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대전일상/대전사람들

대전무형문화재 제1호 웃다리농악, 송덕수 보유자

 

"농악은 종합예술입니다."


농악 가락을 어머니 뱃속에서부터 들었기 때문에 60년 인생을 농악과 함께 했다는, 대전무형문화재 제1호 웃다리농악 송덕수 보유자의 말입니다.



대전무형문화재 제1호 웃다리농악 기능보유자 은산 송덕수선생.



저는 올해로 3년째 매주 수요일이면 '대전웃다리농악 전수교육관' (유성구 문지동)으로 농악을 배우러 갑니다. 

 

시민을 대상으로 대전무형문화재를 가르치는 '무형문화 전수학교' 프로그램을 통해서인데요. 농악에 사용되는 4개의 악기(꽹과리, 북, 장구, 징) 중 장구를 칩니다. 

 




대전무형문화전수학교. 웃다리농악 수업중



웃다리농악은 대전무형문화재 제1호입니다. 

 

'마지막 남사당'으로 불리는 월해 송순갑선생이 '충남웃다리농악'으로 충남무형문화재 제5호 보유자였는데, 1989년 대전이 직할시가 되면서 '대전웃다리농악 보존회'로 대전무형문화재 제1호로 지정을 받은 겁니다.

 


대전무형문화재전수회관 상설전시실의 웃다리농악 관련 자료



대전웃다리농악 기능보유자는 두 분인데요. 2001년에 송순갑선생이 돌아가시고, 그 문하생이었던 류창렬 선생이 2004년에 새로 보유자로 지정을 받았어요. 그리고 송순갑선생의 장남인 송덕수선생이 뒤를 이어 2007년에 보유자로 지정을 받았습니다. 


대전무형문화재전수회관 (대덕구 송촌동) 상설 전시실에는 '웃다리농악'에 대한 역사와 사용악기, 기능보유자에 대한 정보가 전시돼 있어요.

 


무형문화재 전수학교에서 농악을 가르치는 송덕수선생


 

무형문화전수학교에서 웃다리농악은 송덕수선생이 가르치는데요. 전통을 지키고 전수를 하는 데 남다른 뜻이 있을 것 같아서 이야기를 나누어봤어요.

"정월 대보름 전후 마을을 돌며 지신밟기를 하는 농악단을 따라다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송순갑선생과 웃다리농악보존회의 예전 활동 모습 <웃다리농악전수교육관>



몇살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어렸을 때부터 농악과 함께 했다고 하는데요. 아버지인 송순갑 선생이 우리나라 마지막 남사당이며 웃다리농악의 대부였기 때문입니다


월해 송순갑선생은 일제강점기부터 충남지역을 중심으로 걸립패를 이끌면서 많은 식구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다는데요. 그런 이유로 송덕수선생은 어려서부터 경제적으로는 힘들었다고 합니다.

 


웃다리농악전수교육관에 게시된 송순갑선생 자료


 

걸립패 단원들이 꼭두쇠인 송순갑선생의 집에서 머물면서 연습도 하고 활동도 다니고 했지만, 돈에 욕심이 없었던 아버님으로 인해 부부싸움을 하시는 부모님 모습을 자주 봤다고 하네요. 수입이 생기면 단원들과 분배를 해야 하는데, 식구가 많거나 특히 어려움을 호소하는 단원에게는 당신의 몫을 나누어 주시곤 했기 때문에 어머니가 매우 힘들어 하셨다고요. 

 

그래서 그런지 송덕수선생에게는 의외의 경력이 있어요. 젊은 시절 청주에서 5년간 양복기술을 배운 적이 있다고 하네요. 아들이 농악만 해서는 어렵게 살 것이 걱정된 어머니의 만류로 한동안 농악패를 떠나게 된 것이라는데요.

 

이후 사물놀이의 창시자인 김덕수 사물놀이패와도 잠시 활동을 했답니다. 하지만 송순갑선생의 권유로 다시 돌아왔다는데요. 마음을 다시 돌린 이유는 "전통을 지키기를 바란다" 는 한 마디 당부말씀 때문이었대요. 

 


웃다리농악보존회의 공연 (2017 토요상설공연. 대전무형문화재전수회관)


 

그리고 2001년 송순갑선생이 돌아가실 때까지 웃다리농악 보존을 위해 함께 애를 썼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고 합니다.


"젊었을 때는 여장을 하고 공연을 할 정도로 날씬하고 잘 생겼었어요"


무동과 땅재주 등 다양한 기량을 선보이는 대전웃다리농악의 특성상 여장도 했었나 봐요.

 

하지만 공연이 자주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니 경제적으로는 늘 어려웠다고 합니다. 웃다리농악 뿐 아니라, 전통을 계승하고 보존하는 일은 쉽지 않지요.

 

그나마 지난 2007년 대전무형문화재 제1호 보유자로 지정을 받고, 2009년도에는 웃다리농악전수교육관이 건립되면서 보존과 교육의 장은 마련이 됐다고 생각한대요.

 



 

대전문화재단 무형문화재 전수학교를 통해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연중 웃다리농악 교육을 하고 있고, 해마다 여름에 진행하는 '하계전수마당'에는 전국에서 남녀노소 농악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몰려든다고 합니다.

 


2017 하계전수마당 (사진 : 웃다리농악보존회 제공)


 

예전 송순갑선생과의 공연하던 중 인상에 남는 일이 있다고 하는데요.

마당놀이 공연 중 흥에 겨운 관객이 무대로 들어와 송순갑선생을 끌어안고 뽀뽀를 하는 바람에 공연이 잠시 지체됐었대요. 진행 스탬이 관객을 만류하려고 하니까, 괜찮다며 관객에게 호응을 해주셨다고 해요. 공연이 끝나고 하시는 말씀이

"우리 모습이 좋아서 그러는 걸...우리가 하는 공연은 함께 즐기고 어우러지는 것"이라고 하셨다고요.


대전에서 최초, 최고, 유일, 독특한 것을 찾아 인증을 하는 '대전기네스'에서 웃다리농악은 대전의 첫번째 무형문화재로 등재가 됐습니다. 또한, 대전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행사에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공연을 도맡아 하고 있기도 합니다.

 

 

2017 제야의 종 타종행사에서 웃다리농악보존회



농악은 2014년에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가 됐지요. 세계적으로도 보존해야 할 소중한 전통예술인 것입니다.


2017 대전무형문화 전수학교 발표회에서. 수강생들과 함께 한 송덕수선생



송덕수선생은, 대전의 웃다리농악보존회가 한국 농악의 전통을 이어나가는 데 주축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계승자를 양성하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어요.

 

하지만 타시도에는 '시립농악단'이 운영이 되고 있는데 비해 대전에는 아직 없어서, 어린이, 청소년 때부터 교육을 통해 훌륭한 인재로 키워놓아도 타시도로 빼앗기는 점이 무척 아쉬운 점이라고 말합니다.


농악단을 비롯해 공연예술을 하는 사람들을 예부터 '광대'라고 불렀지요. 한자와 음이 같을 뿐 원래 미친 상태를 뜻하는 건 아니지만 송덕수선생은 말합니다.


"광대는 그야말로 미쳐야 합니다."

 


 

 


2018대전광역시 소셜미디어기자 조강숙2018대전광역시 소셜미디어기자 조강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