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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전시ㆍ강연

벚꽃명소 카이스트에서 즐기는 인문학 강연 <철자법의 수수께끼>

카이스트 벚꽃카이스트 벚꽃


"연분홍 빛으로 바람에 살살 날리는 저 벚꽃을 보게~ 술 한 잔 없이도 오매~~~ 취하겠네~~"

금강산도 식후경이고, 인문학 강좌도 꽃 감상부터 하고 들어가자구요. 무거운 가방을 어깨에 메고 계단을 올라가는 학생도 마음에는 봄꽃이 가득하겠지요? 

공부하는 게 너무 많아서 연본홍 봄꽃이 하늘거려도 눈길을 주지 않는건 아니겠지요? 사실 4월은 참 잔인한 달이예요. 여러가지로.... 아.... 다시 생각나는..그런 것이 아니어도, 날씨는 좋고 자연은 화사해지는데 학교에서는 중간시험을 준비하는 시간이 되니 참 잔인하죠.

 

카이스트 벚꽃카이스트 벚꽃

 

마음 상태에 따라 표현이 달라지겠지만, 누군 '꽃비'라고 하고 누군 '꽃눈'이라고 하고~! 꽃눈이라고 부를래요. 바람에 나풀나풀 날리며 가볍게 떨어지는 모습은 비는 아닌 것 같아서요~!

 

카이스트 카이스트

 

카이스트 대강당 뒤로 난 작은 벛꽃 언덕을 한바퀴 돌아 내려오니 공사 현장이 보입니다. 정문술빌당 옆에 정문술2관을 짓고 있네요. 건너편에는 류근철 스포츠 컴플렉스도 있고요. 모두 카이스트에 거금을 기부한 분들이죠.

돈에 초연하게 살려고해도, 이런 순간에는 돈을 벌면 이렇게 기부도 하고 참 보람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요.

 

카이스트카이스트

 

인문학 시민강좌를 하는 인문사회과학부 건물(N4) 근처에는 독특한 양식의 탑이 있는데요. 바로 류근철 스포츠 컴플렉스의 주인공인 류근철 박사가 카이스트에 578억을 기부한지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탑이라고 하네요.

2009년 8월14일이 1주년이니까 2008년 8월에 통 큰 기부를 하셨군요~! 진정한 부자는 자기만을 위하여 쌓아놓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좋은 일에 쓸 줄 아는 사람이로군요. 재물을 쌓아 놓고 유한한 이 세상을 뜨는 것보다 가치있고 의미있는 이름을 무한으로 남기는 것이 얼마나 뜻깊은 일인지요~! 

 

카이스트 벚꽃카이스트 벚꽃

 

아름답고 무겁지 않은 벚꽃을 보며 눈을 돌리면 카이스트 대강당의 음악회 스케줄이 보입니다. 4월8일 (금) 저녁 7시30분에 김태현 피아노 리사이틀이 있군요.

카이스트 음악회는 무료로 진행되니까 시간 맞추어 현장으로 와서 표를 받아도 되고, 1주일 전 정오에 아르스노바 사이트에서 무료예매가 시작되니까 미리 좋은 자리로 표를 찜할 수도 있고요.

 

카이스트음악회카이스트음악회

 

지난 3월 11일 국립발레단 갈라콘서트는 무료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금방 마감될 정도로 인기가 높은 공연이었습니다. 위 스케줄이 나온 현수막 사진을 참고하세요.  

카이스트시민인문강좌카이스트시민인문강좌

꽃에 취하고 음악회 안내에 눈이 취하고~어떻게 인문학 강좌를 들어야 할지!

이번 학기 카이스트 시민인문강좌 주제는 '철자법의 수수께끼'입니다. 우리가 매일 말하고 쓰는 한글이야기인데요~

너무 쉽게 사용하다보니 한글이 뭐 할게 있냐 싶은데, 훈민정음 창제부터 우리 조상들이 사용한 한글의 역사를 알아가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거든요.

 

카이스트시민인문강좌카이스트시민인문강좌

 

강의실은 위 사진의 건물 1431호인데, 아래 사진의 현관으로 들어가면 바로 2층이기 때문에 2개 층만 더 올라가면 됩니다.

 

카이스트시민인문강좌카이스트시민인문강좌

 

모두 6회로 구성된 강좌 중 이날은 세 번째 강연이었는데요. 카이스트 인문사회과학부 시정곤 교수가 '한글 맞춤법 통일안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라는 주제로 강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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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창제 시기부터 어떻게 한글 사용이 보급되었는지, 맞춤법은 어떤 논의를 통해 지금의 맞춤법으로 정착되었는지 한글의 역사를 재미있게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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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글을 익숙하게 사용하다보니 정작 우리의 소중한 한글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요. 현재 사용하는 맞춤법의 큰 틀은 1933년에 그 통일안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아직 100년도 안되었군요. 

 

 

세종대왕이 만들던 당시의 방식으로는 소리나는 대로 표기하기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소리나는 대로 표기하면 서로 다르게 표기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근대에 이르러 한국학자 주시경식으로 낱말이 형태를 이뤄 뜻을 갖는 형태적 표기법을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글을 언문이라고 부르며 천시했다고 알고 있는데, 실제는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사용했다고 하네요~!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3년 만에 옥에 갇힌 죄인에게 억울함을 한글로 적어내라고 하였고, 과거 시험에 훈민정음을 포함시켰다고 해요!

