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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여행/공원ㆍ마을

도심 속 휴식 공간 대전 은구비공원과 선사박물관

따사로운 햇살 아래 푸른 잎이 여름을 알리고 있습니다. 향긋한 풀내음이 방문을 환영한다는 듯 향기롭게 퍼집니다. 입구에 다 다를수록 괜스레 설레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습니다.

도시의 답답함을 벗어나 오랜만의 한적한 휴식을 맞이합니다.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와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줍니다.

대전은 공원이 잘 조성되어 있는 지역으로 유명한데 많은 공원 중 유성 은구비공원은 드넓은 초원이 매력적인 곳입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나 빌딩 등 고층건물에만 익숙해진 눈의 피로를 푸는 느낌이었습니다. 탁 트인 초원을 보니 새삼 새롭기도 합니다.

대전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나지막한 동산 덕에 걷는 시간이 더욱 즐거웠습니다. 우두커니 자리를 지키는 나무와 맑은 하늘은 마치 한 폭의 그림 처럼 보입니다.

은구비공원 산책길에는 단풍나무, 이팝나무, 왕벚나무 등 다양한 나무가 어우러져 있습니다. 과가 다른 나무이지만 조화롭게 어울리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어느 곳이든 그 자리가 명당이고 포토존이었습니다. 어디서 사진을 찍든 간직하고 싶은 사진이 나왔고 햇빛이 사르륵 들었을 때와 그늘 졌을 때의 차이가 명확해서 찍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인위적이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 눈에 한가득 깃들어 기분 좋은 하루였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푸른 하늘입니다. 미세먼지 때문에 외출을 꺼렸는데 맑고 푸른 하늘 덕에 이 날의 산책은 편안했습니다.

뭉게뭉게 핀 커다란 하얀 구름은 눈을 의심할 만큼 아름다웠습니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하늘을 하염없이 감상하다 천천히 흘러가는 구름 아래로 산책을 이어나갔습니다.

잔디 한 쪽에는 노란 금계국이 피었습니다. 쌍떡잎식물 초롱꽃목 국화과로 여름에 피는 꽃입니다. 강가나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금계국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머무르게 합니다. 꽃말은 '상쾌한 기분'으로 유성 은구비 공원과 잘 어울리는 꽃입니다. 금계국으로 차를 끓이기도 하는데 비타민과 항산화 성분이 들어있고 붓기와 체중 관리에 좋은 차입니다.

은구비공원은 꽃이 피는 계절이 오면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입니다. 다른 계절에는 어떤 꽃이 피어 있을지 궁금합니다.

나무 그늘 아래에서 많은 사람들이 캠핑을 즐기고 있습니다. 텐트 안에서 독서를 하며 여유로운 주말을 보내기도 하고, 삼삼오오 모여 즐거운 담소를 나누기도 합니다.

은구비공원은 11만 2,270㎡로 상당히 넓은 면적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공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청동기시대 및 원삼국시대의 유적이 발견된 곳이기도 합니다. 또한 공원에는 노은동 유적에서 출토된 유물을 전시하는 대전선사박물관이 있어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하기 좋은 곳입니다.

고층 건물 없이 자연으로만 어우러진 풍경은 우리나라 특성 상 보기 힘든 풍경이기에 외국에 나온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수백 년 된 노송과 다양한 수종으로 꾸며져 보는 즐거움이 있었습니다. 나무가 즐비한 저 산책길 너머에는 어떤 곳이 있을까요?

↑이 곳은 땅 속에 묻힌 유적 유물들을 발굴하는 발굴 체험장입니다. 아이들에게 선사시대의 모습을 기록이 아닌 발굴을 통해 볼 수 있었음을 알려주고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마련되어 있습니다. 직접 체험하는 아이들에게는 알아가는 즐거움을, 어른들에게는 역사를 기억하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대전 원신흥동 유적 주거지 노지

2010년 (재)백제문화연구원에서 조사한 대전 원신흥동 동서도로사업구간 유적 내에서 확인된 청동기시대 1호 주거지의 노지시설 2개를 이전 복원해 놓은 모습입니다. 대전에서 발견되는 위석식 노지의 대부분은 바닥에 특별한 시설을 만들지 않는데 비해 이 노지는 바닥에 판석이 놓여있는 특이한 형태입니다.

푸른 나무들 사이로 개성을 뽐내는 단풍이 보입니다. 여전히 붉게 물든 단풍이 이 길의 포인트입니다. 할머니 한 분이 오후의 산책을 즐기십니다. 따사로운 햇살이 할머니를 향해 밝게 비추고 있습니다.

계절에 따라 바뀌는 산책길을 걷는 시간은 참 즐겁습니다. 왕벚나무와 이팝나무가 울창하게 자란 이 길에서 천천히 시간을 보냅니다. 

