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책을 사랑하는 도시, '대전'입니다.
모든 분야에 뛰어난 사람을 팔방미인(八方美人)이라 합니다. '교통'부터 '과학기술'에 이르기까지 우리 대전광역시는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는 대한민국 대표 '명품' 도시 입니다.
도시를 명품으로 만들기까지는 도로, 시설 등의 외형적 가치뿐 아니라 문화, 교육 등 무형의 자산도 두루 갖추고 있어야 하는데요. 대전에는 칼국수, 베이커리, 카페 등의 식음(食飮) 문화도 유명하지만 시민이 만들어가는 '독서문화'도 빠질 수 없습니다. 지방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 독서 관련 행사도 열고, 시민은 자체적으로 독서모임을 조직해 꾸준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책을 사랑하고, 책으로 소통하고 싶어하는 시민의 마음은 자연히 동네서점이 늘어나는 결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2017년 12월 보도자료를 기준으로 대전광역시 내에는 144곳의 지역서점이 있는데 동구 17곳, 중구 41곳, 서구 45곳, 유성구 28곳, 대덕구 13곳이 운영 중입니다.
*2017년 12월 30일 중도일보 기사 <미니 인터뷰-동네서점 애용, 지역사랑 첫걸음이죠! 참고
또한 등록된 지역서점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북카페, 독립서점이 왕성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서치료부터 '나만의 책'출판까지 관심만 둔다면 못할 것 없는 이곳은 '책을 사랑하는 도시, 대전'입니다. 이쯤 되면 대전(大田)의 '전'(田,밭)이 책 밭을 말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대전 지역서점의 대들보, 계룡문고에서 열린
136회 대전 북포럼(Book Forum)
여러분은 관심이 있는 책을 어디서 살펴보시나요? 그리고 어디에서 구매하시나요?
그동안 대한민국 서점 시장에서는 인터넷 온라인 서점이 비약적으로 성장해왔습니다. 온라인 서점의 성장은 빠른 배송과 중복 할인혜택 등으로 이용방법이 편리하다는 장점으로 성장해왔습니다. 자연히 오프라인 서점을 찾는 시민은 줄어들었고 그나마 서점을 찾던 사람들도 전국 주요 도시 어디에나 있는 대형서점을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역 특색이 있는 동네 서점을 만나기가 점차 어려워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서점 창업에 관심이 쏠리며 상황이 달라지고는 있습니다. 이러한 세월의 풍파와 상관없이 우리와 함께했던 친구같 은 서점이 있기 마련입니다. 대전의 원도심 주위에는 '내 친구' 계룡문고가 시민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계룡문고'는 별도 세미나실을 갖추고 있을 정도로 지역의 대형서점입니다.
2018년 1월 17일 수요일에는 시민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지는 136회 대전북포럼이 계룡문고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새로운 지식문화를 만들어가는 지식문화 공동체인 '대전북포럼'은 2013년 창립되어 매달 꾸준히 자리를 마련해왔습니다.
대전출신 저자나 시민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의 저자를 모시고 대화하는 자리에는 나태주, 신달자, 안도현 등의 걸출한 문학가부터 대전 청년, 마을활동가 등 다양한 저자가 함께 했습니다. 시민이 자발적으로 '독서 문화' 모임을 만들고, 참여하여 꾸준히 모임을 수 년간 이어오기란 절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 중심에는 독서치료 전문가 하미숙 님이 대표로 활동하시며 늘 함께 하셨습니다. 대전북포럼은 현재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되어 활동하며 '월간 이츠대전'에도 행사 안내가 실리고 있습니다.
136회 북포럼은 마을 취재 전문가 특집으로
'대전여지도2'의 저자 이용원 님과 함께했습니다.
<대전여지도2>의 저자 이용원 씨는 대전에서 올해로 11년째 문화예술잡지 <월간토마토>를 발행하고 있습니다. '대전여지도'는 월간토마토를 발행할 때부터 잡지 안 있는 기획시리즈 기사인데요. 연재된 기사를 마을과 구 별로 나누어 책을 한 권씩 만들고 있습니다.