 

 

그 뒤로 또 3년만에 양반들이 두려워하는 일, 즉 한글로 정승을 비난하는 익명서가 등장을 하였다니~! 실로 한글은 백성들에게는 그야말로 "니르고져 할바를 니를 수있게 만든" 혁명이었던 거죠~

한글은 백성에게는 '아는게 힘'이었고, 통치자인 양반에게는 '모르는게 약'이었답니다~^^

 

 

조선의 주요 문자로는 한자를 지배계층에서 사용하였지만, 위의 표에 보면 거의 모든 계층에서 한글을 기본으로 사용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위 한글 편지는 정조대왕이 어릴 때 쓴 한글 편지라고 하네요~^^ 삐뚤빼뚤 한글 편지를 쓰고 있는 어린 정조대왕을 상상하니  불경스럽게도 '귀엽네요'.^^

 

 

위의 그림은 익숙하게 본 김홍도의 퐁속화지요. 위 그림은 담배잎을 썰고 있는 가게라고 하는데, 주인이 누굴까요? 부채질하면서 책을 읽고 있는 사람이 이 담배잎 가게 주인일까요? 아니요~

이 가게의 주인은 오른쪽 아래에 있는 사람이고, 왼쪽 아래 책을 읽는 사람은 당시에 인기있던 책 읽어주는 사람인 '전기수'랍니다.

당시에는 한글 소설이 많아져서 백성의 삶이 바뀌었는데, 요즘 작업할 때 음악을 듣거나 라디오를 들으며 작업하는 것처럼 전기수를 불러 값을 치루고 소설을 실감나게 들으며 일을 했다지요~

책 빌려주는 세책방도 유행을 하였고, 너무 인기가 많다보니 책을 베껴 써서 대여할 필사본을 만드는 알바도 있었고요. 몇 년 전 인기있던 드라마 '성균관스캔들'에 그런 장면들이 많이 나왔어요~!

 

 

위의 사진 속 책에 있는 내용을 알면 웃지 않을 수 없답니다. 대여가 밀리니 필사본 만들기가 매우 바빴나봐요. 글씨가 엉망이어서 알아보기도 힘들고~ 위 사진 오른쪽은 책 뒤에 책을 빌려 읽은 사람이 주인 욕을 써놓은 것입니다~~^^

"책주인에게 욕을 아니하면 개자식놈이다."

왼쪽 책은 끝부분에, '악필로 썼으니 보시는 양반님네들은 글씨 흉을 보시지 마시고 글씨 잘못 쓴 죄를 용서하시라'고 써있네요~^^ 영화 '음란서생'에 나온 것처럼 야한 한글소설도 등장했고 말이죠~

 

 

한자가 아닌 한글이 나랏글이 된것은 1894년 고종 때 갑오개혁을 하면서 중국의 연호를 폐지하고, '한글을 기본으로 사용하되 필요에 의해 국한문을 혼용하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19세기 말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 조선의 상황은 참으로 힘들었죠. 그래도 우리의 근현대사를 잘 배워야 하는데, 학교 수업에서 매번 국사 뒷부분의 근현대사는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학기가 끝나곤 했지요.

아래 그림을 보면 국제 상황이 지금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못의 물고기에 COREE(코리아)라고 써있잖아요.

 

 

1883년 고종 때 최초로 미국으로 파견된 보빙사가 일본에서 배타고 태평양을 건너서 한 달 반만에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여 팰리스 호텔에 묵었는데 그 당시에도 최고급 호텔이었고, 아직도 특급호텔로 남아있다고 하네요. 

 


 

청국의 방해로 워싱턴으로 가서 미국대통령을 만나지 못하고 미국대통령이 뉴욕을 방문했을 때 뉴욕의 호텔로 찾아가 만났다고 합니다..

위의 그림은 보빙사(민영익, 서광범, 홍영식, 유길준 등)가 미국의 아서 대통령(백리새천덕伯理璽天德-중국발음으로 프레지던트)에게 조선식으로 큰절을 하는 모습으로 당시 신문에 나온 것이라고 하네요.

 

 

위 편지는 고종의 편지를 번역한 것이라고 합니다. 원래 조선에서는 한자로 써가지고 갔는데, 미국에서 "너희 글자가 있다며~ 너희글자로 써줘" 했대요. 왜냐구요? 조선에서 청국의 영향을 떼어내기 위하여 '너희는 자주국가'라고 강조했다고 하는군요.

그래서 한글로 쓴 것이 있고 그 아래에는 그것을 다시 영어로 번역한 것이 있습니다. 알리고 싶은 내용을 조금만 적었어요. 카이스트 시민인문강좌에서는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다룬답니다~

아직 3회 남았으니 강의에 참여하고 싶은 분은 시간 맞춰 건물 번호 N4, 1431호로 그냥 와서 신청하면 됩니다. 벚꽃으로 눈이 화사해지고, 재미있는 한글 이야기로 정신까지 화사해지는 봄나들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