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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전시ㆍ강연

대전전시 하정웅컬렉션 고요한 울림, 대전시립미술관 5월 29일까지



'하정웅 컬렉션' 들어보셨나요?

지난 주 2월 18일에 대전시립미술관에서 한 개인 컬렉터의 이름을 건 전시를 개막했습니다. 미술 전문가들은 잘 알테지만, 일반 대중은 하정웅 컬렉터가 누군지 잘 모르잖아요.

단지 개막 전부터 '대단한 작품들이 걸린다'라는 이야기만 얼핏 들었거든요.  개막식에서 만난 하정웅 컬렉터와 그가 모은 작품들은 말 그대로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위 사진에서 왼쪽에서 두번 째 서 계신 분이 하정웅 컬렉터입니다. 도대체 어떤 분이길래 개인이 모은 작품으로 전국을 순회하면서 작품전을 열 수 있는건지?

개인이 모은 작품이 얼마나 대단하길래 전국 주요 공립 미술관인 서울, 광주, 부산, 포항, 전북, 제주, 대구미술관 전시를 마치고 끝으로 대전시립미술관에서도 전시를 하게 되었는지?

그림 한 장 사기도 쉽지 않은데 대형 공공미술관에서 전시까지? 궁금증이 점점 커져갑니다.




대전시립미술관에 앞서 하정웅 컬렉션 전시를 하였던 광주 포항 등의 시립미술관장도 전시 개막을 축하하려고 대전시립미술관을 찾아왔고, 임봉재 대전시립미술관초대관장을 비롯하여 대전 문화계 주요 수장들이 모여 전시 개막을 축하하였습니다. 


 



이상봉 대전시립미술관장과 백춘희 대전광역시 정무부시장의 인사말이 끝나고, 드디어 하정웅 컬렉터의 소감이 이어졌습니다.

먼저 하정웅 컬렉터가 어떤 분인지 알아볼까요?

하정웅(78세) 컬렉터는 전라남도 영암 출신 일본 이주 노동자였던 부모님에게서 일본에서 태어난 재일교포 2세입니다. 화가가 되고 싶었지만 집안이 가난하여 꿈을 접고 마침내 사업가로 자수성가 하였습니다. 

그 후 미술 작품을 수집하기 시작하였는데, 1980년대부터 일본에서 공부하던 한국인 작가 전화황,이우환,곽인식, 곽덕준, 손아유 등의 작품 수천 점을 수집하여 국내외 미술관에 기증하기 시작하였다고 합니다. 

하정웅의 작품 수집으로 재일 작가들을 후원하였고, 국내에서 재일 작가들의 예술 세계를 연구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고 합니다. 뿐만아니라 광주의 장애인연합회를 후원하고 회관건립을 지원하였다네요.





지난 20여 년간 수집한 작품의 수가 무려 1만 점이 넘는데요, 하정웅 컬렉터 본인의 말에 의하면 사흘에 한 점 씩 수집하였다고 합니다.

전국의 여러 공공 미술관 곳곳에 기증을 하였는데, 대전시립미술관에도 하정웅 컬렉터가 기증한 작품이 234점이 있다고 하네요.

아버지의 고향인 영암에는 3,600 점이 넘는 작품을 기증하여 영암군립미술관이 영암군립하정웅미술관이 되어 하정웅 컬렉터의 작품 전시로 운영된다고 합니다. 

이 말을 들으니 갑자기 영암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군요.

남쪽 바닷가의 영암에서 봄맞이를 하면서 하정웅 컬렉터의 작품을 더 많이 보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수집한 작품 중 이번 대전 전시에는 70여 점이 전시되는데, 주로 1980년대 초만의 수집품이라고 합니다. 

모든 작품은 일본에서 작품 활동을 하던 작가에게서 직접 구입한 작품으로, 현재 이우환 작가 등 국제적인 명성을 얻어 작품 가가 수억 단위로 거래되는데 대중의 관심이 많은데, 전시된 작품이 얼마짜리냐에 집중하지 말고 하정웅 컬렉터 자신이 당시에 수집하던 그런 마음으로 작품을 보아달라고 하였습니다. 감동~!

