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뱅이마을과 갑천누리길
추억 담은 정방마을, 갑천누리길을 자전거로 닿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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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방송을 보다가 대전에 볏짚으로 곤충을 만들어 놓은 마을을 알게 됐고, 그 후 다양한 매체를 통해 그 마을을 찾아 자연스럽게 정방마을을 알게 됐어요. 지난 대보름 즈음에 원정동 볏짚미술제를 봤고, 봄이 성큼 다가온 2월 마지막 주말에 대전 서구 용촌동에 위치한 정방마을에 다녀왔어요.
정방마을은 정뱅이마을로도 불리는데, 이정표에 정방마을로 표기 되어있는 것으로 보아 정방마을이 표준어일 듯 합니다. 동네에서 사투리로 정뱅이마을로 불리기도 한 것 같은데, 저는 정뱅이마을이 더 친근하네요. 정방마을은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알려졌고, 지금은 갑천누리길 제2구간을 지나는 마을 중 하나로 자전거 여행으로도 닿을 수 있는 작고 소박한 마을이에요.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벽화나 소품들이 작품으로 남아있는 정방마을은 사진찍기에도 좋은 곳이에요. 날씨도 풀렸겠다 자전거나 자동차를 이용해 다녀오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방마을은 대전 서구 용촌동에 있어요. 복잡한 도심의 서구를 생각했다면 정말 놀랍지 않나요?! 대전 서구가 크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서구 안에 이렇게 한적한 시골 마을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어요. 정방마을의 주소는 앞으로 보여지는 사진들 속 주소를 참고하거나 지도에서 원정역을 찍고 찾으시면 될 것 같아요. 정방마을은 원정역과 가깝답니다.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알려지기 시작한 정방마을은 대전시에서 지정한 농촌체험마을의 역할도 있다고 해요. 아직 농사를 시작할 시기는 아니라 쉬고 있지만 봄이면 다양한 논작물 체험이 이뤄지길 기대해 봅니다.
마을 입구에는 마을회관 처럼 보이는 깔끔한 건물이 있어요. 100년 후에도 살기 좋은 마을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는데, 이 건물 1층은 마을회관이고, 2층은 북카페 또는 체험장이라고 해요. 제가 찾았을 때는 일요일이라 그런지 조용했어요.
누군가 집을 짓는 것인지, 아님 농사를 위해 복토를 하는 것인지 잘은 모르겠으나 트럭들이 부지런히 흙을 나르고 있었어요. 휴식을 취하던 논밭과 마을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니 봄이 왔다는 것을 실감했어요.
좀 더 정방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니 갑천누리길 이정표가 보입니다. 정방마을에 다녀온 입장에서는 5월 이후 녹음이 피어난 후가 더 멋질 것 같아요. 한여름에 자전거 타는 것이 힘들기에 5~6월 즈음에 자전거를 타고 오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정방마을 안으로 들어오면 시멘트 판을 차곡차곡 쌓아올린 담벼락 안에 추억이 담겨 있어요. 저도 어린시절 외할머니댁에서 봤었던 오래된 물건들에 어린시절 추억이 떠오르네요. 요즘 어린이들에겐 신기한 물건들로, 어른들에겐 어린시절 추억의 담벼락이 될 것 같습니다. 겹겹히 쌓아올린 담벼락이 차곡차곡 쌓이는 우리들의 추억과 닮지 않았나요?!
누군가의 집에는 마을 이곳저곳 추억들이 붙어있어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모습을 담은 사진인데, 몇 군데 떨어진 모습을 보니 좀 아쉽기도 하고, 시간의 흔적이라 자연스러워 보이기도 합니다. 나름대로 포토존으로 꾸며놓은 나무토막 의자도 귀엽게 느껴집니다.
마을 곳곳에는 크고 작은 작품들이 눈에 띄어요. 인위적인 느낌의 작품들도 있고, 자연스러운 작품들도 있어요. 아쉽게도 정방마을에는 빈집이 많이 보이는데, 그렇기에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작품들에 더욱 정이 가더라고요. 무너진 담벼락에도 봄이면 작은 생명들이 돋아날 것이라 생각을 해봅니다.
체험을 진행하는 공방이라도 있는 것일까요? 고사리 손들이 만들어 놓았을 법한 점토인형이 눈길을 끕니다.
이제는 찾아보기 힘든 귀여운 메주 미니미들도 있어요. 진짜 메주가 있었더라면 더 반가웠을 것 같아요.
옛날 물을 퍼올리던 흔적이 남아있네요. 저도 실제로 사용해 본 경험은 없지만, 어린시절 외할머니댁 마당에서 봤었던 기억이 있어요. 어릴 때 신기해서 엄마에게 물어봤던 기억이 나는데, 이름이 무엇인지 생각나질 않네요...
지금은 겨울이라 마을 전체가 조용한데, 목각인형이나 점토 인형을 만들어 보는 작은 공방도 있는 것 같아요.
신기한 눈으로 마을을 둘러보다 보니 어떤 집 뒤에는 오래된 골동품들이 눈에 띄어요. 생소한 물건들도 있지만 대부분 어릴 때 외할머니댁에서 봤던 물건들이 많아요. 지금은 찾아보기 쉽지 않은 물건들인데, 이렇게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어릴 때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정방마을은 작고 소박한 마을이에요. 실제로 둘러보는데 오래 걸리지도 않고, 빈집도 많을 정도로 조용한 마을이에요. 대전 도심 근처에 이렇게 한적한 시골 마을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어요. 마을 앞에는 물이 흐르고, 뒤에는 듬직한 산이 있고, 마을 앞으로는 평평하게 탁 트인 곳이라 참 좋은 마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봄이 찾아오는 지금 이 시점에 둘러보셔도 좋고, 녹음이 피어나는 봄과 초여름에 찾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사진을 찾아보니 한여름의 모습이 또 멋진 곳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녹음이 피어나면 다시 한 번 다녀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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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뱅이마을과 갑천누리길
추억 담은 정방마을, 갑천누리길을 자전거로 닿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