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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상/대전사람들

알파고 아빠 데미스하사비스 "인공지능 필요한 이유요?" 카이스트 강연후기

 

"깜짝 놀랐다, 생각보다 인공지능이 무섭게 진화하고 있구나... 지금 우리는 인공지능의 실력이 어느 정도 실력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와 세계 최강 바둑고수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을 지켜본 어느 연구원의 소감입니다.

지난 9일부터 15일은 우리 인류사에 남을만한 시간이었죠. 인간이 가볍게 이길 것으로 생각했던 인공지능과의 바둑 대결은  네 번의 패배와 한 번의 승리로 끝이 났습니다.

그 과정은 우리에게 충격과, 감동과, 미래에 대한 생각 등 많은 화두를 던져주기도 했는데요. 우리나라 최고의 과학 두뇌가 모여 있는 대덕특구의 체감은 더욱 남다릅니다.

과연 어떤 일들이 있는 걸까요?


알파고아빠 데미스하사비스 강연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이 진행중이던 기간인 3월 11일.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가  우리 동네 대덕특구를 찾았습니다. 카이스트에서 특별 강연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알파고의 아빠가 카이스트에 온다고? 당일 오전 급하게 정보를 입수하고  강연장소인 카이스트 정문술 빌딩으로 달려갔습니다.

 

알파고아빠 데미스하사비스 강연 취재진


역시나 입구부터 취재 열기 후끈~. 지상파와 케이블 등 각 언론사가 모두 진을 치고 있고, 건물 안밖으로 많은 사람들이 웅성거립니다. 


알파고아빠 데미스하사비스 강연을 찾은 학생들


로비에는 미처 입장하지 못한 사람들이 입구에 붐볐습니다. 강의장은 일반 세미나실로  200석 규모인데, 몰려든 인파는 500여명이 넘는 것 같습니다.

세미나장의 강연 무대 앞과 복도 바닥까지 꽉꽉 들어차 앉고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입장도 못했네요.



세계적인 명사가 오는데 이렇게 협소한 장소가 웬말이냐구요? 사실 이번 강연은 카이스트 바이오 및 뇌공학과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마련한 세미나입니다.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님의 주재로  약속되어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대외적으로는 알리지 않고 학생들 수업의 일환으로 마련한 일정인데 예기치 않게 외부로 알려지게 되면서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려 학교측에서도, 하사비스 측에서도 당황스러워했다는 후문~ ^^

어쨌든 말이죠,  세계적인 구글 딥마인드 대표가 대국이 진행중인 기간에 서울에서 대전을 찾았다는 것. 게다가 대학교의 학과 세미나에 응했다는 것 자체가 과학 인재들이 모여 있는 카이스트의 위상을 엿볼 수 있는 대목  아닐까요? 과학동네 대덕밸리니까 가능한 이야기일듯.



어엇! 저분, 저분~!!

입장을 못해 어찌할까 궁리하던 제 눈에 확 들어온 인물. (순간 포착이 안되는 폰카의 한계가 원망스러워지는 순간ㅜ,ㅜ)


알파고아빠 데미스 하사비스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 마인드 대표. 10대초부터 세계 체스대회를 휩쓸었고 17살에 세계적인 흥행게임 '테마파크'를 공동 개발.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뒤 런던대에서 뇌과학 박사학위. 2011년 인공지능 개발업체 딥 마인드를 설립한뒤 3년만에 구글에 6천억원이 넘는 금액에 매각한 대단한 인물입니다.



입장을 못한 학생들은 스피커로라도 데미스 하바시스의 강연 내용을 듣기 위해 여기 저기 자리를 잡습니다.



계단에 앉는 것도 불사하는 카이스트 학생들의 열정이 예쁘지요?



자, 여기는 강연회 현장입니다. 저는 어떤 여학생과 더불어 간신히 의자에 올라 서서야 들을 수 있었네요.



