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직면한는 연극 "아파트 놀이터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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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부부의 사랑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주었던
<극단 빈들>이 2015년 새로운 작품으로 대전의 관객을 찾아왔습니다.
바로 2015년 창작초연작 <아파트 놀이터에서 생긴 일 - 고양이는 어디로 갔을까?> 입니다.
이 작품은 5월 8일(금)- 5월 31일(일)까지
평일 저녁8시, 토/일 오후 4시
소극장 핫도그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문의: 010-2403-0847 / 010-2485-0849
대전대학교 교수이신 김상열 선생께서 대본과 연출을 맡았고
대전연극협회 회장이신 유치벽 선생님과 함께
정현주, 강미영, 문성필, 정수연 선생께서 출연했습니다.
작품의 배경은 오래된 아파트의 텅빈 놀이터입니다.
총 다섯 명의 배우가 등장하지만
각각의 배우가 2-3개의 역을 수행합니다.
따져보니 총 12명의 역이 등장하는군요.
아파트 경비원과 관리사무소 직원의 등장으로 작품은 시작합니다.
이들의 분주함은 아파트 놀이터에서 살고 있는 고양이들의 울음소리에 대한
주민들의 민원으로 인해 고양이 퇴치 작전으로 인함입니다.
하지만 이들의 눈에 고양이는 계속 드러나지 않습니다.
물론 작품에서도 고양이는 실제로 등장하지 않습니다.
어찌보면 보이지 않는 실체에 대한 망상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의 핑계에 대한 허상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제 극을 이끌어갈 인물들이 등장하기 시작합니다.
작품의 소개를 보면 이 배역의 이름은 없고 단지 "20대 여자 역"으로만 표현됩니다.
또 한 명이 등장합니다.
그녀는 취업준비생인데 매번 낙방만 합니다.
그로 인핸 실망과 좌절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취업을 위해, 자신의 몸을 위해
아니면 취업을 위해 자신을 몸을 만들기 위한 운동일런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열심히 운동을 하는 그녀 앞에 또 다시 고양이를 잡기 위한
아파트 경비원과 직원의 분투가 그려집니다.
또 다시 낙방 문자를 받은 그녀...
또 다른 실망과 좌절을 맛보게 됩니다.
그런 실망을 만나는 취업준비생에게 20대 여자는 쾌활하기만 합니다.
그녀의 쾌활함의 근원은 대체 무엇일까요?
홀로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면서 시간을 보내는 그녀의 사연은 대체 무엇일까요?
이야기는 그녀의 등장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녀가 무엇인가를 기다리기 위해 시간을 보내고 있음을 유추하도록 만듭니다.
이야기를 이끌어갈 인물들이 하나씩 등장하는 가운데
남중생, 여중생이 나타납니다.
이들은 K-Pop에 나가기 위해 팀을 꾸민 커플입니다.
아무도 찾지 않는 놀이터에서 연습을 하러 왔는데
20대 여자가 떡 하지 자리를 잡고 있으니
함부로 연습을 할 수도 없고 해서 20대 여자가 갈 시간을 물어봅니다.
그런데 20대 여자 앞아 고양이가 나타납니다.
그렇게 잡으려고 하던 고양이는
자신을 잡을 의지가 전혀 없는 사람 앞에 나타납니다.
먹을 것을 주는 여자의 모습을 통해
자신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대상으로
고양이를 그리려는 의도는 아닐까 추측해 봤습니다.
놀이터에 갑자기 인라인을 타며 운동을 하려는 중년남자를 등장합니다.
하지만 아직 인라인 타는 법을 잘 모릅니다.
그래서 검색을 통해 인라인 잘 타는 법을 읽으며 배우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설프게 인라인을 타려는 중년남성을 등장시킨 것은
어찌보면 자녀에게 소외받고 집에서 외로운 중년남성의 모습을 투영함으로
고개숙인 아버지의 모습을 반영하는 것은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런 외로운 중년 남성 앞에 할머니가 등장합니다.
고상하게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는 할머니,
그리고 그 사이에 20대 여자와 그 뒤에 외로운 중년남성을 대조시킴으로
20대와 40대, 그리고 60-70대의 세대차이를 배열함으로
각 세대가 갖고 있는 외로움의 이야기를 말하려는 것 같습니다.
이제 이들을 무대에 펼쳐 둡니다.