2016년에는 대전 중구의 마을 이야기를 담은 <대전여지도1>이 발행됐고요. 2017년에 동구 편이 세상에 나왔습니다. 올해는 유성구 편을 만들 계획이라고 하는데요. 그의 이야기에서 대전의 마을을 기록하는 일에 대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대전북포럼은 전통적으로 패널이 함께합니다.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만큼 이번에는 저도 패널로 참석해보았습니다. 저는 마을활동가라고 자신을 소개해 보았습니다. 대전여지도라는 책이 마을을 다루는 만큼 마을에 관심이 있는 청년으로서 참여했다고 동기를 밝혔습니다.
이날 패널에는 청년 미디어 '몽글'의 강은구 대표님도 함께 해주셨습니다. 청년 미디어 '몽글'은 청년들의 몽글거리는 이야기를 잡지와 다양한 미디어 형태로 제작하는 단체입니다. 강은구 대표는 마을 기록에 관심이 많아 마을 취재 전문가이신 이용원 대표님께 궁금한 질문을 해보고자 패널로 참여하셨다고 합니다.
또 다른 패널은 사단법인 모먼트에서 월간토마토와 단행본 제작, 편집을 맡은 이혜정 씨가 함께 해주었습니다. 북포럼대전의 패널은 추천과 자원에 따라 사전 신청을 받기 때문에 저자와 저서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누구든지 지원할 수 있습니다.
이날 시민 청중과 함께한 참가자 사진입니다. 왼쪽부터 136회 북포럼 패널 이혜정 님, 강은구 님, 문성남 님, 저자 이용원님, 메인MC 정영숙 님이십니다. 메인MC 방송인 정영숙 님은 하미숙 대전 북포럼 대표와 함께 해주시는 뿌리 깊은 재능기부 시민 봉사자이십니다.
정영숙 씨는 '대전여지도'를 읽어 보면서 "대전에 이런 동네가 있었다니!"라고 느낀 순간이 많았다고 소감을 전해주셨습니다. 최근에는 지역문화를 보존하고 활성화 시키는 작업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대전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대전을 알릴 수 있는 교두보 같은 책이라고 '대전여지도'를 소개해주셨습니다.
'대전여지도'는
따뜻한 관찰 속에서 들여다본 마을 이야기입니다.
이번 북포럼은 대전에 관한 책을 다루고 있는 만큼 저자, 패널, 청중 모두 관심이 많아 훌륭한 콘텐츠가 많이 나왔습니다. 그 모든 내용을 소개해 드리고 싶지만, 제한된 환경상 저자와의 문답내용 가운데 몇 가지만 선정해 소개드립니다.
Q.(문성남 패널)무엇이 10년 동안 마을 취재를 하도록 이끌었나요?
"공공기관에서는 한 때는 향토사연구회라는 모임을 통해, 지금은 각 문화원에서 지역에 대한 기록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기록을 다 맡을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동안 대한민국의 기록은 서울 중심에서 이루어진 것이 많았습니다. 반면, 우리가 살아왔던 우리의 기록이 별로 없었습니다.
대전여지도를 시작했을 때는 우리의 시각으로 우리의 삶을 직접 기록하는데 의미를 두었습니다. 처음 대전여지도를 시작할 때는 대전에 있는 마을들이 이렇게 빨리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차근차근 취재할 것을 계획했던 것과 달리 재개발 속에서 사라지는 마을들을 보며 사라질 것으로 예정된 마을이 보이면 바로바로 가서 취재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취재했던 지역에서는 곧 사라질 40년 가까이 된 재래시장, 지역의 자연을 보며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재개발로 세워지는 주거의 모습이 지금의 마을이 가진 모습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해보았습니다. 가까이 사는 이웃 사이에서 관계성이 멀어지는 현상에 대한 안타까움과 앞으로 사라질 마을을 기록해야겠다는 의무감으로 마을 취재를 이어 왔습니다."
Q.(강은구 패널)저자님의 성장환경과 마을 기록의 연관성이 궁금합니다.
"대전여지도를 출간하면서 제 고향이 대전인 줄 아는 분들이 있으십니다. 제 고향은 대전이 아닙니다. 저는 충청남도 홍성에서 고등학교까지 다녔습니다. 제 마을 취재는 어렸을 적 마을 모습의 투영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린 나이에 돌아다닌 골목들이 아직도 생각이 많이 납니다.