스마트하고, 심플하고, 위트있게 강연을 펼치는  데미스 하바시스.(영어가 부족한 저로서는 다같이 웃을 때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지만요)

이날의 주제는 '인공지능과 미래'였는데요,  알파고의 대국과 관련해 인공지능의  연구 과정을  설명합니다.



인공지능의 능력을 크게 높인 학습방법은 딥러닝(deep learning)과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을 결합한 딥강화학습 개념입니다.  조금 쉽게 설명하면 알파고가 처음에는 프로 기사를 상대로 게임을 하면서 학습하고 그 뒤  컴퓨터끼리 서로 게임을 수백번 펼쳤는데 그 과정에서 다양한 기보와 경우의 수를 학습했다는 거죠.



모두들 한마디라도 놓칠새라 집중하고 있습니다.



영리한 데미스 하사비스는, 강연 끝에 카이스트의 우수한 학생들을 리크루팅하는 제안도 잊지 않네요.

"We're hiring!"



강의가 끝나고 문답시간이 있었습니다.

인간은 더이상 스스로 선택할 필요 없이 인공지능에 의존하게 되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파고의 승리를 보면서 두려움을 느낀 대목 중 하나죠. 여기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인공지능은 하나의 툴이다. 내가 인공지능을 하는 이유는 우리가 처리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정보가 나오고 있고 점점 더 복잡해지는 시스템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다. 인공지능은 이런 문제들에 대한 메타 솔루션으로 쓰이길 원한다. 인공지능이 여러 분야의 과학, 의학 등에 쓰여 이들 분야의 발전을 더 빨리 가져오길 바란다. 모든 새로운 기술처럼 인공지능도 책임감 있고 윤리적으로 쓰이길 바란다.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나 이걸 우리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그 영향력이 달라진다. 창의성, 꿈, 의식 등 인간의 마음을 더 잘 이해하는데 인공지능이 사용되길 바란다 "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모두 끝난 15일 저녁. 대덕특구 대덕비스센터에서는 과학인들의 커뮤니티인 '벽돌한장'의 정기 강연회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이 재능기부로 강연을 하고 일반 시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소통과 공감의 장입니다.  연사는 특별히 초청된 분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이정원 선임연구원. 인공지능과 바둑을 모두 이야기할 수 있는 전문가로서 흔치 않은 분입니다.

대국이 있기 며칠 전 인공지능에 대한 글을 SNS에 올렸는데 며칠 사이에 10만 뷰가 달성되었다네요. 요즘 각종 언론의 인터뷰와 출연요청이 쇄도해 며칠째 잠을 잊고 살 정도라고.


 

알파고는 정책망과 가치망을 통한 강화학습으로 인간처럼 직관을 가질 수 있다는 것.  비전문가 입장에서는 참 놀라운 얘기를 쉽고도 재미나게 설명해 주셨어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에게는 사실 그 원리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번 일을 통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 미래를 어떻게 준비해야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자극이 된 것이 중요하죠.

과학자들의 입장에서는 일반인보다 충격과 자극의 체감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아니까 더 구체적으로 보이고 실감나게 느껴지는 법이죠.

그 점에 대해 이정원 연구원은  "이세돌의 패배는 소중한 패배다. 인공지능이 우리 삶에 파고들기 전 몇 수 앞서 미래를 그리게 해주었다고 전합니다.


또한 과학자들사이에서  '커뮤니티의 활성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부각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인공지능을 주제로 초등학생, 과학자, 시민들이 함께 토론하는 것을 보면서 바둑과 같은 대중적 매체가 과학기술을 대중과 쉽게 소통하게 한다는 것을 실감했다... 그리고 시민참여에 의한 과학기술의 올바른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
강연에 참여한 한국화학연구원 고** 박사-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인공지능은 자연과학과 엔지니어링이 만나는 접경인 동시에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해석 없이는 파국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천문연구원 문** 박사.-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실감나게 보여준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로 우리 과학동네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2016/02/25 - [대전일상생활/대전사람들] - 대덕특구 과학자들이 쌓아올리는 '따뜻한 과학마을-벽돌한장'을 아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