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날, 대전을 걷고 대전을 읽어볼 수 있는 공간을 찾아보았습니다. 바로 대전문학관입니다.
사람들은 대전이 철도역이 생기고 나서 만들어진 도시라고 생각하지만 오래전에도 이곳에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살아왔습니다. 대전은 충청 지역이나 중부권 전체를 아루는 문화와 역사의 숨결이 흐르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곳을 둘러보는 여행의 시작은 어느 곳에서 보아야 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그냥 정처 없이 돌아다니다가 이야기를 읽어보면서 '대전이 이랬구나'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대전의 산과 문학, 강, 하천, 조신시대 역사, 문화공간 등 대전의 다양한 이야기와 만날 수 있습니다.
대전의 옛 모습이 어떠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비교적 교통환경이 좋지 않기도 했지만 집과 학교 외에 다른 곳을 별로 가본 기억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전천, 유등천, 갑천이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대전. 대전천은 만인산이, 유등천은 금산이 각각 발원지입니다. 특히 유등천에는 버드나무가 많아서 버드내라고 불렸습니다.
보물과 전설이 숨어 있는 보문산, 산줄기가 닭 볕처럼 뻗어있는 계족산, 식량을 저장했다는 식장산 등. 대전의 산 이야기도 흥미롭습니다.
대전문학의 보금자리와 작품의 안식처가 지도에 표기되어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도 있지만 조선시대 고전소설 구운몽과 사씨남정기를 지은 김만중은 유성구 전민동에 조부의 묘소가 있고, 그 곁에 김만중의 충심과 효심을 적은 정려와 문학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김만중은 숙종 재위 시절 정쟁의 한가운데 있었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조선시대 학자들은 자신들의 견해에 따라 자신의 학문을 세웠습니다. 대전의 윤휴는 중구 문화동 지역에서 생활했다고 하는데 젊은 시절 송시열과 만나 의기투합한 바도 있지만, 벼슬길에 나가서는 정치적 견해 차이로 갈라섰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덕구 송촌동에 살았던 송명흠도 있습니다.
회덕 가는 밤길
서리 가득한 물가에 달이 떠오르고,
긴 수풀 뚫고 난 길 냇가를 돌아가네.
산을 두른 들판에 푸른 절벽 열리고,
닭과 개 짖는 소리 물안개 너머 들리네
- 김정 -
조광조와 함께 개혁의 기치를 내세웠다가 사화로 희생된 충암 김정 선생의 '회덕 가는 밤길'을 읊어봅니다.
이렇게 돌아보니 대전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있군요.
문학작품과 조선시대 인물을 공간과 연결시켜 구성한 이번 전시에서는 대전을 아는 사람에게는 대전을 쓰고 기억하는 방법을 조금은 깨닫게 해 줄 듯 합니다.
익숙한 듯하면서도 때론 익숙하지 않은 공간 대전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새로운 대전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대전의 길을 걷고 대전을 읽어보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2019 대전문학관 기획전시 대전 방문의 해 기념전
2019.07.12 ~ 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