앗, 뭔가 좀 달라지지 않았나요? 맞아요. 단재 홍보관이 생겼답니다. 그동안 관리사로 쓰였던 목조건물을 홍보관으로 꾸며서 이제 개관한지 두달여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다고 하네요.

 

 

홍보관에는 전문 문화해설사들이 상주하고 계십니다. 주말에는 두타임으로 교대 근무를 할 정도로 꼼꼼한 관리를 하고 있네요.


그냥 휘리릭 돌아보는 것보다 문화해설사에게 질문도 하고 이야기도 들으니 훨씬 기억에 남습니다. 우리나라 역사를 알려주시기 위해서 시간을 내어 봉사하는 만큼 많은 활용(?)을 원한다고 하시네요.

 

 

강직한 역사학자였던 신채호 선생. 일제 강점기에 식민주의 사관에 대응하여 한국고대사를 민족주의사관으로 저술한 '조선상고사'의 저자.


 

홍보관 내부는 아담하지만 선생의 활동을 한눈에 알 수있도록 전시를 해놓았고요. 특히 미니어처 조형물을 꾸며서 아이들이 호기심어린 눈으로 볼 수 있게 했네요.

 


총칼보다 무서운 글의 힘을 믿고 독립운동을 펼쳤던 지식인. 감옥에서 복역중 합병증으로 옥사하였는데, 당시 보석으로 치료를 받을 수도 있었지만 보석의 증인 중 하나가 친일파였다는 이유로 보석을 거부하여  결국 감옥에서 죽음을 맞이했다는군요. 강직했던 그분의 일생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대목입니다.

 

 

생가터를 가기 전에 꾸며놓은 작은 화단과 정원이 여유를 느끼게 합니다. 푸르른 이파리들과 노란 민들레가 봄의 정취를 한껏 자아내고 있습니다.

 

선생의 생가지입니다. 저희처럼 가족 단위로 봄나들이  온 가족들이 간간이 보입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이곳에 8살까지 살았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외가쪽을 따라 충북 청원으로 옮겨갔죠. 신채호 선생에게 이곳은 어린 시절을 보낸 고향이자 아버지와의 소중한 추억이 담겨 있는 곳이었을 겁니다.

 

 

어려웠던 집안 형편을 보여주듯 선생의 집은 작은 방 몇칸에 초가 지붕을 이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영특하고 큰 학자가 될 재목이었군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는 이런 에피소드, 재미있네요

 

 

하지만 음..... 재미는 엄마만 있습니다. 아이들은, 그냥 시큰둥.... ^^; 애써서 박물관이나 문화 유적지에 데려가면 이런 반응을 보여서 김이 새곤 하지만,  나중에 얘기해보면 은근 볼건 다 보고 기억하고 있어서 콩나물에 물 붓는 심정으로 데리고 다닙니다.

 

 

짧은 문화유적 관람이 끝나고 할일이 없어진 우리는 그냥 무작정 길을 따라 가보기로 합니다.

 

 

가다보니 꽤 오래되고 규모있는 업체인듯 대전시멘트 회사가 보이구요.

 

 

 

어!! 폐교된 초등학교, 아니 국민학교잖아~! 우리는 작은 학교 앞에서 멈추었습니다. 산서국민학교 어남분교장. 자료를 찾아보니 산서초등학교는 1935년에 문을 연 유서깊은 학교네요. 어남분교는1980년 11월에 문을 열었다가 14년도 못채우고 1994년 2월에 폐교된 곳입니다.

 

 

오랜 세월을 간직하고 키 큰 나무가 교문 옆을 지키고 있네요.

 

 

쪼르르~ 아이들이 달려갔을 계단은 이제 밟는 사람이 없어서 계단의 흔적이 지워질 지경입니다.

 

두 학급으로 운영되던 교실. 이제는 마루도 다 삭아 무너지고 있어 세월의 흐름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이들은 이 폐교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 궁금합니다.

 

 

폐교를 뒤로하고 천천히 달리다보니 대전과 충남의 경계선을 넘어갔고 고즈넉한 마을이 눈앞에 나타나네요. 충남 금산군 백암리.

 

 

 

재미있는 건 여기서 길이 끝나버립니다. 보통 마을이란 길에서 길로 연결되어있는데, 마을회관 앞에 있는 이 광장이 도로의 끝입니다.혹시나 해서 내비게이션을 쳐봤더니 역시 도로가 더이상 없네요.

 

 

또 재미있는 건 이 마을까지 대전발 버스가 옵니다.

 

 ㄸ

 

서부터미널에서 출발하는 32번 버스는 백암리에서 종점을 찍습니다. 배차시간이 2시간에 한번!! 아직도 이런 동네가 있구나 싶습니다.

대전의 도심에서 이 버스를 타고 오는 농촌 체험마을 코스를 만들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어요.

 

 

담쟁이가 거친 담장을 부둥켜안고 새싹을 틔웠네요. 

 

 

마을에는 전통 방식으로 된장을 생산하는 농가가 있습니다.

 

 

도심에서는 보기드문  꽃입니다. 금낭화.  아이들이란 놀이공원이나 방방이같이 눈이 동그래질만한 상황에 신나게 반응하죠. 하지만 이러한 잔잔한 나들이도 마음과 기억속에 차곡차곡 쌓이리라 믿습니다. 무작정 돌아다니며 호기심 어린 시간을 보내는 것도 또다른 재미가 있네요.

 

 

돌아오는 길에 뿌리공원 근처 돈가스 전문 식당에서 늦은 점심 해결~맛있다!!  봄바람 쐬며 반나절  돌아다닌 대전 나들이,  봄날의 즐거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