이들은 서로의 대화가 아닌 전화라는
가상의 존재와의 대화를 통해 그 외로움을 드러냅니다.
대체 이 할머니는 왜 이곳을 찾아오는 것일까요?
왜 이곳에 와서 책을 읽으며 이름모를 회상을 하고 있는 것일까요?
이야기의 화자는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의 입을 빌어 말을 합니다.
하지만 아직은 그 내용을 확장시킬 필요는 없어보입니다.
단지 할머니의 존재에 대한 의구심을 확장시킬 뿐입니다.
20대 여자는 갑자기 기타를 꺼내들고 노래를 합니다.
개인적으로 그저 평범할 뿐인 그녀의 노래와 연주실력은 무엇을 말하려는지,
그리고 그녀는 왜 기타를 들고 나타난 것인지...
아직 궁금합니다.
추론을 해 본다면 자신의 그리움의 대상을 기타를 통해 투영함으로
분신인 것 같지만 무엇인가 복잡한 의미를 담음으로
외로움과 그리움이라는 이중의 메시지를 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하여튼, 그녀의 노래는 깊어지고
우리의 남녀중학생은 다시 놀이터로 돌아옵니다.
이제 자신들의 연습시간이 되었다는 말이죠.
하지만 이렇게 노래 연습을 하지만
무엇인가 어울리지 않는 이들의 노래와 춤은
사람들로 하여금 웃프게 만듭니다.
너무나도 완벽한 춤과 랩을 가진 남중생과
어설프기 그지없는 여중생의 노래는 전혀 어울릴 수 없으나
이들의 조합은 극복의 대상인 외로움과의
처절한 대립을 드러내려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시간은 흘러 놀이터에는 밤이 내리고
그 어둔 놀이터에 20대 여자와 할머니만이 남았습니다.
이들은 마치 서로의 외로움을 이해라도 하는 듯
대화를 이어갑니다.
이 밤에 다시 놀이터에 사람들이 몰려옵니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찾아 나선 딸과 함께
아파트 관리직원이 나타납니다.
그리고 이들의 독백들을 통해 이들의 숨은 이야기들을 드러내며
외로움의 주제를 극화시킵니다.
결국 홀로 남은 20대 여자는 술에 취해
놀이터 벤치에 쓰러져 잠들어 버립니다.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자신의 외로움을
포장하고 있던 기타 케이스를 발로 차버린채
그 본질인 기타를 들고 나가버립니다.
누구나 외로움을 품고 있으나
겉으로는 그 외로움을 치장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중성을 말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홀로 놀이터에 남은 여중생...
그 앞에 덩그렇게 남겨진 기타 케이스와 빈 소주 명...
외로움의 잔유물만이 남은 것 처럼
여중생 역시 외로움의 잔유물로 남아있습니다.
이 여중생의 외로움은 무엇일까요?
엄마와의 전화를 통해 그 외로움의 본질을 드러냅니다.
텅빈 놀이터에 홀로 남겨진 여중생의 모습이
마치 넓은 세상 속에 널부러진 외로움의 존재와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외로움과 추위는 동의어인가요?
그렇게 남겨진 이불을 덮은 채 어머니가 오기를 기다리는 여중생의 모습...
작품이 시작되기 전에 놀이터와 푸른 색 배경을 통해
무엇인가 희망적이고 밝음을 기대했으나
작품은 외로움이라는 정반대의 메시지를
역설적인 무대 배경과 조명을 통해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이 작품은 '놀이터'라는 공간이
이제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어린아이들이 학원과 컴퓨터, 스마트 폰의 세계에 빠져
더이상 찾지 않는 놀이터는
예전의 놀이터의 의미와 함께 존재 가치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놀이터가 아직도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을 달래주는 곳으로,
그리고 사람들 간의 소통과 공감의 역할이 아직은 남아있는
이른바 '위락'의 공간으로 말하고 있었습니다.
연극 <아파트 놀이터에서 생긴 일>은 이름모를 비극적 요소를 함축시킴으로
인간 본연의 외로움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직면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며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1시간 35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외로움을 직면하며
대처하는 법을 고민해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 작품은 5월 8일(금)- 5월 31일(일)까지
평일 저녁8시, 토/일 오후 4시
소극장 핫도그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문의: 010-2403-0847 / 010-2485-0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