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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전시ㆍ강연

전시회 | 나를 위한 소통, 송일섭 展 - 모리스갤러리

나를 위한 소통, 송일섭 展

- 모리스갤러리ㆍ대전 유성구 도룡동 -

 

***

 

어제는 정말 굵은 비가 주룩주룩 내렸어요.

봄에 이렇게 굵은 비가 내렸었나 신기하기도 했고, 많은 비에 옷이 젖어 무겁기도 했었어요.

하지만 시원하게 비 내리고 그친 오후의 공기는 정말 시원하고 깨끗했어요.

봄이라 공기 중에 먼지가 많았던거 같은데, 답답했던 공기가 오전에 내린 비 덕분에 시원해진 하루였어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오후에 모리스갤러리를 찾았어요.

매주 목요일마다 새로운 전시를 오픈하는 모리스갤러리.

시립미술관이나 크게 열리는 기획전의 경우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경우가 많지만,

모리스갤러리와 같은 작은 규모의 갤러리를 그냥 아무 생각없이 방문한답니다.

그러면 작품에 대한 기대감과 작품을 만났을 때 즐거움이 좀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죠.

 

 

모리스갤러리는 지하 1층에 위치해 있어서 외부계단을 타고 내려가면 입구를 만날 수 있어요.

언제나 계단 끝에는 전시 포스터가 걸리는데, 이번 전시는 왠지 무거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답니다.

최근 항상 밝은 전시만 진행된 것 같아 예상치 못한 작품에 입구에서 부터 놀랐어요.

 

 

< 작가노트 中 >

인간은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자신을 들어내며 살아간다.

우리는 소통을 통해 타인의 능력이나 재력 따위의 사회적 위치를 알 수 있고 깊게는 그의 내면적 성향까지도 엿볼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신을 드러내는 것에 있어서 많은 것을 감추며 드러내고

자신을 드러낼 때 일반적으로 관념화된 사회 정서에 긍정적인 셩향의 모습으로 비춰지기를 바란다.

때문에 그의 본질적인 모습을 볼 수 없고, 그 모습은 오히려 포장되어지고 부풀려지고 왜곡되어진 모습일 수 있다.

나의 작품은 타인과 혹은 사회와의 소통에 있어서 필요한 드러내는 행위를 두려워하는 인물의 이야기이다.

 

아무런 사전지식 없이 작품을 보러 갔다면 앞에 배치되어 있는 안내책자를 꼭 읽어보는 것이 좋아요.

가끔식 안내책자를 만들지 않는 작가님들도 있지만, 저는 작품을 보기 전 안내책자를 조금이라도 들여다 봐요.

작품에 대한 이해를 돕는 것도 있지만, 내 생각을 좀 더 정확히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이번 전시의 안내책자에는 '송일섭' 작가님의 작가노트가 담겨 있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 무의식 중에 바라 본 작품들은 좀 어렵고 무거운 느낌이 강했는데,

작가노트를 읽고 난 후 작품들을 보니 차갑지만 외롭고 차분한 느낌이 강했어요.

 

 

대부분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요소는 바로 가면을 쓴 사람이에요.

사람은 최소 눈만 봐도 누군지 알 수 있고, 어떤 기분인지도 알 수 있다고 해요.

눈에서 더 나아가 얼굴을 본다면 그 사람에 대해 더 알 수 있을텐데,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얼굴을 가리고 있답니다.

상대와의 소통을 거부하고, 단절시켜 버린 그들의 의지가 표현된 듯 합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저 역시도 한 때 예전의 답답하던 자신을 생각하기도 했고,

그 외로움과 쓸쓸함, 공허함, 슬픔 등이 떠오르기도 했답니다.

 

 

작품들은 분명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어요.

하지만 직접 가서 보기 되면 무겁지만 작품 자체의 분위기를 한없이 가라앉지 않는답니다.

내용은 무거우나 작품은 무거워 보이는데 리듬감이 느껴지기도 하고,

슬픔과 분노가 보이는게 그게 느껴지지 않기도 한답니다.

흐트러진 감정들이 분명한데, 정돈 된 깔끔함과 차분함이 느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경험하게 됩니다.

 

아마도 이 모든 표현들이 '송일섭' 작가님이 의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작품을 보고 작가님과 마주앉아 이런저런 소소한 얘기를 나누며 느꼈답니다.

예전에 어떤 선생님께 좋은 작품은 힘들 때 나온다는 얘기를 들은 생각이 나는데,

지금 '송일섭' 작가님도 그런 경우가 아닐까 생각해요.

 

무섭고 차가운 듯 하지만 작품들은 관람객에서 뭔가를 얘기하고 따뜻하게 바라보고 있답니다.

작가님과 몇 마디 짧게 나누고 든 생각이, 작품은 작가님을 많이 닮아있다는 것이에요.

작품을 보고 작가님이 너무 딱딱하고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밝고 재밌는 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전시는 분명 무거운 내용이기는 하지만 어려운 내용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오랫만에 많은 것을 생각하고 떠올려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답니다.

 

***

 

장소 : 모리스갤러리

주소 : 대전 유성구 도룡동 397-1

전시기간 : 2013. 4. 25(목) ~ 5. 1(수)

문의 :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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