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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행

기찻길에서 위로를 건네다



기찻길에서 위로를 건네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찻길에 서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한다. 그러나 나는 그 평행선의 길 위에서 아득함을 느끼곤 한다. 그곳에서 가슴 아픈 이별을 했던 것도 아니고, 지친 맘으로 터덜터덜 기차를 타본 경험도 없는데, 정체불명의 아득함이 함께 한다. 아마도 영영 각자의 길을 달려야 할 것 같은 평행선에서 지독한 삶의 외로움을 생각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기차는 여전히 왠지 모를 낭만과 느림을 감추고 있는 존재이다. 이미 대전에서 서울까지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 고속철도가 운행되고 있지만, 영화 필름이 상영되듯 차창 밖으로 서서히 움직이는 저 멀리 산과 들의 풍경은 마음을 울리곤 한다. 그 옛날 수많은 만남과 이별이 마주했을 기차역, 지금은 역의 기능을 거의 잃어가고 있는 대전의 간이역으로 오래된 추억을 찾아 나서본다.
 
  대전 서구 가수원동에 있는 가수원역은 호남선 역이다. 대전-광주간 무궁화호가 하루 한번 왕복 정차하는 그야말로 한산한 역이다. 대합실은 텅 비어 있고, 몇 안 되는 빨강 파랑 의자는 반질반질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원정역은 더욱 남루하다. 서구 원정동에 위치한 이 역은 1970년대만 해도 보통 역이었지만 1984년 역원 무배치간이역이 되었고, 2004년엔 여객업무를 중단하여 2006년 6월 23일 공식적인 폐역이 되었다. 영업을 중단한지 꼭 4년째 되는 날 다시 찾은 원정역엔 무성한 풀만이 기적소리를 기억할 뿐 가끔 스쳐 지나가는 기차는 무심하기 그지없다.
 
  또 다른 기찻길에 서 본다. 경부선 대전-세천역사이 서울역 기점 171.8Km, 이곳엔 6.25당시 대전지방 철도청 기관사 김재현이 딘 소장의 구출을 위하여 최후의 일순간까지 철마를 달리다 순직한 넋을 기리기 위해 세운 ‘기관사 김재현 순직비’가 서 있다. 기찻길을 지나갔을 수많은 사람들 중에 몇 명이나 그 의로운 죽음을 기억해줄까? 그의 삶만큼이나 위태롭게 철로 변에 서 있는 순직비 앞에서 새삼 잊고 사는 게 많은 세상임을 생각한다.
 
  이제 곧 산으로 바다로 휴식을 찾아 떠나게 될 것이다. 오랜만에 기찻길에 서 보자. 지나온 삶과 살아가야 할 날들이 펼쳐진 그 아득한 길 위에서 서로에게 위로의 노래를 건네 보면 어떨까?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아기 잘도 잔다. 칙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차소리 요란해도 아기아기 잘도 잔다. / 기찻길 옆 옥수수밭 옥수수는 잘도 큰다. 칙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차소리 요란해도 옥수수는 잘도 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