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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일상/장터ㆍ골목길

반짝반짝 야시장 정동마켓 : 2019 마을미술프로젝트,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대전역과 함께 발달했던 주변 거리에는 과거와 현재가 마주하고 있음을 지난 6월의 마지막 금요일에는 또 다른 마지막 어둠을 역전길에서 살펴 볼 수 있었다. 

이보게 언제까지 서울 정동 덕수궁 돌담길만 거닐 텐가?
이곳 대전의 정동에서도 미처 알지 못했던 이야기가 흐르고 있다네.

서울이 전부 인 줄만 알았던 20대의 나에게, 30대가 되어서 대전을 살피게 된 또 다른 내가 전하는 메시지를 소개해봅니다. 같은 지명, 다른 이야기가 묻어나는 또 다른 정동의 이야기를 로컬 매거진 <월간 토마토> 6월호에서 발견하고 직접 찾아가 보았습니다. 마침, 정동 역전길에서는 해마다 야시장이 열렸고 대전 시민들과 함께한 어둠 속에서 또 다른 어둠이  서서히 사라져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6월 부터 시작된 여름에는 해넘이 시간이 점차 늦추어져 오후 7시 즈음에도 대낮처럼 밝았습니다. 덕분에 노을이 지고 어두워진 야시장까지 한 번에 볼 수 있었습니다. 

대전의 성장 역사와 함께 한 골목길, 대로와 번화가에 발길을 양보했지만
이제는 시민이 다시 찾는 특색 있는 역전1길로 방문객을 반겨

대전역에서 둔산동 방향으로 나아가는 대로변의 안쪽에는 역전1길이라 불리는 골목이 있습니다. 오래된 여인숙과 쪽방촌은 이제 대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역사의 흔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전과 같았으면 헌 건물을 부수고 높고 큰 건물을 새로 짓는 개발의 방식을 택하였을 텐데, 대전시와 시민들은 무작성 개발에 나서는 대신 도시의 역사와 함께 한 오래된 골목길을 기억하고 함께 하는 방식으로 '정동마켓'에 나왔습니다.
야시장 입구에는 대전, 충남, 세종 여성벤처협회에서 플리마켓 형식으로 저렴한 생활용품, 식품, 협회원의 제품을 가지고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그 뒤로는 체험, 전시, 공연, 먹거리 등의 자리가 이어져 볼거리를 더하였습니다.

정동과 함께한 마을미술프로젝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2018년, 청소년통행금지구역 해제의 순간과 함께 하다.

정동 역전길이 이번 야시장 행사 때처럼 늘 북적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1960~70년대 성황기 이후 발길이 끊겨 사람들이 찾지 않던 골목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것은 정동과 원동을 배경으로 이루어진 마을미술프로젝트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로부터 였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는 이 사업을 위해 대전공공미술연구원에서는 2015년부터 정동을 찾기 시작했고, 2017년부터 3년간 공모에서 1등을 차지하며 사업을 이어오고 있다고 합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사업은 점차 일반 시민들에게도 알려지기 시작하여 문화예술 차원의 도시재생으로 자리잡기 시작하였습니다. 다시금 사람들이 발길이 찾아오게 되자 2018년에는 청소년통행금지구역도 해제되었고 현재는 여러 작가 활동하는 예술골목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허태정 대전시장은 정동마켓을 찾아가 지역, 문화 예술활동가와 함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프로젝트에 대해 나누고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허태정 대전시장, 살아나는 정동의 가치가 지속되고 더욱 알려지길 공감

정동마켓에는 대전시민뿐 아니라 지역학자, 청년·여성·마을 활동가, 정치인들도 방문하여 정동의 변화를 직접 목격하였습니다. 행사장을 찾은 허태정 대전시장 및 관계 부서의 공무원은 원도심의 중요성, 원도심 재생의 가치, 주민과 활동가의 참여과정 및 애로사항을 듣고 시정에 반영해야 할 것을 주목하였습니다.  

밝을 때 시작했던 정동마켓에도 어느새 저녁노을이 지고, 서서히 어둠이 찾아오기 시작했으나 거리는 계속해서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다.

원도심의 마을축제, 주민이 주인이 되어 시민들을 맞이하다.
큰 이윤대신 찾아온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하기 위한 장터가 마련되다.

대전의 각 마을마다 축제가 생겨나고 진행되는 가운데 '정동마켓'은 원주민과 입주하여 활동하는 작가들이 한 곳에 모여 함께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잔치국수, 부침개, 순대볶음, 소떡소떡, 추억의 간식 등을 저렴한 가격에 준비한 주민들은 이웃과 함께, 정동을 찾아주신 대전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마련하였고 참여자들은 부담 없이 지갑을 열어 금요일 저녁 시간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주민이 준비한 안주 곁에서 막걸리와 함께 한 주간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방문자들을 보고 있자니 어느새 거리는 어둑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두울 때 빛이 나기시작한 정동마켓 야시장은 앞으로도 더욱 밝아질 골목길의 미래를 보여주는 것 같았다.

햇빛 못지 않은 달빛, 전처럼 어둠을 피하지 않는 대전 시민의 발길.
문화, 예술이 함께하는 골목길로 도시의 새로운 가능성으로 부활을 알리다.

정동마켓은 일회성 행사로만 끝나지 않고 해마다 이어지는 지속가능한 축제로 성장해왔습니다. 그 사이 낮에만 열리던 시장이 야시장으로 바뀌어 과거에는 발길이 끊겼던 밤길이 이제는 사람들이 알고 찾아오는 명소로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결코 한 순간에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지역사회와 함께 하려는 예술가들과 삶터를 포기하지 않은 주민들이 있었기에, 포기하지 않고 작은 변화를 계속 이루어 가려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정동마켓 당일에도 '생각하는 꽃 벤자민'으로 활동하는 전현경 작가와 다양한 소재로 실험적인 예술활동을 이어가는 이지민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 볼 수 있었습니다.

대전 정동의 사례는 골목길 한 곳에서만 그치지 않고 주위의 원도심과 다른 도시에도 참고할 사례로 남겨질 것으로 기대가 됩니다. 아직 끝나지 않고 시민들의 관심 속에서 다시 한 번 성장할 대전의 골목길, 정동마켓의 이야기에 함께 하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