작가가 작품활동을 하던 바로 그 당시에 작가에게 직접 구입하면서 작가의 역사도 함께 하며 수집한 것이라고요. 적극적인 예술후원활동인 메세나(Mecenat-불어) 정신을  성공한 기업가로서 철저하게 지킨 분이군요.




 

광주에서 시작하여 7개 도시에서 전시를 하고 대전에서 마지막 컬렉션을 전시하는데, 자신의 수집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고 한국과 일본을 넘어 세계적인 컬렉션으로 키울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본인이 수집하는 것은 기증을 통하여 우리 모두의 것이 되니, 우리 자신의 자산으로 여기고 작품에 담긴 역사까지 자랑스럽게 봐달라는 당부 말씀도 있었습니다.  

끝으로, 문화는 혼자 만드는 것이 아니고 국민이 함께 만드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하정웅 컬렉터의 말을 들으면서 손바닥이 아프도록 진심을 담아 박수를 쳤습니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작품을 사서 기증을 하기보다 따로 재단을 만들어서 결국 자신의 것이 되게하니 하정웅 컬렉터가 하는 바와 차이가 큽니다.

몇달 전 미국 뉴욕의 미술관을 돌아보면서 특히 대형 미술관에서 느낀 것이 전시실이 수십 개인데, 전시실마다 기증한 사람의 이름을 따서 '000 컬렉션'이라고 되어있는 것이 신선하면서도 엄청 부러웠는데, 하정웅 컬렉터가 바로 그런 분이었습니다. 

앞으로 하정웅 컬렉터의 사업도 더 잘되어 더 많은 작품을 수집하고 그리고 그 혜택이 전반적으로 일반 대중의 문화 수준을 더한층 향상시키는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하정웅 컬렉션의 작품 전시는 그의 기증 정신을 알리고 전국민이 그의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전국 시도립미술관 네트워크를 통하여 거의 3년에 걸쳐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각 미술관마다 지역의 특성과 기획력을 살려 하정웅 컬렉션을 다양한 방향에서 다른 주제로 기획하였다고  합니다.

아~!  미술관마다 같은 그림이 전국 순회를 한게 아니군요~

대전은 '고요한 울림'이란 주제로 1970년 대 일본 미술계에서 모노하(物波) 운동을 이끌었던 이우환(1936~)의 대표작품과 2차세계대전 후 평면을 테마로 새로운 조형공간을 실험했던 곽인식(1919~1988), 원초적인 화려한 색과 선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려 했던 손아유(1949~2002), 병에 괴로워하고 표현에 고민하다가 1980년대에 35세로 요절한 문승근(1947~1982)까지 재일 작가 4명의 작품을 기획하여 전시합니다.




또한 1970년 대 한국미술을 이끈 박서보(1931~), 정상화(1932~), 윤형근(1928~2007), 하종현(1935~) 등 국내 단색화 1세대 작가들의 회화 작품도 함께 기획되었습니다.





개막식에 이어 1,2 전시실의 하정웅컬렉션 작품을 감상하고 조촐하게 축하연이 있었습니다. 

대전시립미술관 임봉재 초대관장(1933년 생)은 몸이 불편한 상태에서 전시를 축하하러 왔는데, 자신도 전시되고 있는 작품의 작가들과 비슷한 시기에 작품을 하였지만 자신은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훌륭한 작가들이라는 말씀을 하였습니다.

알고보니 2012년 말에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손아유 작품을 중심으로 여러 작가들의 작품을 기획하여 하정웅 컬렉션이란 전시가 또 있었네요... (2012.11.28~2013.2.17) 그 땐 아무생각 없이 설명도 듣지않고 전시를 보았나봅니다. 기억이 나지않는게 좀 억울하기도 해요~^^;; 앞으로는 더 열심히 찾아보아야 할 것 같아요...

대전시립미술관의 하정웅 컬렉션 기도하는 미술 [고요한 울림]은 5월29일까지 계속 전시될 것입니다.

입장료도 어른 기준 500원에 불과합니다. 

꼭 여유있게 감상하면서 마음이 넉넉한 2016년의 봄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