왕벚나무는 장미과에 속하는 나무로 꽃은 4월경에 피며 색은 백색이거나 연한 홍색을 띕니다. 6월에 오니 꽃이 지어있고 푸릇푸릇한 새 잎을 내어 새로운 모습으로 반기는 모습이 시원합니다. 푸릇푸릇한 여름날도 좋지만 왕벚나무가 화려하게 만개하는 날도 기대됩니다.

산책로는 가끔 약간의 굴곡이 있기도 했지만 대부분 평평하게 되어 있어 유모차를 끌고 오는 사람들이나 휠체어로 다니는 사람들도 접근하기 편리해 보였습니다.

은구비 공원 곳곳에는 벤치나 정자와 같은 쉼터가 있습니다. 여기저기 삼삼오오 모여 재미난 이야기를 펼쳐갑니다. 더운 여름날 시원한 화채가 먹고 싶은 풍경입니다.

시원한 나무 그늘에서 쉬어가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연신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오늘도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추억 하나를 남기고 갑니다. 은구비 공원 가득 사람들의 즐거운 대화가 오갔고 활기찬 풍경에 덩달아 기분이 좋아집니다.

계단을 내려가면 배드민턴을 칠 수 있는 공간이 보입니다. 이 운동장 좌우에는 벤치가 나열되어 있어 휴식을 취할 수도 경기를 관람할 수도 있습니다. 시원하게 땀을 빼고 얼음물 마시면 스트레스가 확 풀릴 것 같은 곳이었습니다.

아이스크림 내기를 하고 배드민턴 한판! 과연 누가 이길까요?

대전 선사박물관 입구에 다다를 즈음 목달동 문석인 동자석인도 보입니다. 조선 16세기 후반에 제작된 석인(石人)은 조선시대에서는 왕실의 권위를 나타내는 상징물로서 왕릉 영역에 석물을 조성하였다고 합니다. 목달동 문석인은 실제 문신의 모습을 나타낸 것이며, 동자석인은 16~18세기에 왕릉을 제외한 왕실과 사대부가의 묘역에 조성된 독특한 석인으로 묘를 수호하는 성격을 강조한 것입니다.

대전선사박물관 앞에는 추억의 사방치기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누군가 던져놓은 돌멩이 하나를 가지고 추억을 더듬어 봅니다. 서로 사방치기 하는 방식이 달라 내가 맞다 너가 맞다 한참을 장난을 쳤습니다. 그 때 그 시절 사방치기가 왜 그리 재밌었는지 모릅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진지한 마음으로 사방치기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했던 것 같습니다.

사방치기 추억을 뒤로하고 선사박물관 입구를 향했습니다. 입구에는 고고한 '고대 미술 산책'이라는 박물관 아카데미 현수막이 붙어 있었습니다. 한국 고대 미술 문화에 대한 총체적인 예술 강좌가 열린다고 하니 관심 있는 분들은 신청바랍니다. 

이 아카데미 이외에도 '2019년도 2분기 재능 나눔 프로젝트 썰&끼'가 매주 화~금요일에 열린다고 합니다. 대바늘인형 만들기부터 경기민요, 명상수업, 퀼트 등등 재미있는 수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구석기인이 되어'는 구석기인이 입었던 옷과 도구로 나를 꾸미는 사진기입니다. 꾸며지는 모습이 상당히 재밌어서 성인들도 유쾌하게 할 수 있습니다. 다 꾸민 후의 모습은 개인 메일로 전송할 수 있으니 즐거운 추억 남기기에 좋은 수단이 될 듯합니다.

사진 촬영을 원하는 사람은 장치 맞은편에 붙은 발모양 스티커에 서서 손을 움직이면 마우스 커서가 인식이 됩니다. 커서를 이동하려면 손바닥을 움직이면 되고 클릭하려면 주먹을 쥐면 됩니다.

대전 선사박물관은 박물관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게임과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었고, 설명 또한 쉽게 되어 있어서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글로써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 직접 체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신석기시대의 주거생활 공간을 만들어 두었고, 그 안에서 신석기시대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팔을 마구 흔들며 도구를 만드는 게임 덕에 팔 운동 실컷 했습니다. 엄청난 양의 무기도 만들고 목책진지 점령에 성공까지 했습니다. 단순한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재미있게 익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이어서 아이들도 열심히 참여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게임인지 몰라서 어리둥절해하다가 한번 실패했습니다. 오기가 생겨 열심히 팔을 휘저었더니 이번에는 성공! 했습니다.

아이들이 이리 저리 뛰어가며 최선을 다해 축구를 하고 있습니다. 돌멩이 없이 폭신한 잔디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 놀기 좋습니다. 아이들의 보호자들은 텐트 안에서 그런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도시의 소음 없이 나른한 주말의 휴식. 은구비공원이 있어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