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고향으로 이사를 온지 2년이 다 돼 간다.
대전의 명문고 "대전고등학교" 를 나온 남편은 이사오자 마자 동창생 8명과 연락됐다.
두 달에 한번 모이고 대전에 살고 있는 친구들은 수시로 모여서 식사를 하고 당구도 친다.
남편과 정림동에 사는 친구는 생전 처음으로 당구를 치기 때문에 당구책을 보고 열심히 공부도 한다.
대전에 사는 친구들과는 한달에 한두번 만나서 식사를 하곤 한다. 진잠에서 대전고등학교까지 걸어 다닌 추억도 말하고 소박한 식당에서 막걸리 잔을 기울이며 담백한 대화를 한다고 했다.
한 달이나 감기를 앓고 있는 내게 남편이 생전 처음으로 점심을 먼저 먹으러 가자고 했다.
착하고 성실하나 융통성이라고는 찾기 힘든 남편이 친구와 함께 갔던 '도가니탕 집'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결혼 33년만에 처음으로 냉면이나, 칼국수, 돼지 갈비 말고 가자고 한 집이어서 신기했다.
정림동에 살고 있는 남편의 동창이 알려준 진잠의 맛집 '도가니탕집' 월산정을 소개한다.
*깔끔한 밑반찬이 먼저 나왔다. 8,000원짜리 "도가니탕"에 나오는 밑반찬이 참 많았다.
60전 후의 실버 부부의 사랑의 방법은 은근과 깊은 정에 있다. 아들 둘이 다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게 되면서 남편의 존재의 이유가 내마음 속에 각인 되기 시작했다. 서로 몸과 마음이 약해 져 가는 것이 애잔해서 연민의 정으로 바라보게 된다.
남편에게 부족한 점만큼 나에게도 섬세하고 찬찬한 점이 부족함을 깨닫게 되었다. 그냥 서로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게 된 이 나이가 좋다.
40대의 폭풍 노도와 같은 감정의 기폭이 심했던 갈등과 무조건 미웠던 남편이 이렇게 소중하게 느껴질줄을 몰랐다. 인생의 대단한 반전이다. 잘 견딘 내가 고맙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40대의 십여년을 가능하다면 잘라내고 싶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 시기가 있었음에 오늘의 안정과 부부의 깊은 정으로 하나가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도가니탕 한 그릇으로 참 깨달은 게 큰 하루였다. 맛도 남에게 소개할 정도이니 블로그에 소개하고 싶었다.
월산정 전화 : 042-544-99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