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을놀다 #1] 대전 여행, 엑스포의 마지막 모습을 담다

 대전, 공간을 놀다 프로젝트 첫 번째. 엑스포 과학공원. 오늘은 대전 여행을 테마로, 저물어 가는 대전의 마지막 (혹은 최초의) 테마파크 엑스포에 다녀왔습니다. 입춘이 지나고 봄이 오고 있음에도 황량하기 그지 없는 이 공간은 나의 어린 날이 담긴 추억의 공간입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 또한 93년의 화려한 엑스포를 기억하실 겁니다. 세계 박람회가 열리고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리고. 나는 그 당시 세 살이어서 기억은 없지만, 초등학교 중학교 내내 소풍을 왔던 기억이 납니다. 손에 손 잡고, 어떨 때는 설레어 하면서 어떨 때는 지루해 하면서 엑스포를 뺀질나게도 돌아다녔지요. 하지만 그 공간이 이제 작별 인사를 건네고 있습니다. 나의 엑스포, 안녕.

 나와 동행한 그녀는 언제나 함께할거라는 꿈돌이의 손에 척하고 손을 얹습니다. 그녀 또한 아름답고 소소한 추억들이 많은 공간이거든요. 사실 엑스포는 대전의 랜드마크였습니다. 꿈돌이와 한빛탑이 대전의 가장 유명한 마스코트였으니 말이지요. 나와 그녀는 손을 잡고 꿈돌이 랜드로 향했습니다. 감필라고 행성에서 날라온 분홍 노랑 파랑 친구들은 다시 자신들의 고향으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한적한 공원을 한 바퀴 거닐며 사진을 찍습니다. 미국에서 놀러온 사촌 동생과 탔던 범버카, 헤어진 연인과 탔던 회전목마, 솜사탕, 후룸 라이드. 나의 추억들이 별안간 잔상 어딘가에서 뛰쳐 나옵니다. 나는 이제 이 추억들을 기억 어딘가에 묻어놔야 겠군요.

 

 대관람차를 보며 어느 영화를 떠올립니다. 아마 이사카 코타로 원작의 영화일 터인데, 망해가는 한 테마파크를 배경으로 했을 겁니다. 적막한 공간에 버려진 놀이 기구들은 서로 소통합니다. 아이들의 웃음과 부드러운 공기를 느끼고 싶어 합니다. 사실 말입니다. 내가 사랑하는 엑스포에 롯데월드가 들어선 답니다. 롯데의 대규모 투자로 거대한 테마 파크가 조성된답니다. 나는 갈피를 못 잡겠습니다. 대전시 블로그 기자단으로서 객관을 유지해야 함에도, 나는 슬픔을 느끼고 동시에 기쁨을 느낍니다. 결사 반대를 외치는 시민단체의 손도 꽉 잡아주고 싶고, 그와 동시에 염홍철 시장의 결단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나의 추억은 사라집니다. 꿈돌이 또한 거대한 너구리 두마리에게 잡아먹힐 겁니다. 하지만 남아있는 거대한 부지는 새로운 꿈을 꿀지도 모릅니다. 밝은 미소의 아이들이 가득 찬다면 지금보다는, 행복할지도 모릅니다.

 추억을, 떠올리고 싶었습니다. 그녀와 솜사탕을 사다가 한웅큼씩 집어 먹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나는 솜사탕을 좋아했더랍니다. 운동회만 하면 솜사탕을 두세 개 사다가 작은 입으로 한 입 베어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는 드라마에 나오는 연인처럼 솜사탕을 들고 놀이공원을 거닙니다. 어느 남 주인공이 테마파크를 전세내고 여 주인공에게 이벤트를 하듯, 꿈돌이는 텅 비어 있습니다. 우리 둘이 전세낸 공간에서 감필라고 행성으로 갈 준비를 마친 그들의 뒷 모습을 하염 없이 바라봅니다. 사실 꿈돌이도 자본의 첨병이었겠지요. 하지만 또 다른 느낌입니다. 용인의 욕망 랜드, 잠실의 욕망 월드를 아니까요. 이곳 또한 소비가 집약된 욕망 파크로 거듭날 겁니다. 부디 모두가 웃는 테마파크가 되길 바라야지요.



 

 사실 스물세 해 만에 처음으로 한빛탑에 올랐습니다. 대전 여행을 오시는 많은 관광객 중 몇 분이나 이 곳을 올랐을는지는 의문이지만. 고백컨데 나는 처음입니다. 스산한 엑스포 과학공원을 거닐다 한빛탑으로 향합니다. 고요한 공간을 통채로 전세 내고, 솜사탕도 먹고, 놀이 기구도 타고, 사진도 찍고. 엑스포의 마지막 모습을 담기엔 왠지 즐거운 여행이었습니다. 롯데월드가 들어서도, 또 다른 욕망 파크가 들어서도 나는 엑스포를 기억할 겁니다. 그녀와 거닐었던 한적한 거리, 고요함, 아이들의 웃음, 꿈돌이의 언제까지나 함께하자는 말, 한빛탑에서 내려다 본 대전 풍경, 그 모든 것을 말이지요.

 꿈돌이가 감필라고로 떠나가기 전에, 엑스포 과학공원에 한 번 들러보시는 건 어떨까요? 대전 여행, 과거를 여행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