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마을 하면 떠오르는 곳은 아마도 전주 한옥마을과 서울 북촌 한옥마을일 듯싶습니다. 그리고 요즘은 각 지자체에서 한옥에 대한 향수로 인하여 숙박시설과 여행지로 한옥마을을 많이 짓고 있죠.
우리 대전광역시에도 500여 년간 조선시대 유교문화유산을 간직한 곳인 이사동 한옥마을이 있다고 하여 찾아가봤습니다. 오랜만에 파란 하늘이 펼쳐진 날에 그곳을 찾아 봄나들이를 다녀왔습니다.
점점 이곳 저곳에서 봄 꽃들이 예쁜 꽃망울을 터뜨리고 따뜻한 봄바람이 콧바람을 불어 넣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한 요즘.
시내버스를 타고 창가에 기대 앉아 봄 햇살을 맞으며 이사동 한옥마을로 향합니다. 전주와 서울의 한옥마을은 모두 다 보았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찾아가는 이사동 한옥마을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오랜 세월을 간직하고 있을지 상상해보며 다가가봅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동네 골목길을 따라 약 1km를 걸어 들어갑니다. 가는 길에는 예쁜 벽화들도 있고 조그마한 사찰들도 있는 소소한 풍경이 펼쳐졌고요. 골목 안에는 대문 앞에 옹기종기 모여 이야기하는 할머니들의 모습이 들리는 정겨운 모습으로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20여 분을 걷다 보니 울창한 소나무 밑으로 한옥의 모습이 보이고 그 뒤의 뒷산으로는 묘들이 보였습니다.
안내문을 읽어 보니 수령 100년 이상 된 소나무 집단 생육지역으로 500년 역사를 이어온 장묘 문화의 절정이 살아 있는 곳이는군요. 숲을 가꾸어 생육환경을 개선하고 소나무 후계림을 조성해 전통마을 숲으로 복원한 곳이라고 합니다.
그 앞으로는 절우당이라는 표시석이 우뚝 서있었습니다.
이곳은 은진 송씨가 1392년 이후부터 살기 시작하던 곳으로 500여 년 동안의 세월의 모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특히 주변에는 묘들을 참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총 1,077기의 조상의 묘들이 자리하고 있는 쉽게 보지 못하는 장묘문화도 볼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또한 재실 16채와 학문을 강론하던 당우 5채까지 일반적인 도심 속 한옥마을이 아닌 전통문화와 역사가 그대로 전해져 옵니다. 작은 규모이지만 어디에서도 보기 힘든 한옥마을이었습니다.
절우당은 16세기에 가산 군수를 지낸 은진송씨 송세협이 세운 별당으로 소나무, 대나무, 매화, 국화를 심어 이 네가지를 절우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합니다.
원래 위치는 중리동에 있었는데 임진왜란 때 소실되고 이곳으로 옮겨졌다고 합니다. 절우당으로 들어가 안을 구경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문은 굳게 닫혀 있어주변 높은 곳을 찾아 올라가 전반적인 절우당의 모습을 담아 봅니다.
절우당 앞으로 낮은 지역에 한옥과 초가집으로 된 곳간이 서 있고 전통적인 농촌마을의 풍경이 펼쳐집니다.
또 이외에도 어떤 모습의 한옥이 있을까 마을을 천천히 걸어가 봅니다. 마을의 길지 않는 끝지점에서는 새로 지은 듯한 취옹당재실을 만났습니다.
좁은 대문 틈으로 보이는 안의 모습은 정적만이 그대로 느껴지게 합니다.
오랜만에 맑은 날씨에 마을 전경을 보기 위해 조금은 높은 곳을 찾아 다녀 봅니다. 몇 채 되지 않은 옛 한옥의 모습과 저 멀리 높은 아파트의 모습이 참 대조적으로 보여집니다.
너무 아담하고 정적이 흐르는 마을. 인기척도 없고 아주 가끔 지나다니는 차 이외에는 자연의 소리만 가득했던 이사동 한옥마을에서의 시간은 아마도 도심에서 벗어나 나홀로 휴식시간이 테마가 된 날이었습니다.
뒷산에서 마을의 전경을 보고 내려와 은진 송씨 승지공파재실을 시작으로 마을로 들어가 봅니다. 굳게 닫힌 문을 보고 담장을 기웃 기웃하고 있는데 이곳에 사시는 주민 분이 사진 찍으러 왔냐며 들어오라고 대문을 열어 주십니다.
반가운 마음으로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 낯선 이의 방문이 달갑지 않은 강아지들의 반감에 얼른 재실의 모습만 담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은진 송씨 승지공파재실은 조선시대 청암찰방과 삼가현감 , 진주진관병마동첨절제사 등의 벼슬을 지낸 승지공 임청언 송국보의 제사를 지내기 위해 지어졌는데요. 일자 형태로 지어졌습니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한옥은 월송재인데요. 월송재 송희건의 조상 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지은 재실입니다. 이곳은 솟을 대문 안에 ㄱ자 평면으로 지어진 일반 민가 형태의 재실로 은진송씨 승지공파 재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파란 하늘과 몽실 몽실 흰 구름이 안에 전통 한옥이 자리잡고 있는 아늑하고 조용한 마을의 풍경을 보니 시끌벅적한 번잡한 도시에서 살면서 쌓인 스트레스가 절로 힐링이 되어 날아가 버린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루 반나절을 이렇게 천천히 마을 구경하다 잠시 울창한 소나무 밑에서 마냥 앉아 쉬었네요. 하룻동안의 짧은 휴가가 되어 버린 이사동 한옥마을로의 봄나들길.
서울의 북촌 한옥마을처럼 북적이지도 않고 전주 한옥마을처럼 상업적인 모습이 하나도 없는 옛날 그대로의 고즈넉하고 평화롭고 조용했던 너무도 마음에 들었던 마을이었습니다.
번잡하고 복잡했던 마음이 모두 정리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가는 도중 가지고 마을로 들어 오는 52번 버스를 타고 나른한 몸을 창가에 기대어 잠시 졸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500여년전부터 은진송씨가 집성촌을 이루고 살아온 이사동 한옥마을은 유교 민속마을로 조성된다는 소식이 있습니다.
그 첫 번째로는 마을 주변 숲길을 복원해 6Km의 '누리길'을 조성하였고 앞으로 전통의례관과 유교문화스테이션 등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한 이곳의 500년 동안의 전통적인 장례제례 문화 등 무형유산을 활용한 문화관광콘텐츠와 민속문화축제 개발도 추진된다고 하는데요. 많은 기대가 됩니다. 빨리 만나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