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정신병원에서 환자 하나가 바나나 껍질을 벗겨 소금을 뿌린 후 등 뒤로 휙 버립니다.
또 하나의 바나나에 역시 소금을 뿌리고 던져 버립니다. 계속되는 그의 행동을 보고 의사가 물어봅니다.
"왜 바나나에 소금을 뿌려서 버립니까?
환자 왈 "그럼 당신은 소금 뿌린 바나나를 먹으란 말이오?"
40 여 년전쯤, 유머로 '정신병원 시리즈'가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에 최불암시리즈, 덩달이 시리즈 등의 유머도 유행했었지요.
네. 저 옛날 사람 맞습니다.
이런 썰렁한 유머를 기억하는 제게 정신병원을 배경으로 한 볼 만한 연극 소식이 찾아왔습니다.
거북이, 혹은...
5월 가정의 달, 1일(수)부터 12일(일)까지 기간이 매우 짧아 아쉬운, 극단 H.U.E의 연극입니다.
극단 H.U.E( Human in Unlimited Education, 끊임없는 교육 속의 인간)는 공연예술관련 전문 극단입니다.
어떤 작품을 무대에 올리든 믿고 볼 수 있는, 기획, 연출, 연기 모두 탄탄한 극단입니다.
세계적 권위의 정신과 의사와 그를 짝사랑하는 간호사, 교육실습을 위해 병원을 찾은 의대생, 자신을 거북이라고 믿는 환자. 이렇게 네 남자는, 세탁소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옷걸이를 벌려 머리띠처럼 두르고 나타나 무대 가장자리를 빙빙 돕니다.
'거북이, 혹은...'의 원작은 헝가리의 소설가 커린티 프리제시로, 15분 길이입니다.
대전과 자매도시인 일본 삿포로의 한 극단에서 40분짜리 여성 4 명이 주인공인 첫 공연을 시작하여, 일본의 홋카이도, 도쿄, 헝가리 부다페스트 등에서 공연되어 호평을 받은 작품입니다.
대전에서도 지난 2015년 H.U.E의 첫 정기공연으로, 여성배우 넷이 상연한 바 있는데, 이번에는 브금 연출 부분을 추가해 70 분공연으로 연출, 남자 버전으로 선보였습니다.
의사와 간호사, 의대생과 환자···.
이 네 사람 중 진짜 환자는 누구일까요.
눈치가 조금 빠른 사람은 극 초반쯤 이미 짐작을 할 수 있습니다만, 그럴 거라는 걸 알면서 봐도 웃음이 연방 터집니다. 블랙 코미디라고 하지만, 블랙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시종 경쾌하고 즐거운 분위기입니다.
배우들은 시종 빠른 속도로 대사를 쏟아내고, 힘든 몸짓도 많습니다.
하지만 단 한 순간의 빈틈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코미디 연극이라고 해서 억지 웃음으로는 관객의 호응을 받을 수 없습니다.
H.U.E의 '거북이, 혹은...'은 모두 정극 연기로 탄탄한 실력을 갖춘 배우들이 진짜 웃음을 끌어냅니다.
그 웃음 속에서,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자, 즉 비정상인과 정상인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반문하게 됩니다.
연출가 박준우는 바로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선은 어디까지인가'를 생각해 보고 싶었다고 합니다.
안에서는 '열리지 않는다'고 하는 문과, '열지 않는' 문은, 우리의 고정관념과 안 된다는 생각으로 쉽게 체념하거나 시도조차 하지 않는 우리 모습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최근 급격히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방치된 조현병 환자의 문제와 맞물려, 관객들로 하여금 실컷 웃게 하고 나서 긴 여운을 남기는 연극.
'거북이, 혹은...'이었습니다.
연극 '거북이, 혹은...'
- 공 연 일 시 -
2019년 5월 1일(수)~5월 12일(일)
월~금 : 8시, 토, 일, 공휴일 : 4시
- 관 람 료 -
현장구매 : (중고대)학생 20,000원, 일반 30,000원 /
※ 대전공연전시 예매할인 : 중고생 : 13,000원, 대학생 : 16,000원, 일반 : 20,000원 / 단체(10인이상, 전화예매만 가능) 중고생 : 10,000원, 대학생 : 13,000원, 일반 : 17,000원/1인
예매마감 : 공연 당일 3시간 전(평일 5시, 토,일 1시까지)
※ 5월 8일 어버이날 부모님 동반 시 부모님 무료입장
관람등급 : 만13세(중학생)이상 관람가
소요시간 : 70분
주최/기획 : 국제연극연구소 H.U.E
문의처 : 010-4404-7030
예매처 : 대전공연전시 http://gongjeon.kr/ 042-301-1001
공연장소 : 소극장 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