작은 골목은 아이들의 세상이었습니다. 낙서와 고무줄놀이가 흔했던 그 순간이 강하게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어렸을 적 사회화 과정을 겪었던 곳이 마을의 골목이었던 것 같습니다. 인상적인 공간하면 떠오르는 곳이 논 한 가운데 있던 집 앞의 가로등입니다. 아무것도 볼 수 없었던 어두운 환경에서 눈이 쏟아지던 때, 가로등이 비추는 함박눈을 바라보던 유년기가 제게는 추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주거환경이 제 성격, 감수성에 영향을 미쳤던 것 같습니다."
Q.(이혜정 패널)마을 취재에서 취재하는 이의 어떤 점이 지역 주민의 마음을 열게 만들까요. 주민과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비결이 있나요?
"시골 마을의 취재를 선호하는 이유는 마을 어른들의 경계심이 없는 점입니다. 시골 마을의 어른들은 초면의 상대방에게 바로 누구인지, 어디서 왔는지를 물어보지 않는 경우가 흔합니다. 집의 문이 열려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처음 보는 사람을 집 안으로 초대합니다. 그런 모습에서 시골에 계신 우리의 어머니, 아버지 세대가 사람을 사람으로 봐주는 마음이 전해집니다.
그런 점을 악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람을 사람으로 바라보는 모습은 정말 중요합니다. 인터뷰에서는 관계설정이 중요합니다. 상대방을 이용하려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을 전하는 대상으로 봐야 합니다. 손자, 손녀처럼 대하는 어른들 앞에서 경계심을 풀고 어떻게 다가가느냐는 정말 중요한 부분입니다."
북포럼 행사는 마을 취재만큼이나 진정성이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우리 동네, 마을에 대한 관심이 있었기 때문인지 청중 안에서도 호기심 가득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Q.(문광연-청중질문)대동여지도를 모르는 사람이 없어서 '대전여지도'라는 책 제목을 보았을 때,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어떻게 이런 제목을 짓게 되었는지, 이와 함께 '월간 토마토'라는 작명 이야기도 궁금합니다.
"'대전여지도'라는 제목은 드라마 작가 후배가 지어주었습니다. 제목이 매우 좋아서, 한마디로 수락했습니다. 최근에 대전시에서 역사관을 조성하며 '대전여지도'라는 표현을 써도 되는지 의뢰가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토마토'는 30대 초반에 창간하게 되면서 대전의 이야기로 전국에 전하기 위해 '대전'을 직접 거론하지 않는 대신 우리 몸에 영향을 주는 과일 이름을 넣기로 했습니다. 원예잡지처럼 느껴지지 않는 '토마토'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월간 수박'을 쓸 수는 없습니다."
Q. (이상경-청중질문)마을을 돌아보며 정겨운 풍경보다는 특징 없이 여느 도시와 같아지고 있는 모습에서 아쉬움을 느끼곤 합니다. 개성이 사라져가는 마을에서 어떤 걸 느끼시나요?
"여름과 겨울에 대전여지도 취재는 쉽지는 않습니다. 저는 지쳐있을 때 더욱 깊은 마을을 찾아갑니다. 도시가 점점 답답하게 느껴지는 점은 저도 느껴왔습니다. 저는 그 원인 중 하나를 햇볕에서 찾습니다. 해가 잘 드는 마을 안에서 평안함을 느낍니다. 도시 안에서는 빌딩 그늘에 의해 가려진 해가 그립고 답답함이 느껴집니다. 도시화 된 곳에서 햇볕이 사라져가는 점에서 유사한 답답한 점을 질문하시는 분이 느끼셨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앞으로 함께 이야기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북포럼이 끝나갈 무렵 이용원 저자는 <대전여지도2>에 소개된 마을 중 대청호 주변 마을을 돌아보면 좋을 것을 추천했습니다.
대전여지도를 전국에 배포하는 이유는 대전에 있는 마을의 이야기이면서도 전국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마을의 이야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대전여지도2를 통해 지금 내가 사는, 나와 이웃의 관계를 생각해보고, 우리 마을이 어떻게 바뀌었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저자 이용원 -