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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문화

[대전여행] 대충청방문의 해, 대전에서의 하루, 어디까지 즐겨봤니?





대충청방문의 해, 대전에서의 하루,
어디까지 즐겨봤니?



오래 전, 너무나 아름다운 영상에 매료되었던 영화가 있었다.
가을로.
울긋불긋 붉게 물든 산천보다 내 마음이 더 곱게 아롱졌던 한 편의 이야기. 우리나라의 가을이 그토록 아름답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만든 눈부신 영화였다. 그날 이후, 내게 가을은 여름이 무너져내려 그저 스쳐가는 계절이 아니라, 추운 겨울을 옹골차게 이겨내기 위해 한껏 힘을 모으는, 살아 있는 계절이 되었다.
10월의 어느 멋진 하루, 오래 전 가을의 모습을 마음에 담고 대전으로 향하는 길.
보다 섬세한 시선으로 깊이 숨어 있는 대전의 모습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 바쁘게 움직였다.















푸른 기운이 그립다면, 상소동 산림욕장으로


오전 7시 30분, 대전행 KTX에 몸을 싣는다.
한 시간 남짓 후 대전에 도착한 나는 대전역 건너편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501번 시내버스를 탄다.
호젓한 시골길을 40여 분 달려 '시민공원' 정류장에서 내리면 만날 수 있는 곳.
맑고 푸른 기운이 넘쳐나는 이곳은 바로 <상소동 산림욕장>이다.


"와아, 대전에 이런 곳이 있었어?!"


평소 산길, 흙길 걷는 것을 좋아하는 내게 상소동 산림욕장은 그야말로 낙원이었다.
아직 단풍이 전부 들지는 않았지만, 하늘을 가리운 무성한 나뭇잎 덕분에 그늘을 벗하고 걸을 수 있는 길.
한여름엔 산 속 깊은 곳에 마련된 물놀이장에서 아이들의 즐거운 조잘거림이 들리는 곳.
설령 겨울이 와도 푸근한 기운이 가득할 것만 같은 산림욕장.
아침부터 싱그러운 공기를 가득 마시고 대전의 하루를 시작했다.


















조선시대의 대학자 송시열의 혼이 깃든 우암사적공원


단아하면서도 올곧은 품성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한 학자의 초상화.
초등학교 5학년 때, 내 품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모습이 살짝 오버랩되기도 했던 그 분의 부드러운 미소.
특히, 눈매가 많이 닮아 그 분을 볼 때마다 순간순간 할아버지가 생각나곤 했다.

상소동 산림욕장에서 발걸음을 옮긴 곳은 <우암사적공원>.
조선시대의 대학자 우암 송시열의 혼이 깃든 아담한 정원이다.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지다'는 말에 따라 나무 한 그루를 가운데 두고 사방으로 열린 물길과
그 곁에 자리잡은 소박한 집 한 채가

우암 송시열의 고매한 학식과 덕을 보여주는 듯한 이곳.
가을의 문턱에서 만나 더욱 반가운 곳이었다.








대전은 살아있다


대전을 가로질러 흐르는 갑천.
저 멀리 보이는 엑스포 다리를 병풍 삼아 이곳 갑천 둔치에서는 때마다 행사가 펼쳐진다.
하늘에서부터 땅에 이르기까지 세상의 모든 것과 소통하려는 그들의 움직임이
'그랜드 투어'로 다시 태어난 10월의 대전.
제법 높아진 하늘 만큼이나 푸르른 물길을 뱉어내고 있는 갑천.
이곳에서 밤의 축제가 펼쳐졌다.




























한밭에서 펼쳐진 세계의 먹을거리


갑천 둔치를 아래에 두고, 한빛탑을 옆에 두고 있는 대전무역전시관.
이곳에서 <2010세계관광음식브랜드박람회>가 열렸다.
두 세 사람 건너 외국인이 보일 정도로 그야말로 세계 음식 대축제라 할 만 했다.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시식도 하고, 독특한 음식도 사먹으며 맛있는 시간을 보냈다.
일행과 함께 저녁으로 선택한 메뉴는 인도의 대표 음식인 탄두리 치킨과 난.
이곳에선 현금이나 카드를 사용할 수 없고, 4군데에 마련된 부스에서 특별 제작한 코인으로 바꾼 후,
그것을 사용할 수 있다.

마치 어린 시절에 했던 시장놀이나 병원놀이, 소꿉놀이가 생각났던 오후.
어른도, 아이도 모두 즐길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계산법이었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꿈


어렸을 때, 유독 떨어지는 꿈을 자주 꾸곤 했다.
그 때마다 엄마는 키가 크는 꿈이라며 괜찮다고 하셨다.
하지만 난 처음으로 이사 간 고층 아파트에서 밤이면 밤마다 떨어지는 꿈을 꾸었고, 아침이면 늘 침대 밑에 누워 있었다.
뼈가 자라 키가 크는 고통을 온몸으로 안으며 사춘기를 보내던 어느 날, 난 더 이상 떨어지는 꿈을 꾸지 않았다.
대신 나의 키가 자라고, 마음이 커지는 어른이 되면 꼭 하고픈 '꿈'을 꾸기 시작했다.


하늘로 날아오르는 풍선은 왠지 아련한 로망을 품고 있다.
그것이 사람을 태우고 높이, 더 높이 두둥실 떠오를 수 있다면 그건 정말 가슴이 터질 듯 벅찬 순간일 것이다.
갑천 둔치에서 십 여 대의 열기구가 하늘로 날아오른다는 소식을 접한 우리 일행.
밤이 되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고, 어느새 갑천은 불빛으로 그득했다.
부푼 기대를 안고 커다란 나무 상자를 바라보고 있는 순간.
설령 이 상자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해도 섭섭하지 않을 만큼 뜨거운 불덩어리가 하늘로 솟구쳤다.
하지만 나의 오만한 마음을 하늘이 읽은 것일까.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 결국 열기구는 떠오르지 않았다.
물론, 다시 서울로 돌아와야 해서 행사가 다 끝나기 전에 그 자리를 벗어났기 때문에 그 이후의 일은 잘 모르겠다.
여하튼, 그날 내가 보았던 뜨겁고 화려한 불빛은 대전이 더 이상 답답한 도시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주었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헐레벌떡 뛰어가 겨우 뛰어오른 기차에서 시작한 나의 아침.
싱그러운 초록 바람을 안고 느긋하게 거닐었던 나의 오후.
그리고 소박하나 따뜻한 불빛을 한껏 만끽했던 갑천에서의 나의 저녁.


"대전? 거기에 뭐 볼 거 있겠어? 난 대덕연구단지 밖에 생각이 안 나는데."
"글쎄, 거긴 말이야. 생각보다 훨씬 더 아늑하고, 상상보다 훨씬 더 놀라운 곳인 것 같아."


대전에서의 하루, 어디까지 즐겨봤나요?






201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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