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로 펼쳐진 세계, 이민구展
- 모리스갤러리ㆍ대전 도룡동 -
***
요즘 거리를 걷는게 참 즐겁고 행복하지 않나요?
산수유에 이어 개나리, 목련도 개화를 시작해서 도로 옆 화단에도 생기가 넘치기 시작해요.
아직 꽃샘추위가 힘들기는 하지만 피어나는 꽃들을 보면 얼었던 마음 한 쪽이 녹는 듯 합니다.
피어나는 꽃을 보며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행복과 즐거움은 꽤 큰 듯 해요.
이번에 모리스갤러리에서 진행되는 이민구展은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이용한 작품들이 선보여집니다.
전시가 시작하는 3월 28일, 어제 오전에 모리스갤러리를 찾았어요.
항상은 아니지만 가끔 전시 시작일에 맞춰 모리스갤러리 회원들을 대상으로 전시설명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어요.
마침 이민구展도 전시설명을 진행한다고 하여 재밌고 듣고 왔답니다.
보통 전시설명은 오전 11시에 진행되며,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지만 시간 맞춰 가시면 들으실 수 있어요.
저도 우연히 시간이 맞을 때면 듣고 온답니다.
전시설명은 보통 관장님이 진행하시고, 작가와의 만남 시간도 있으니 작품을 보며 궁금한 점을 직접 물어보실 수 있어요.
이번 이민구展의 포스터는 격자모양의 작품이 들어가 있어서 그런지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작품 안에 들어가 있는 무엇가가 호기심을 자극하네요.
계단 앞의 포스터에 싣린 작품이 입구 바로 앞에 전시되어 있어요.
높이는 약 1.5m정도 되는 비교적 큼직한 작품이에요.
그 안에 들어가 있는 세심한 표현들은 다 거미줄이라고 합니다.
처음에는 거미줄을 닮은 뭔가를 만들거나 그려넣으셨겠지 했는데,
작품에 들어가 있는 거미줄은 이민구 작가님이 직접 채집한 것들이라고 해요.
여러가지 시행착오를 겪으며 작품에 거미줄을 담아낼 수 있었다고 하는데,
작가님의 그런 끈기 덕분에 독특한 작품이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격자의 작품들 외에도 작은 작품들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작은 작품들이 전시주제인 Microcosmos(소우주)와 더 잘 맞는 듯 해요.
사진으로는 잘 표현되지 않았지만 우주의 소행성이 담고 있는 에너지의 폭발과 퍼짐을 느낄 수 있어요.
작품 안에 들어간 거미줄은 작품의 그런 에너지는 생산 또는 폭발 시키는 촉매의 역할을 하지 않나 싶어요.
작품을 보고 어떻게 생각하느냐 하는 것은 관람자의 마음인데,
거미줄은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게 하는 흥미로운 소재라는 점이 재밌었어요.
이민구 작가님 작품이 독특한 이유는 거미줄을 사용했다는 점도 있지만,
거미줄 안의 시간을 그대로 옮겨 놓은 것 자체가 흥미롭다는 것입니다.
거미줄 알에 걸려있던 먹이, 나뭇잎 등을 그대로 옮겨 담아 작품이 살아있는 듯한 느낌도 들고,
다 다른 거미줄이 들어가 비슷하지만 전부 다른 작품을 만들어 내요.
거미줄 하나 하나가 모양이 전부 다르기 때문에 느껴지는 이미지가 다르고, 떠오르는 생각이 달라져요.
거미줄의 세심한 느낌을 담아내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쉬웠던거 같아요.
전시 사진을 담으며 이렇게 안타까웠던 적이 또 있을까요.
이번 이민구展의 매력은 흐릿하고 하찮게 생각했던 거미줄에서 나오는 에너지랍니다.
거미줄은 강한 바람에도 견디는 아름답고 이상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요.
그러니 흥미롭고 재밌는 소재이고, 그 재밌는 소재가 작품으로 담겼다는 점이 신기하기도 합니다.
***
장소 : 대전 유성구 도룡동 397-1, 모리스갤러리
전시기간 : 2013. 3. 28(목) ~ 4. 3(수)
문의 : 042)867-7009, www.morrisgaller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