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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전시ㆍ강연

'UNFACEFUL' 김지원展 - 누다갤러리

'UNFACEFIL' 김지원 展 - 누다갤러리

- 누다갤러리ㆍ대전광역시 서구 월평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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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우연히 아는동생의 얘기를 듣고 찾아간 누다갤러리.

주변건물들과는 차별화된 외모가 이곳이 뭔가 특별한곳이구나라고 느낄수 있었습니다.

그 특별한 장소 못지 않게 특별한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곳.

 

누다갤러리 'UNFACEFUL' 김지원展

 

입구 옥상위에 펼쳐진 이번에 전시된 대형 프랭카드를 보고 잠시 생각을 했습니다.

증명사진같은 저 사진들은 뭘까?

금방 이해하기 쉽지 않은 사진이지만

제목에서 살짝 그 힌트가 보이기도 했습니다.

 

사진전이 아닌 조형물 전시회인가라는 생각이 들정도로 상당히 독특하게 입체적인 사진들에

물음표만 연신 머리속에 맴돌았습니다.

저 큐브에 입체적으로 담겨 있는 사람의 모습들

하나같이 다들 정면얼굴은 벽을 향하고 있습니다.

제목에서도 나와있듯이 FACE, 사람의 얼굴이 주제이긴 하지만 모두 정면의 모습은 가리고 있습니다.

UN...뭔가 부정을 하고 싶다는 표현일까요?

작가를 직접 만나 얘기를 들어보진 못했지만,

안내브로셔와 사이트를 통해 작가가 보여주고자 했던 의도는 조금 이해할수 있었습니다.

이번전시회의 부연설명을 옮겨봅니다.

 

쪽팔리는 세상

김태정(갤러리 NUDA)

한자(漢字) 공부 좀 하자. 체면(體面), 대면(對面), 지면(地面), 표면(表面), 안면(顔面) 등등에 쓰이는 면(面)은 ‘낯 면’이라는 글자다. ‘낯’이라 하면 ‘낯을 가린다’, ‘낯 뜨겁다’, ‘낯짝이 두껍다’, ‘낯이 익다’ 등에서 알 수 있듯 눈, 코, 귀, 입이 제대로 보이는 ‘얼굴’의 또 다른 우리말이다. 이 면(面)이란 글자의 생김새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네모진 틀 안에 눈(目)이 들어가 있고 그 위에 머리털이 난 듯 한 모습이 보일 게다. 옳거니~! 면(面)은 ‘낯’의 모양을 본 떠 만든 상형자(象形字)다.

 

이 글자에서는 네모진 틀 안의 눈(目)이 유독 도드라진다. 이는 상대와 소통하고 이를 통해 그 상대를 인지할 때, 코나 귀, 입이 아닌 그 두 눈을 바라보며 상대를 파악했기에 그랬을 터이다. 고로 면(面)은 본디 상대의 두 눈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쪽, 상대를 제대로 인지할 수 있는 ‘바로 그 쪽’이라는 방향성을 함의한다.

 

 

흔히들 창피하고 부끄러울 때 ‘쪽팔리다’고 말 한다. 여기서 그 ‘쪽’이라는 것이 상대가 나를 제대로 인지할 수 있는 방향, ‘바로 그 쪽’, 즉 면(面)이다. 우리말로 하자면 낯이고, 불란서 말로 하자면 파사드(façade)다. 그러니까, ‘쪽팔리다’는 상대에게 나의 낯을 보임으로 내 정체가 낱낱이 드러나 알려진다는 말이다. 굳이 풀어쓰자면, ‘이런! 저 자식에게 내 정체가 훌러덩 까발려지고 말았군화!’ 정도 되겠다.

 

사진의 등장 덕에 우리는 ‘쪽팔리는 세상’에 살고 있다. 사진술의 빼어난 묘사력과 현현(顯現)의 편리성은 통치하고 관리하는 자들로 하여금 신뢰와 믿음이라는 미명하에 손쉽게 세상의 ‘쪽’들을 사들이도록 도왔다. 그리고 우리는 국민이 되기 위해, 글로벌한 세계인이 되기 위해, 조직원이 되기 위해,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 열심히 쪽을 팔고 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분명한 거래다. 특히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쪽을 팔면 팔수록 그만큼의 자본을 거둬드릴 가능성이 농후해 진다. 누구나가 알고 있는 쪽을 지닌 사람들 대부분은 어마어마한 부(富)를 지니고 있지 않던가? 입신양명(立身揚名)이 아닌 입신양면(立身揚面)의 시대다.

 

 

김지원의 ‘Unfaceful’은 면(面), 낯, 쪽. 파사드를 없앤다. 그녀는 큐브 형태의 디스플레이를 통해 파사드를 감추고, 썬캡을 활용해 낯을 가린다. 쪽팔림의 부정이자 일종의 숨통 트이기다. 우리는 자신의 쪽을 드러내 거대 조직의 부속으로 스며들어 이를 메마른 자본과 환치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경쟁적으로 쪽팔리고 싶어 안달 난 세상이다. 쪽팔림은 자연스레 숨통을 조여오지만 조직과 자본의 신화가 워낙 달콤하고 중독성이 강한지라 우리는 그저 그러려니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쪽을 팔아 댄다. 참말로 쪽팔리는 갑갑한 세상이다.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면(面)의 순우리말은 앞서 잠깐 언급했듯 ‘얼굴’이다. ‘얼굴’에서 ‘얼’은 ‘선조의 얼이 깃든’, ‘얼빠진 놈’, ‘얼치기’, ‘얼차려!’ 등등에서 알 수 있듯, 우리의 넋, 정신, 영혼을 뜻한다. 그리고 ‘얼굴’의 ‘굴’은 ‘골(骨), 꼴’의 변형으로 모양, 틀을 이야기한다. 고로 ‘얼굴’은 사람의 넋이 담긴 틀이자 정신의 통로다. 가시광선을 통해 눈앞에 드러난 영혼의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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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소 : 누다갤러리

주소 : 대전광역시 서구 월평동 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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