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시은우(時恩雨)를 아시나요?
'때 맞춰 내리는 은혜로운 비'를 뜻하는 시은우는 이름만큼, 카페도 예쁩니다. 하지만 이곳을 발견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중부권 최대의 자동차 매매단지와 자동차 공업소 밀집지역 속에 숨어있거든요.
처음부터 카페로 지어진 곳도 아닙니다. 40여 년동안 단란한 가족의 보금자리로 쓰였던 주택입니다. 주인장은 누군가의 어머니와 아버지, 아들과 딸이 살았던 공간 곳곳을 고스란히 살려냈습니다. 그리고 이 은밀한 동네에 사람들이 찾아와 다시 북적이는 도시재생을 꿈꾸며, 카페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변신했습니다.
그 노력과 정성이 닿았는지, 올해는 2019 문화가 있는 날 지역문화콘텐츠 특성화 프로그램에 당당히 선정되었답니다. 이름하여 반달공업사 예술로 UP!
지역문화콘텐츠 특성화란? 지역 고유의 특성을 활용한 문화 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지역민이 문화적 주체로서 향유하는 지역 맞춤형 사업입니다. 전국 17개 광역 시·도의 지역 문화예술 기획자와 예술가, 지역민 등 다양한 주체 간 협력을 통해 다채로운 문화 프로그램을 지역 곳곳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 출처 : [문화가 있는 날] 누리집 |
반달공업사 예술로 UP!, 어떤 프로그램인지 궁금하시죠?
복합문화공간 시은우가 위치한 월평동은 하늘에서 내려다볼 때 반달모양이라 반달마을이라 불렸답니다. 도솔산과 갑천이 감싸고 있어 도심 안에서도 사계절의 변화를 온전히 누릴 수 있습니다. 특히나 2013년 생태보호지역으로 지정될 만큼 자연친화적인 공간입니다.
하지만 신도심으로 사람들이 떠나고 그 자리에 자동차 매매단지와 자동차 공업소가 하나둘 들어서게 됐습니다. 여전히 남아있는 거주민들은 문화적 혜택으로부터 점점 소외됐지요.
그래서 반달공업사 예술로 UP!은 반달마을의 문화적, 환경적 가치를 소개하고 공유하려 합니다. 6월부터 11월까지 모두 여섯 번에 걸쳐 진행되는대요. 그 첫날 소식을 전해드릴게요.
복합문화공간 시은우 앞마당에서는 친환경 공예마켓이 열렸습니다. 재활용품에 디자인을 더해 그 가치를 높인 업사이클링(새활용) 작품을 감상하고 구입할 수 있었죠.
뒷마당에서는 한화이글스 선수들이 직접 사용했던 야구방망이와 야구공으로 업사이클링 체험을 했습니다. 특히나 공식경기에 쓰인 야구공은 재사용되지 않고, 학교 야구부나 2군 선수들의 연습구로 쓰이거나 버려진다네요. 그래서 만들래협동조합과 한화이글스는 의기투합했습니다. 부러진 야구방망이로 필기도구를, 버려진 야구공으로 열쇠고리를 만들고 한화이글스 경기 현장에서 판매하자고. 그 작업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맡겨 홀로서기를 돕고 있답니다.
나만의 야구공 열쇠고리를 하나씩 완성하고 생태예술투어에 나섰습니다. 출발에 앞서 장바구니를 하나씩 받았습니다. 보자기에 싸인 도시락과 에코병에 담긴 아이스티, 하얀 양산까지 살뜰히 들어있었죠.
복합문화공간 시은우 - 자동차 공업사 - 월평공원·갑천생태하천에 이르는 길을 걸으며, 월평동과 갑천 일대를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특히나 갑천생태하천은 한국의 아름다운 하천 100선, 대전의 걷고 싶은 길 12선에 선정되는 등 전국에서도 유일한 도심 속 자연생태공원이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가까운 도심 속에 멸종위기 어류 및 조류 700여 종이 살고 있고 가을이면 늦반딧불이가 날아다닌다니, 감동이었습니다.
일찍 찾아온 더위와 뜨거운 햇볕은 풀과 나뭇잎이 드리워주는 그늘을 넘지 못했습니다. 손 닿을 듯 가까운 곳에서는 아파트 건설이 한창인데, 여기서는 단단한 갈대 줄기를 잘라 비눗방울을 불고 꽃다발과 나뭇잎 배를 만들었습니다. 잔잔한 습지에 돌팔매질을 하고 주인없는 오디를 나눠먹기도 했죠.
도솔터널이 뚫리기 전까지 수리부엉이가 살았다는 도솔산 절벽을 지나면 구불구불, 여기서부터는 자연 그대로의 갑천이 흐릅니다. 징검다리를 건너 조금 걷다보니, 드디어 목적지! 한 시간 여의 도보여행을 잠시 멈추고 맛있게 도시락을 까먹고 양산을 멋지게 꾸미기도 했습니다. 일행 중에는 저희같은 가족 단위 뿐만 아니라 친구와 연인끼리 오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요래요래 좋은 소식, 어찌들 알았을까요.
그리고 송나츠의 친환경콘서트가 이어졌습니다. 대전 구석구석을 거닐며 자연에서 얻은 영감을 음악으로 표현하는 지역의 뮤지션입니다. 눈을 지그시 감고 갑천의 바람소리, 물소리, 새소리, 풀벌레소리를 배경삼아 그의 기타선율을 감상했지요. 자연이 예술이 되는 순간이었습니다.
짙어지는 노을빛을 밟으며 갑천을 따라 자동차 공업사를 지나 다시 복합문화공간 시은우로 돌아왔습니다. 아기자기한 친환경 소품들이 가득했던 앞마당은 어느새 아늑한 야외공연장이 되었더군요. 현악 사중주단의 연주는 반달마을을 채웠죠.
월평동과 월평동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수달과 황조롱이가 살고 있는 갑천을 걷고 싶다면? 문화와 예술, 환경이 어우러지는 특별한 하루를 보내고 싶다면? 함께 하세요, 반달공업사 예술로 UP! 6월의 마지막 일요일에도 복합문화공간 시은우에서 시작합니다~
2019 문화가 있는 날 지역문화콘텐츠 특성화 프로그램 반달공업사 예술로 UP! 2번째 시간 1. 장소 : 복합문화공간 시은우 (대전광역시 서구 계룡로 232번길 1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