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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전시ㆍ강연

리혁종 개인전 '2 Piece' 테미예술창작센터 전시

지난 1월부터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에 제6기 작가들이 입주했습니다.
4월 4일 '2019 프리뷰'전을 통해 올 한해 작가들의 작품활동 내용을 미리 볼 수 있었는데요. 

입주작가들의 릴레이 개인전의 첫 테이프는 리혁종 작가가 끊었습니다.

지난 5월 2일부터 시작된 전시회 제목은 2 Piece : 두 조각의 세계를 잇다입니다.

리혁종 작가는 전시회를 통해 회화와 설치,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선보입니다.

2 Piece : 두 조각의 세계를 잇다라는 전시회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같은 듯 다른 듯한 두 개의 작품이 서로 대비를 이룹니다.

하나의 작품은 본 작품과 전시실 바닥의 반영이 서로 대비되는 2 개의 조각이 됩니다.

제1전시실의 오누이 탑 (Two Towers)입니다. 오누이 탑은 인근 계룡산에 있는 두 개의 모양이 닮은 탑 이름지요.
리혁종작가가 이곳을 답사하면서 영감을 받아 크고 작은 돌맹이를 정성껏 쌓은 돌탑과, 플라스틱 류의 재료를 수집해 쌓아올린 수행적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한 쪽의 플라스틱 탑에는 3D 프린터로 제작했다는 얼굴도 숨어있고, 작가가 좋아하는 이카로스의 날개도 있습니다.
모두 그대로 사용하기도 애매하고 버리기에도 왠지 아까운 그런 재료들입니다.

돌탑 주변에는 겹벚꽃잎들이 떨어져 있는데요. 이 작품에 사용한 돌맹이와 벚꽃잎은 대전테미예술장작센터와 접해있는 테미공원에서 주워온 것들입니다.  전시회가 끝나면 돌들은 모두 되돌려 놓을 거라네요. 계룡산과 테미공원이 서로 만난 현장일까요.

한 쪽 탑은 줍거나 얻어온 공공재이자 자연재료의 하나인 돌로, 한 쪽은 폐기된 플라스틱 제품과 생활재 숍에서 사온 플라스틱 재질의 물건으로 구성됐습니다. 

작가는 "플라스틱은 석유화합물의 시대에 대량생산제를 대표하는 재료로 이전에 인류에게 번영을 주었지만 현재는 처치 곤란한 폐기물이 된 것처럼, 현장에서 가져온 돌과 그것을 플라스틱으로 복제한  두 재료는 현대사회의 자연물질과 인공물질에 대한 감정, 감각, 인식을 대조하여 연결시켰다"고 말합니다.

'버려야 할 것인지 다시 사용할 수도 있는 것인지 애매한 물건들로 쌓은 탑은, 다른 쪽 돌탑과 대비되는 모습입니다만, 탑을 쌓는 데 사용한 잡다한(?) 물건들도 찬찬히 살펴보면 참 재미있습니다.

그리스로마 신화에 나오는 이카로스의 그 날개와 함께 포즈를 취한 리혁종작가입니다. 날개 속에 그림자로 들어간 작가의 두상이 또 하나의 작품이 됐습니다.

작품 앞에 선 리혁종 작가

이 그림에서는 두 개의 이카로스가 있습니다. 하나는 태양에 너무 가까이 올라가 날개가 타버린 이카로스가 추락하고 있고,  하나는 낮지만 땅과 태양 사이에서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잘 날고 있습니다.

똑같은 모양과 색깔의 돌맹이 두 개가 각각 다른 유리 상자에 놓여 있습니다. 
이 작품 속에는 자연과 최신과학이 서로 대비, 공존하고 있는데요. 과연 어떤 비밀이 담겨있는지 잘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1층에서 지하로 내려가는 계단 아래 설치된 이 작품은 두 개의 손이 대비를 이루고 있습니다.

