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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상/생태환경

[대전의 노거수를 찾아서] 새뜸마을 어르신나무의 겨울나기

 

 

새뜸마을 어르신나무의 겨울나기

- 대전의 노거수를 찾아서 -

 

 

***

 

 

올 겨울은 유난히도 눈이 많이 왔던 것 같아요.

연일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 탓인지

가까운 길거리나 먼 산을 바라보아도

아직까지 흰 눈이 꽁꽁 얼어붙어 있습니다.

 

해마다 1월은 새로운 시작에 대한 계획과 결의로 마음을 다잡게 되는데요,

저는 새뜸마을의 어르신나무를 찾아 2013년 한 해를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말없는 지혜의 말씀을 듣고 왔습니다.

 

 

 

 

흰 눈으로 온통 뒤덮인 날에 새뜸마을을 찾았습니다.

 

 

 

 

이곳에 뿌리를 내리고 650여 년을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을까요?

폭설과, 폭우, 폭풍, 전쟁과 같은 재난 속에서도 묵묵히 견디어내고 봄이면 싹을 틔우면서

뿌리와 가지를 땅과 하늘로 뻗어 갔을 테지요.

 

굵은 가지나 가는 새 가지 위에 앉은 흰 눈이 어르신나무의 아름다운 백발처럼 보여집니다.

그 앞에서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고개가 절로 숙여졌습니다.

 

 

 

 

하늘만 파아란 빛깔이고 마을 앞 쪽의 빈 들판과 나즈막한 산들은 온통 흰눈으로 뒤덮인 백색 세상입니다.

 

 

 

 

노거수가 서 있는 곳에서 천변 쪽으로 난 길에는 포도나무밭이 있는데요,

고랑 사이로 작은 짐승의 발자국이 나 있는 게 선명히 보입니다.

모든 게 흰 눈이 온 세상을 도화지로 만들어 놓은 덕분이지요.

 

 

 

 

오늘도 어김없이 서대전역에서 출발한 기차가 새뜸마을 앞을 지납니다.

마치 어르신나무의 긴 가지가 손을 흔들어 환송해주고 있는 것 같아요. 

 

 

 

 

 

 

 

 

노거수의 주변을 살피다가 마치 내 팔 한 쪽이 어떻게 된 것처럼 아픈 가지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굵은 가지 하나가 싹둑 잘려나갔더군요.

 

 

 

 

때마침 새뜸마을에서 나고 자라셨다는 주민 한 분을 만났습니다.

노거수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큰 분이셔서 가지에 대해

여쭤보았더니 잘 알고 계시더라구요.

 

안타깝게도 지난 가을에 그만 강풍을 이기지 못해 가지가 부러진 것을

수술하듯 시에서 잘라냈다고 합니다.

 

비록 큰 가지 하나는 잘려나갔지만 나머지 가지들이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추위를 견뎌냈으면 좋겠습니다.

 

 

 

 

예전에는 지금과 달리 기찻길이 노거수 바로 앞을 지나갔다고 합니다.

 

 

 

 

 

전봇대 옆의 이 작은 둔덕을 기차가 지나다녔다고 친절히 알려 주셨습니다.

 

 

 

 

노거수 가지 바로 아래로 기차가 지나다녔을 걸 생각하니 조금은 아찔합니다.

그 때는 기차의 소음과 진동 때문에 어르신나무가 많이 힘드셨을 것 같아요.

 

 

 

 

보호수로 지정된지 30여 년이 되었습니다.

 

 

 

 

1982년, 마을나무에서

시나무로 보호관리가 되고 있지만

대전의 최고 어르신나무인 만큼 더 큰 관심과 대접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좀 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기 위해 고가도로로 올라갔습니다.

눈 속으로 발이 쑥쑥 빠졌지만 마치 스스로 빛을 내는 크나 큰 항성처럼

저를 자꾸만 끌어당기는 어르신나무입니다.

저는 행성이나 위성이 될 수 밖에 없었지요.

바라보는 자체로도 큰 감동이었거든요.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을 함께 담기 위해 자리를 옮겨 다녔습니다.

 

 

 

 

 

 

 

 

버스 정류장이 가까이에 보이는 이 곳에 자리를 잡고 서서

기차가 지나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저 역시 한곳에 뿌리내린 나무가 된듯 추위에도 아랑곳 않고 오래도록 서 있었지요.

 

 

 

 

파란색 KTX가 지나가는 것도 담을 수 있었고

 

 

 

 

주황색 무궁화호가 지나는 모습도 담을 수 있었고

 

 

 

 

 

 

수백 년을 매일매일 한결같이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을 새뜸마을 어르신나무와 함께

알록달록한 꼬마열차도 담을 수 있었지요.

 

지난 해에 힘든 일이 있으셨나요?

올 한 해 모든 걸 떨쳐내고 새롭고 힘차게 시작하고 싶으신가요?

 

강풍에 가지를 꺾이고도

흰 눈 속에서도 푸르게 올라오는 생명의 기운을 가득 지닌 채 성성히 서 있는 생명문화재,

새뜸마을 어르신나무를 한 번 보고 오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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