작가는 우리에게 친숙한 로댕을 생각했다고 해요. 로댕이 활동하던 시기가 제국주의 시기였고, 로댕은 프랑스에 있었지만 벨기에와 인접한 나라였고, 국왕 2세가 식민지 콩고에서 수확물이 적을 때 사람들이 게으르다고 손목을 자르는 만행을 저질렀다고 하는데요. 흑인의 검은 손목과 함께 핍박을 자행한 제국주의를(제국주의가 아니라 사람이 저지른 것이지만) 황금색 손으로 표현했습니다.
설명을 듣고 나니 섬뜩하네요. 황금손이 검은손의 영역 안으로 조금 더 들어간 것은 작가의 의도일까요?

다음은 회화작품이 전시된 공간입니다.

원래 리혁종 작가는 회화를 전공했지만, 이후 행태주의적인 탐구 등의 조각에서 버려진 재료들로 구성을 하는 설치까지 하게 된 거라는데요. 이번 전시회에서 오랜만에 회화를 다시 시작하는 시기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의미가 새롭다고 합니다.

이 두 작품은 원래 있는 타 작가의 작품에 그물 같이 촘촘히 망점을 찍거나, 그림을 첨가하는 형식으로 완성한 작품입니다.   

회화작품 전시실 안쪽으로는 두 켤레의 짚신과 영상이 있습니다.

이 짚신은 작가의 아버지가 아들인 작가의 작품 콘셉트에 대한 대화를 나누면서 삼은 것인데요. 보통의 볏짚과 황금색 끈으로 삼아 서로 대비가 됩니다. 그런데 짚신의 올 사이에는 꽤 많은 양의 머리카락이 들어있네요?

영상은 아버지와 작업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답겼습니다. 두 켤레의 짚신은 각각 무엇을 상징할까요? 그리고 짚신 짤 때 재료로 쓴 머리카락에는 어떤 사연이 담겼을까요? 

저는 이 방에 들어서는 순간 상갓집 문 앞에 놓인 짚신의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올랐는데요. 요즘을 보기 어려운 광경이지요. 리혁종 작가는 '좋은 신발은 좋은 곳으로 데려간다'고 말합니다.

또 하나의 지하전시실에는 대부분 버려진 나무둥치 등의 폐목재를 재료로 한 섬세한 조각작품들이 전시돼 있습니다. 무릎 정도 높이라서 자세히 보려면 쭈그리고 앉아야 합니만 그냥 선 채로, 소인국에 온 걸리버가 돼보는 것도 좋습니다. 

 

또다른 전시실에는 그동안 리혁종작가가 시행했던 프로젝트 등의 과정이 담긴 자료들을 볼 수 있습니다.

기획에서부터 진행과정 등을 자세히 볼 수 있기 때문에, 비슷한 프로젝트를 구상하는 작가나 기획자라면 천천히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리혁종 작가와 작품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옥상의 ‘테미 쉘터’ 작품을 자세히 보지 못하고 작품설명도 못 들었는데요.

첨탑으로 다이달로스 복제물을 세우는 진행형 작업으로 배치된 이 작품도  빼놓지 마시고요.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최창희팀장은 "리혁종 작가가 창작센터 공간 구성을 분석하고 각각의 공간에 맞는 작품을 분산 배치해 관람자는 여행자처럼 지도 속의 공간들을 찾아나서게 된다"고 합니다.

전시회의 작품 배치를 보면, 지층은 ‘미궁’으로 설정하고, 작가가 다시 재생시키고 있는 ‘이카로스 프로젝트’에 관한 작품, 정보, 영상 작업이 배치됐습니다. 옥상에는 ‘테미 쉘터’ 작품이 현재 진행형 작업으로 배치돼 에콜로지와 자본주의의 충돌을 유기적으로 완충·연결시켜 줍니다. 더 나아가 자본주의를 넘어서는 예술을 찾아 나서는 모험과 여행이 되는거죠.

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2Piece: 두 조각의 세계를 잇다

리혁종(대전테미예술창작센터 6기 입주작가} 기인전

기  간 : 2019년 5월 2일(목) - 13(월)10:00-18:00
(전시기간 중 휴관일 없음)

관람료 : 무료
관람 및 단체관람 문의 : 042.253.9810~13

 대전광역시 중구 보문로 199번길 37-1

2019 대전광역시 소셜미디어기자 조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